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페팅 그리고 처녀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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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 페팅 그리고 처녀막

"선생님, 페팅(간단한 애무부터 손가락을 질 속에 집어 넣는 것까지 포함하는 말)만으로도 처녀막이 파열될 수 있나요?"
최근 나의 홈페이지 상담실에 올라온 질문. 뭔가 초조한 걱정이 배어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던 사연이 두 번에 걸쳐 올라왔다.

◇ '처녀막'

난 이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묘한 음모가 숨어 있는 걸 느낀다. 이 단어로 인해 여성은 온전한 처녀막을 지닌 부류와 그렇지 못한 부류.

즉 남자 경험이 있는 여자와 남자 경험이 있는 여자로 자연스럽게 나누어진다.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여자를 정복하고 싶다는 남성들의 음모가 이 단어 안에 들어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남성도 숫총각인지 아닌지 검사하자!"라고 주장하고 싶다. 만약 내가 그렇게 말한다면, 대한민국 남성의 99퍼센트가 벌떼같이 들고 일어날지 모른다.

◇ 남자들 처녀막에 목숨 걸래?

대체 처녀막의 정체는 뭘까?
처녀막은 질 입구를 가리고 있는 얇은 근육 조직이다. '막'이라고 하니까 정말 투명한 막을 연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질 입구를 둘러싼 주름 조직 정도를 생각하면 된다.

그 주름 사이에 지름 2센티미터 정도의 구멍이 뚫려 있어 한 달에 한번씩 그 사이로 생리혈이 흘러 나온다. 이 구멍을 처녀막공(處女膜空)이라고 하는데, 처녀막공의 형태는 사람마다 다르다.

반원형인 사람도 있고 타원형인 사람도 있으며, 엄마 뱃속에 있을 당시 처녀막 주름이 너무 발육된 경우에는 출생 후 구멍이 없을 수 있다. 이것을 의학적으로는 '처녀막 폐쇄'라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생리를 배출하지 못해 수술해야 할 지경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처녀막은 처음 성교할 때 파열되지만, 처녀막 자체가 매우 약한 조직이라 성교 이외의 상황에서도 파열될 수가 있다.

아직 남자를 만나기 전 과격한 운동을 한 적이 있거나, 자전거를 타다가 장애물에 심하게 부딪힌 적이 있거나, 승마를 오래 한 여성이라면 처녀막이 파열됐을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 '처녀'= '순결', 그 비열한 음모

여성의 몸 안에 처녀막이 있는 이유는?
남자에게 순정을 바치기 위해서?

물론 아니다. 질이 외부 세균이나 박테리아에 감염되는 것을 막아 주기 위해서다. 고로 처녀막에 '존재의 이유'를 붙이자면 '감염예방'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옳다.

내친김에 처녀막과 관련된 재미있는 얘기나 몇 가지 더 하자.
기니피그(쥐의 일종)는 매번 성교가 끝나면 처녀막이 자동적으로 재생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두더지도 일생에 3번은 처녀막이 재생된다. 역시 처녀막은 질 내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생겨났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사실이다.

조선 시대에 궁녀를 뽑을 때는 의녀들이 처녀막 검사를 담당했다. 옛 문헌에 보면 처녀막을 가리키는 말로 '금사(金絲)'라는 단어를 섰고, 오직 처녀막이 온전한 여자만 궁녀로 뽑았다. 왕이 어느 궁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든 순수한 왕족의 혈통을 보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의녀가 지금으로 말하면 '차트'에 써 넣었던 말은 이런 것이없다.

'금사마단(金絲未斷, 금실이 아직 끊어지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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