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삼중수소 "바나나 6개, 멸치1g 수준" 주장 근거 따져보니

중앙일보

입력 2021.01.29 06:00

업데이트 2021.01.29 07:02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해변 월성원자력본부. 왼쪽부터 월성 2호기, 월성 1호기, 신월성 1호기, 신월성 2호기. 중앙포토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해변 월성원자력본부. 왼쪽부터 월성 2호기, 월성 1호기, 신월성 1호기, 신월성 2호기. 중앙포토

경북 경주시 월성 원전 배수로에 고인 물과 지하수에서 고농도 삼중수소가 검출된 원인을 둘러싸고 논란이 시작된 이후 곁가지로 바나나·멸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정용훈 교수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이 삼중수소로 인해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연간 0.6 마이크로시버트(µ㏜)이고 이는 바나나 6개, 멸치 1g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밝히면서 논쟁이 시작됐다.

환경보건 전문가들과 반핵·환경단체 등에서는 "방사선량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것"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이 와중에 "바나나나 멸치를 먹는 게 위험한 건 아닌가"하는 오해를 갖는 사람도 생겼다.

그래서 바나나·멸치가 위험한 것인지,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은 위험한 방사선에 노출되고 있는지를 따져봤다.

기사 작성은 한국수력원자력 측에서 보내온 답변과 지난 27일 에너지전환포럼·탈핵시민행동 등이 주최한 '월성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과 안전 문제 대응 전문가·시민사회 긴급 토론회' 내용을 참고했다.

주민 소변 시료 분석이 근거

바나나. EPA=연합뉴스

바나나. EPA=연합뉴스

삼중수소(Tritium)는 수소의 방사성 동위원소로 원자핵이 양성자 1개와 중성자 2개로 이뤄져 양성자 1개로 구성된 수소보다 약 3배가량 무겁다.
중성자가 많아 불안정한 삼중수소가 붕괴하면서 방사선을 내보낸다.

KAIST 정 교수가 말한 월성원전 주민의 연간 삼중수소 방사선량(피폭량) 0.6 µ㏜라는 수치는 2017년 10월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이 낸 '저선량 방사선의 인체 영향'이란 책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선량 방사선의 인체 영향' 자료(2017년), 한국수력원자력.

'저선량 방사선의 인체 영향' 자료(2017년), 한국수력원자력.

이 책자의 56쪽에는 "2014년부터 15개월간 월성 주민을 대상으로 삼중수소 소변 시료를 분석한 결과, 무시해도 될 만큼 매우 적은 양이 검출되었다"며 연간 0.0006 mSv (1mSv = 1000 µ㏜)라는 수치를 제시했다.

즉, 연간 삼중수소로 인해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0.6µ㏜라는 것이다.

책자에서는 또 "월성 주민이 삼중수소로 한 해 동안 받는 선량은 바나나 6개를 먹으면 받는 선량과 같다"고 설명했다.
바나나 하나의 선량이 0.0001 mSv, 즉 0.1µ㏜이고, 주민 피폭량 0.6µ㏜는 바나나 6개를 먹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크기가 큰 바나나 1개(136g)에는 칼륨이 0.5g가량 들어있고, 이는 15베크렐(Bq, 방사성 물질의 양)에 해당한다.

칼륨-40 1 Bq은 0.00627 µ㏜이고, 15 Bq은 0.094 µ㏜로, 바나나 1개의 방사선량은 약 0.1µ㏜가 된다는 게 한수원 측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수치가 적용됐다.

정 교수가 말한 '멸치 1g'은 2017년 한국해양과학원 연구팀이 '환경 방사능 저널(Journal of Environmental Radioactivity)'에 게재한 논문에 근거를 두고 있다.

논문에서는 국내 연안에서 잡힌 멸치 1g에는 폴로늄-210이란 방사성 물질이 0.392 Bq이 들어있다고 밝혔다.

해양과학원 연구팀은 1 Bq의 방사성 물질이 든 해산물을 섭취했을 때 1.2 µ㏜의 방사선에 노출된다는 계수를 적용, 한국인이 1년 동안 멸치를 섭취하면서 폴로늄-210에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평균 307 µ㏜인 것으로 계산했다.

논문에서는 멸치 1g당 방사선량을 별도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이 환산계수를 적용하면 멸치 1g을 섭취하면 0.47µ㏜에 노출된다는 게 한수원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8월까지 2차 조사 실시

소변 시료 분석 과정. 자료:한국수력원자력

소변 시료 분석 과정. 자료:한국수력원자력

한수원은 아울러 2018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2차로 실시한 소변 검사 결과도 중앙일보에 공개했다.
4억9200만원이 들어간 이 조사는 한국 방사선진흥협회와 삼성 의료재단 강북삼성병원, 경희대 등이 참여해 월성원전 지역 주민 450명과 대조지역 450명 등 모두 900명의 소변 시료를 분석했다.

