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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친 하키 부활에 팔 걷어붙인 ‘기부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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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기부왕’으로 잘 알려진 이상현 하키협회장이 하키 스틱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김민규 기자

‘기부왕’으로 잘 알려진 이상현 하키협회장이 하키 스틱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김민규 기자

“유튜브에서 ‘하키’를 검색하면, 아이스하키가 앞에 나옵니다. 하키가 원조인데. 현재 가장 바닥입니다. 살아남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대한하키협회 이상현 신임 회장 #외조부·부친 이어 3대 체육단체장

이상현(44·태인 대표) 신임 대한하키협회장은 위기감을 강조했다. 그럴 만하다. 한국 하키는 왕년에 ‘붉은 땅벌’로 불렸지만, 지금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여자는 1988년과 96년, 남자는 2000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만 9개다. 그런데 남녀 모두 도쿄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20일 서울 청담동 태인 본사에서 만난 이 회장은 “어릴 때 올림픽에서 본 하키는 ‘저력의 스포츠’였다. 그런데 최근 하키인들이 찾아와 ‘어렵다’고들 하셨다. 태인은 30년간 체육 장학사업 등 스포츠를 통한 사회공헌 활동을 열심히 했다. 이번에는 하키 부활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19년 슐탄 아즐란샤컵에서 남자하키 이남용의 페널티 슛 아웃 장면을 보여주더니 “스틱으로 공을 통통 튀겨, 축구 칩슛처럼 골키퍼 키를 넘겼다. 하키는 화려하고 속도감 있고, 페널티 코너 전술 싸움처럼 매력 많은 종목”이라고 자랑했다.

이상현 신임 대한하키협회장. 김민규 기자

이상현 신임 대한하키협회장. 김민규 기자

이 회장은 LS그룹 계열의 3세 경영인이다. 그가 하키협회를 맡으면서 3대에 걸쳐 경기단체장을 맡는 진기록을 세웠다. 외조부인 고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은 대한역도연맹, 부친 이인정씨는 대한산악연맹 회장을 각각 역임했다. 그는 “스포츠계에 ‘2대’는 있었는데 ‘3대’는 처음이라고 한다. 아버지는 주말마다 전국 산을 돌며 산악인들을 만났다. 회장은 멋 부리는 자리가 아니라 발로 뛰어야 보람을 얻는 자리라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하키협회 연간 예산은 약 40억원이다. 재정이 넉넉지 않아 국제대회 출전을 꺼렸고 경쟁력이 떨어졌다. 이 회장은 “경기력을 올리려면 좋은 팀을 많이 상대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외국팀을 초청해 국내에서 대회도 열고, 외국계 기업과 협의해 대표팀의 해외훈련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키는 등록 선수가 1200여명 정도로 저변이 좁다. 그는 “학교 팀 중에는 11명도 안 되는 팀이 있다. 5인제 경기를 활성화하고, 유소년 클럽 등 저변을 확대하겠다. 선수들이 스틱 골대를 들고 시민들 속으로 나가게 하겠다. 2022년 아시안게임 메달과 2024년 올림픽 본선행을 위해 하키가족과 단합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 기부 가이드북』이라는 책을 낼 만큼 기부왕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어머니 별명이 ‘산타 할머니’다. 기부는 주는 것보다 훨씬 많은 걸 돌려받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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