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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 속에 건강도 챙겼나요

중앙일보

입력

오색 단풍이 절정을 이룬 지난 10월 말. 친구들과 산행을 떠났던 박모(52)씨는 영원히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평소 당뇨와 고혈압이 있긴 했지만 그는 매주 산행을 할 정도로 건강했다. 숨진 날에도 그의 건강을 위협할 만한 특이한 증상은 없었다.

다른 점이 있었다면 가슴이 답답해 자주 휴식을 취하느라 등반시간이 다소 길었다는 것이다. 그는 정상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가슴을 감싸안고 쓰러졌다.

주변 사람들이 심장마사지를 하는 등 인공심폐술을 시도했지만 그의 생명은 채 30분을 더 잇지 못했다. 등산은 만병의 보약이다.

근력과 지구력.심폐기능은 물론 정신 건강에도 이롭다. 하지만 아무리 등산이 좋아도 이처럼 복병을 만나면 치명적이다.

특히 초겨울로 접어드는 늦가을 산행은 일교차가 심한데다 산 정상의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져 혈관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주의가 요망된다. 전문의들이 권하는 건강하게 등산하는 수칙을 소개한다.

*** 칼로리 보충에 인색하지 말자

등산은 일반운동에 비해 높은 칼로리를 요구한다. 시간당 6백~1천80㎉를 사용해 빨리 걷기나 수영의 두 배나 된다(표). 등산 3시간이면 일상생활에서 하루 소모하는 열량을 모두 사용한다는 얘기다.

특히 날씨가 추워지면 여름철보다 10~15%의 에너지가 더 소모된다. 그렇다고 과식을 하면 위장과 심장에 부담을 준다. 따라서 식사는 빠르게 에너지로 바뀌는 탄수화물 중심으로 적당량을 섭취한다. 대신 고열량의 비상식량을 준비해 허기지지 않도록 틈틈이 먹는다. 초콜릿이나 건과류.빵.곶감 등이 고열량 식품이다.

*** 수시로 물을 마시자

등산할 때 물은 생명수나 다름없다. 평소 우리 몸의 수분 함유량은 체중의 60% 정도. 일상적인 생활을 할 때는 하루 3ℓ정도가 빠져나가고 들어온다.

그러나 오랜 시간 등반하면 1~1.5ℓ이상의 추가 손실을 생각해야 한다. 체내에서 빠져나간 물을 보충해주지 않으면 혈액이 걸쭉해져 혈행이 나빠진다. 동맥경화 환자에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수시로 물을 마셔줘야 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갈증을 느끼는 반응이 늦다. 정상에서 휴식을 취할 때는 체온을 유지시켜주는 따뜻한 음료가 좋다.

땀과 함께 빠져나가는 칼슘.마그네슘은 근육의 피로를 유발해 근육경직을 나타내는 원인이 된다. 신선한 과일이나 스포츠 음료도 도움이 된다.

*** 자신의 체력을 과신 말자

불의의 사고는 대부분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데서 찾아온다. 매일 등산하는 사람은 1시간 이내, 1주 한번 정도라면 3~4시간에 오를 수 있는 산이 적당하다. 산과 코스는 자신의 체력에 맞게 선택한다.

중년의 경우 3㎞ 정도를 40~50분 정도에 걷는다. 초보자는 30분에 5분 정도 휴식을 취하되 앉지 않고 서서 쉬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운동 강도를 자신의 최고 맥박수의 70~80%로 잡는다. 최고 맥박수는 2백2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숫자(예 : 50세 나이라면 2백20-50=1백70).

그러나 등산 초보자나 건강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10~20%를 낮춰 잡는다. 산을 오를 때 휘파람을 불 수 있거나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눌 정도가 적당하다. 등산을 처음 시작하거나 한동안 쉬었던 사람은 사전에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온도 차에 대비하자

겨울 초입으로 들어서는 늦가을은 중년 이후 산행인에겐 위험한 계절이다. 양지바른 산 아래쪽 따뜻한 기온만 생각하고 산에 오르다가 낭패를 보기 쉽다.

산 정상과 최소 5도에서 10도 이상 온도차가 나기 때문이다. 특히 땀을 흘리고 올라간 뒤 정상에서 갑작스럽게 낮아진 온도에 적응하지 못하면 몸이 경직되는데 이때가 가장 위험하다.

따라서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는 덧옷, 비를 대비해 우비를 준비하는 등 보온에 신경써야 한다. 체온의 40%가 머리와 목으로 빠져나가므로 모자.마스크.목도리를 마련한다. 특히 이른 아침 등산을 피하는 것이 좋다. 추운 대기온도로 혈관이 수축될 뿐 아니라 신체리듬 상으로도 이른 아침엔 심장질환이 많다.

*** 혈관질환자는 혈관확장제를 준비한다

등산할 때 건강에 가장 유의해야 할 사람은 혈관질환자들이다.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은 대부분 예고 증상없이 나타난다.

갑자기 혈관의 압력이 높아지면 평소 좁아졌던 혈관이 찢어지면서 이곳에 혈액이 응고되어 혈전이 생기고, 이 혈전이 점점 커져 혈관을 막는다.

박모씨의 경우 혈전이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주통로를 막아 심근경색이 됐다. 따라서 평소 심장병 가족력이 있는 사람, 고혈압.고지혈증.당뇨 환자, 흡연자나 65세 이상 노인으로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혈관확장제(니트로글리세린)를 휴대해야 한다.

등산 도중 가슴이 답답하거나 흉통이 10분 이상 지속되면 즉시 복용한다.

*** 준비운동과 산행 후 마무리 운동을

준비운동은 심장의 갑작스러운 부담과 긴장을 완화시킨다. 또 산행 중 흔히 발생하는 관절이 삐는 것도 예방할 수 있다.

준비운동은 스트레칭이 가장 좋으며, 발목을 중심으로 하체를 집중적으로 풀어준다. 산행 후에도 스트레칭으로 관절을 풀어주고 뜨거운 물로 몸을 충분히 이완시켜준다.

특히 산행이나 운동 중 흉통을 느낀 사람들은 절반 이상이 심장혈관에 이상이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를 찾아 정밀검사를 받도록 한다.

도움말 :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강진호 교수.고려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오동주 교수.삼성서울병원 박원하 교수.일산 백병원 양윤준 교수

*** 이런 사람은 반드시 등산 전 의사와 상담을

- 의사가 운동할 때 의료진의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운동을 하면 가슴 중앙 또는 왼쪽 부위.팔 부위에 통증이 있거나 압박감이 있다
- 현기증으로 의식을 잃거나 쓰러진 적이 있다

- 고혈압이나 다른 심장 문제로 약을 복용하고 있다

- 뼈나 관절,혹은 내과 문제로 신체활동에 장애가 있거나 안정이 필요하다

-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중년 또는 노년

자료: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 혈관질환자의 산행 전 유의사항

(1) 혈관확장제를 준비한다

(2) 이른 아침,늦은 시간을 피하고 보온에 유의

(3) 충분한 음료와 과일을 준비

(4) 흉통이 오면 무조건 쉰다

(5)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가파른 산은 피한다

(6) 등산 전 남보다 준비운동을 많이 한다

(7) 산행은 여러명이 함께 한다

자료: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 운동별 시간당 열량 소모

(단위:㎉/h)

- 달리기(러닝머신):8백70(11.2㎞/시)

- 수영(자유형):3백60~5백

- 빨리 걷기:3백60~4백20

- 산보:1백20~3백

- 등산:6백~1천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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