900명의 평균 삼중수소 농도는 L당 2.45 Bq이었다.
대조지역 중에서도 서울은 평균 1.69 Bq였고, 최대치도 2 Bq을 넘지 않았다.
반면 원전 인근 지역인 경주시 양남면 주민 160명의 평균치는 3.88 Bq, 최대치는 16.3 Bq이었다.

월성원전과의 거리에 따른 주민들의 소변 중 삼중수소 농도. 2014년 조사는 붉은색, 2019년 조사는 검은색으로 표시됐다. 자료: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전과의 거리에 따른 주민들의 소변 중 삼중수소 농도. 2014년 조사는 붉은색, 2019년 조사는 검은색으로 표시됐다. 자료:한국수력원자력.

연구팀은 "2014년 1차 조사에서 원전 주민의 삼중수소 농도가 평균 5.5 Bq/L였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3.11 Bq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삼중수소가 검출된 비율도 1차 때는 89.4%였는데, 이번에는 53.3%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수원 측은 "1차 조사 때와 비교할 때 원전에서 공기 중으로 내보내는 삼중수소 배출량이 21% 줄었고, 액체 배출량을 포함하면 30%가 줄이는 등 삼중수소 배출량 저감 노력이 작용한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월성원전에서 대기와 해양으로 연간 배출하는 삼중수소의 양. 하늘색은 대기로, 주황색은 바다로 배출하는 양이며 초록색은 이를 합산한 것이다. 단위는 테라베크렐, 즉 1조 베크렐이다. 자료: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전에서 대기와 해양으로 연간 배출하는 삼중수소의 양. 하늘색은 대기로, 주황색은 바다로 배출하는 양이며 초록색은 이를 합산한 것이다. 단위는 테라베크렐, 즉 1조 베크렐이다. 자료:한국수력원자력

2007년 6월부터 월성 원전에 삼중수소 제거설비를 설치·운영하면서 2006년 대비 70% 이상 배출량을 줄였고, 중수누설 예방 전담반 운영과 신형 이동형 삼중수소 제거기도 운영했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2차 소변 조사에서 나온 최대치인 16.3 Bq/L 농도의 삼중수소가 주민 몸 안에서 1년 내내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피폭량은 0.34µ㏜로 건강 영향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멸치·바나나 먹어도 문제없어

멸치. 왼쪽부터 소 멸치와 중 멸치, 대 멸치(국물 멸치). 중앙포토.

멸치. 왼쪽부터 소 멸치와 중 멸치, 대 멸치(국물 멸치). 중앙포토.

삼중수소는 원전에서만 배출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계에도 존재한다. 자연계에는 칼륨-40이나 폴로늄-210처럼 다른 방사성 물질도 있다.

원전의 영향이 없더라도 일반인들은 연간 2~3 mSv, 즉 2000~3000µ㏜의 방사선에 피폭된다.

월성원전 주민들이 삼중수소에 노출되는 방사선 0.3~0.6 µ㏜은 자연 피폭량의 3000분의 1에 못 미치는 셈이다.

특히, 항공기로 유럽을 왕복 여행할 때 노출되는 방사선이 70µ㏜인 점을 고려하면, 월성 원전 주민의 삼중수소 노출은 문제가 안 된다는 게 한수원 측 설명이다.

한수원 측은 "자연 피폭 외에 추가로 연간 허용되는 방사선량이 일반인은 1 mSv이고, 방사선 작업종사자는 50 mSv"라며 "100 mSv 이하의 피폭에서는 인체 영향이 증명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바나나는 안심하고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멸치의 경우도 폴로늄-210의 농도가 높아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당장은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해양과학원 연구팀은 논문에서 "멸치를 제외한 해산물 소비에서 폴로늄-210 피폭치가 연간 94µ㏜인데, 멸치만 보면 307µ㏜(최대 534µ㏜)로 평가됐다"며 "이는 멸치가 총 해산물 소비의 10%에 불과하지만, 피폭량은 나머지 해산물의 3배나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다만 "폴로늄-210의 경우는 반감기가 128일로 짧고, 어획 시기나 저장 방법, 조리 방법 등에 따라 피폭량이 달라질 수 있고, 멸칫국물에는 최소한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변 검사만으로 안심할 수 있나 

방사성 물질 이동과 사람의 피폭 과정. 자료:한국수력원자력

방사성 물질 이동과 사람의 피폭 과정. 자료:한국수력원자력

바나나와 멸치는 먹는 데 문제가 없고, 그것에 비교한 월성원전 주민의 방사선 노출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소변 검사로 확인된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게 걸린다.

한수원 측이 공개한 '2019년 원자력발전소 주변 환경방사능 조사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월성원전에 배출된 기체 방사성 물질 배출량은 116조 Bq, 액체 방사성 물질 배출량은 31조3000억 Bq이었다. 이 중 95% 이상이 삼중수소였다.

