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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로 300억 매출 올린 '조성철'···그녀 정체는 바이올리니스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바이올리니스트가 두부 공장에 구원투수로 투입됐죠." 

공연 예술 분야 명문인 미국 줄리아드 학교(The Juilliard School)를 나와 두부 업체를 꾸리는 이가 있다. 주인공은 에스앤푸드의 조성은(56) 대표. 조 대표는 줄리아드 학교를 나온 뒤 미국 뉴저지 주립대에서 음악 박사 학위(D.M.A)를 받았다.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김대진(59)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그의 남편이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사에서 지난 25일 조 대표를 만나 사업 이야기를 들었다.

조 대표가 두부 사업에 뛰어든 건 2017년부터다. 국내 향료 업계 1위인 서울향료를 창업한 조 대표의 부친이 2013년 에스앤푸드를 세워 두부를 만들었지만 매년 30억원 대의 적자를 기록 중이었다. 조 대표는 "한 마디로 ‘구원투수’로 나섰다"고 했다. 그는 3년 남짓만인 지난해 27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적자이던 사업도 흑자로 돌려놨다.

조 대표는 회사를 맡은 직후 적자 원인 파악에 나섰다. 무리한 시설투자에 더해 직원들의 근무 기강도 해이해져 있었다. 모(母)기업이 탄탄하다 보니, 적당히 적자가 나도 망할 리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대기업 계열 식품회사 한 곳에 생산 물량 대부분을 납품하는 등 매출 구조도 나빴다. 조 대표를 바라보는 직원들의 시선도 부정적이었다. ‘음악 하던 여자가 뭘 알겠어’라는 불신이 가득했다.

에스앤푸드 조성은 대표. 사진 에스앤푸드

에스앤푸드 조성은 대표. 사진 에스앤푸드

“이대로 망할 수 없다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조 대표는 “적자가 계속되면 2년 안에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상황까지 몰렸었다”고 했다. ‘배수의 진’을 치기 위해 서울향료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불안감을 느낀 직원들의 퇴사가 이어졌다. 공장장은 물론 영업사원 모두(8명)가 회사를 떠났다. 영업사원들이 퇴사하면서 연 200억원 대이던 매출은 160억원까지 줄었다.

거의 공장에서 먹고 자다시피 하는 생활이 시작됐다. 경기도 성남시 집에서 공장이 있는 충북 진천까지 매일 160㎞를 왕복했다. 조 대표는“3년 만에 10만㎞를 다녔더라”고 회상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했다. 우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두부 품목을 120g과 300g짜리 두 가지로 줄였다. 기존엔 300g짜리를 비롯해 다섯 가지 사이즈의 두부를 생산했다. 거래처 관리도 조 대표 본인이 직접 하는 식으로 바꿨다. 현재 에스앤푸드의 영업사원은 네 명뿐이다.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품질은 포기하지 않았다. 전문업체를 불러 2주에 한 번씩 위생 관리를 하고, 자체 연구팀을 두고 꾸준히 제품 개발에도 노력했다. 에스앤푸드가 출원한 특허는 5건에 이른다. 덕분에 콩 비지에 인삼을 비롯한 산채류를 조합한 두유 등 다른 회사에선 찾아보기 힘든 제품도 있다. ‘조성철’이란 별명도 생겼다. 남자처럼 억척스럽게 일한다고 직원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에스앤푸드 조성은 대표(사진 왼쪽)과 노브랜드 김향화 파트너. 에스앤푸드의 두부는 지난해 이마트 노브랜드에서만 한달에 5억원 어치씩 팔렸다. 사진 에스앤푸드

에스앤푸드 조성은 대표(사진 왼쪽)과 노브랜드 김향화 파트너. 에스앤푸드의 두부는 지난해 이마트 노브랜드에서만 한달에 5억원 어치씩 팔렸다. 사진 에스앤푸드

노력은 조금씩 성과로 이어졌다. 특히 이마트 노브랜드와의 협업이 날개가 됐다. 이제는 주문이 밀려도 다 채우지 못할 정도다. 하루 생산량은 8만5000모(300g 기준)가량인데 주문은 13만모씩 들어온다고 했다. 노브랜드와 손을 잡기 전에는 하루 1만8000모가량 생산했다. 회사 설립 이래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에스앤푸드는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다. 현재 270억원 매출에 15억원가량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올해는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콩 관련 제품을 최대한 다양화하는 일이다. 콩으로 만든 요구르트나, 콩 치즈에 더해 콩 비지 가루를 열풍 건조해 만든 선식 등을 잇달아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 75% 선인 공장 가동률은 10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그래야 직원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으니까요.”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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