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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맞섰던 WP 배런 편집국장 떠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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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마틴 배런

마틴 배런

미국 가톨릭 사제들의 집단 아동 성추행 사실을 고발한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실제 주인공인 워싱턴포스트(WP) 편집국장 마틴 배런(67·사진)이 다음 달 은퇴한다. WP는 27일 “그가 직원들에게 ‘다음 달 28일에 은퇴할 것’이라는 e메일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배런은 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아직 무엇을 할지 계획이 없다”며 “우선 쉴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실제 모델

CNN은 이날 “그는 비즈니스 모델의 격동과 정치적 공격, 국제적인 위기 속에서도 편집권을 유지했고 이 때문에 WP 안팎에서 신임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2013년 배런이 편집국장에 부임한 뒤 WP는 특종 보도와 필독 기사로 디지털 구독자 수를 크게 늘렸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가 WP를 인수한 뒤 시너지 효과를 냈다. 당시 기자 수는 580명이었지만 현재 1000여 명에 달한다.

재임 기간 WP는 무려 10개의 퓰리처상을 받았다. 2019년 미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진실을 조작했다는 ‘아프가니스탄 페이퍼’로 수상했고, 2018년엔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 캠프와 러시아의 유착 의혹을 보도해 NYT와 공동 수상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초부터 ‘가짜 뉴스’라는 정치 공세를 받았다. 배런은 “우리는 정부와 전쟁을 하는 게 아니라 단지 일을 할 뿐”이라고 응수했다. 베이조스는 2017년 배런과 상의해 ‘민주주의는 어둠 속에서 죽는다’(Democracy Dies in Darkness)라는 새 슬로건을 내걸었다.

배런의 은퇴는 미국 주요 언론사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대교체의 일부다. 로이터 편집국장 스티븐 아들러가 최근 은퇴를 선언했고, 뉴욕타임스 딘 배켓 편집국장 역시 곧 은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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