2019년에 월성 원전에서 배출된 기체‧액체 방사성물질로 인하여 제한구역 경계에서 주민이 최대로 받을 수 있는 방사선량은 39 µ㏜로 평가됐다.
이는 바나나 390개 분량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이 피폭량의 15.3%인 5.96 µ㏜를 여러 방사성 핵종 가운데 삼중수소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는 바나나 60개 분량인 셈이다.

한수원 측은 "5.96 µ㏜는 1년 동안 원전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에 대한 예상 피폭선량이어서 주민 소변 시료를 측정한 수치와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0.3~0.6µ㏜는 실제 소변에서 측정한 삼중수소 최대 농도를 바탕으로 산정한 값이고, 5.96 µ㏜는 주민들이 노출될 수 있는 최대 예상치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삼중수소를 포함한 전체 피폭량 39 µ㏜는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제2조 제4호의 일반인에 대한 연간 유효 선량 한도인 1 m㏜의 3.9%, 동일 부지 내 다수의 원자력 관계시설을 운영하는 경우에 적용하는 기준치 0.25 m㏜의 15.58%라고 밝혔다.

월성 원전 주민들의 방사선 피폭은 기준치를 훨씬 밑돌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편, 원전 관련 방사선 피폭량만 따질 경우 월성 원전 주민들은 다른 원전 주민들보다 훨씬 높았다.
2019년을 기준으로 월성 원전 주민의 39 µ㏜는 고리의 2.4배, 한빛(영광)의 4.9배, 한울(울진)의 5.2배였다.

"삼중수소 생체반감기는 350일"

지난 18일 경북 경주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 모습. 월성원전은 최근 삼중수소 검출 관련 논란에 휩싸였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경북 경주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 모습. 월성원전은 최근 삼중수소 검출 관련 논란에 휩싸였다. 연합뉴스

월성원전 주민들 피폭이 전혀 문제가 없다는 한수원의 주장에 일부 전문가와 반핵·환경단체는 동의하지 않는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는 27일 열린 긴급 토론회에서 "(바나나 6개와 멸치 1g 수치는) 물리적 에너지를 생물학적으로 환산하는, 즉 베크렐(Bq)을 시버트(Sv)로 기계적으로 환산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백 교수는 "삼중수소는 쉽게 말해 물에 들어있는 수소이고, 물이 단백질 등 유기물로 전환돼 사람의 몸에 축적된다"며 "이 경우 선량 환산계수를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에서 제시한 것과 달리 적용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중수소의 경우 칼륨-40이나 폴로늄-210보다 인체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월성 주민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100~1000배에 이르는 환경 삼중수소 선량에 노출되고 있지만, 삼중수소 노출과 관련해 환경 중 거동과 신체 내 거동에 대해서는 매우 제한적으로만 측정·감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 석광훈 전문위원( 전 원자력안전기술원 감사)은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010년 성인 체내 장기에 편입된 삼중수소의 '생체반감기'가 350일에 이른다는 점을 인정했고, 이 유기물에 결합한 삼중수소(OBT)는 소변 검사로 측정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고 소개했다.

삼중수소의 경우 반감기는 12.3년이고, 체내에 들어간 삼중수소는 10일 정도면 절반이 배출되지만 일부는 체내에 몇 년씩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 원자력안전위는 또 주민 피폭선량 평가에 대한 추가 연구와 삼중수소의 독성에 대해서도 심층적 연구가 필요하고, 환경 배출량과 지하수 보호를 위한 규제 강화 조치를 권고했다.

"아무리 낮은 값도 안심할 수 없다"

13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단체는 경주 월성원전 지하수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과 관련해 "월성원전 2, 3, 4호기 모든 설비에 결함이 있을 수 있다"며 "가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연합뉴스=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제공

13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단체는 경주 월성원전 지하수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과 관련해 "월성원전 2, 3, 4호기 모든 설비에 결함이 있을 수 있다"며 "가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연합뉴스=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제공

긴급 토론회에서 환경운동연합 안재훈 에너지 기후 국장은 "인체와 환경에 무해한 방사능이 있는가, (한수원 측은) 과연 무해하다고 생각하는가"라며 의문을 표시했다.

원자력안전연구소 한병섭 소장은 "방사성 물질에 대해서는 ALARA(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합리적으로 달성 가능한 수준까지 낮게) 원칙, 기본정신이 적용돼야 한다"며 "이는 공학적 도덕성과도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기준치 이하라고 전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외면해서는 안 되고, 공학자의 양심을 걸고 피폭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탈핵경주시민행동 이상홍 사무국장은 "바나나·멸치 논란으로 뒤바뀐 월성 주민의 건강 위험은 피폭량 계산에 이견이 많은 만큼 장기적으로 밝혀나가야 할 사안"이라며 "이번 논쟁으로 우리 사회의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앞으로 환경부가 진행할 원전주민 건강 역학 조사에 백도명 교수 등의 연구 결과가 반영되기를 희망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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