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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운명의 날은 2월17일? 문 다시 열릴까, 文에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오는 3월 15일 종료되는 공매도 재개 여부가 2월 최종 결정된다. 결정의 키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포함한 금융위원회 위원 9명이 쥐고 있다. 다만 공매도 재개를 둘러싼 정치권과 개인투자자들의 압박이 거세지며 금융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공매도 재개 여부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2021년 금융위원회 업무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2021년 금융위원회 업무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공매도 재개 운명의 날은 2월 17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공매도 재개는 9명으로 구성된 금융위 회의에서 결정할 문제”라는 답을 내놨다. 은 위원장이 공매도 재개와 관련한 공을 금융위 전체회의로 넘기며, 개인투자자를 비롯한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금융위 전체회의 멤버는 은 위원장과 도규상 부위원장, 최훈 상임위원, 심영 비상임위원 등 4명의 당연직 위원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 등 8명이다. 지난해 11월 이성호 상임위원이 임기가 만료돼 퇴임하며 공석이 생겼다.

시장조치인 공매도 금지 관련 사항은 금융위 의결 사항은 맞다. 지난해 8월 27일 공매도 금지 조치를 6개월 추가 연장할 때도 금융위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 다만 정례회의(8월 26일)가 아닌 하루 뒤인 27일 서면회의를 열고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을 결정했다.

오는 2월에 예정된 금융위 정례회의는 17일이다. 정례회의는 보통 격주 수요일마다 개최하는데, 설 연휴 등으로 일정이 맞지 않아서다. 때문에 공매도 재개 여부는 이날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물론 지난해 8월처럼 정례회의가 아닌 임시회의나 서면회의를 통해 결정될 수도 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공매도 중단 관련 국민청원. 20일 기준 16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공매도 중단 관련 국민청원. 20일 기준 16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위원 성향은 공매도 재개?…문제는 만만찮은 여론

금융위 전체회의 구성원의 성향을 보면 공매도 재개 자체에는 반대할 위원이 별로 없다는 게 중론이다. 관료와 대학교수, 중앙은행 소속으로 금융권의 안정과 글로벌 스탠더드를 중시하는 성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공매도 금지 조치를 의결했던 ‘2차 임시 금융위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시장 상황 정상화 시 공매도 금지 조치의 조기 해제 여부와 종료 시점(9월 15일) 이후 추가 의결 없이 공매도가 재개되는지 등만 확인했다.

다만 금융위가 공매도 재개를 결정하기에는 여론과 상황이 만만치 않다.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당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20일 YTN에 출연해 “우리나라에서 공매도 제도는 지금까지 바람직하게 운용되지 못했다”며 “제도개선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진표 의원도 같은 날 라디오에서 “(재개를) 굳이 너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의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정국 이슈 및 올해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의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정국 이슈 및 올해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결국 변수는 문 대통령의 의중?

공매도 재개 결정의 중요한 변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18일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이를 확인할 기회로 여겨졌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 공매도 재개에 대한 질의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의중을 가늠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가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며 주식 양도소득세 기본공제 금액을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것도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으면 안 된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따른 것이다. 주식투자로 버는 돈이 연간 2000만원이 넘으면 양도세를 물리기로 했지만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거둘 때만 세금을 물리는 걸로 수정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나 기재부 차관 등 금융위원 대부분은 결국 관료인데, 문 대통령 의중이 결정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1일과 12일 공매도 재개 여부와 관련해 발송한 문자.

금융위원회가 지난 11일과 12일 공매도 재개 여부와 관련해 발송한 문자.

시장 혼란 줄이려다, 오히려 키운 금융위 문자

공매도 재개를 둘러싼 논란에 기름을 부은 건 지난 11일 금융위가 출입기자단에게 발송한 문자다. 해당 문자는 ▶한시적 공매도 금지조치는 3월 15일 종료될 예정 ▶금융당국에서는 3월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제도개선을 마무리 해 나갈 계획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위가 이런 내용의 문자를 급하게 발송한 건 당일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 등으로 시장 내에서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이 기정사실로 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우려에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당 문자는 공매도 재개를 결정했다는 취지가 아니라, 지난해 8월 결정한 공매도 금지 한시적 조치는 3월에 종료된다는 사실관계를 전달한 문자”라며 “공매도 금지 연장으로 여기다 금융위 회의에서 재개를 결정했을 때의 혼선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의도와 달리 이 문자는 혼란을 더 키웠다. 민감한 이슈인 공매도 재개에 대해 충분한 숙의 없이 공개를 한데다, 정치권의 반발까지 거세지면서다. “금융위 관료들의 사실상의 월권”(박용진 민주당 의원) 등의 반응이 대표적이다.

공매도가 시장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평가보다는 정치권이나 여론의 흐름에 따라 정책이 결정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정치권의 압박과 코스피 3000이라는 상징적 숫자를 지키기 위해 면밀한 검토 없이 공매도 금지 연장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공매도 금지를 계속 연장하다 주가가 일시에 급락할 경우 금융당국은 물론이고 투자자들도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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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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