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넘게 도로확장 공사…준공 5년 지연되고 수백억 낭비

중앙일보

입력

20일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공공 공사 예산낭비 실태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20일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공공 공사 예산낭비 실태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 건설사업이 총예산을 확보하지 않은 채 진행돼 준공 지연과 세금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사 기간 지연으로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넘어 13년 4개월이 소요된 곳이 있었고, 예정 공사 금액보다 35% 증가한 650억이 추가로 들어간 사업도 있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019년 준공된 공공 건설공사 49건을 조사한 결과다.

경실련은 20일 '공사 지연·예산 낭비 주범인 장기계속공사 제도 폐지하라'라는 주제의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내용을 소개했다. 국토교통부가 사업을 계획·추진하는 5개 지방국토관리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 국가 철도공단, 한국도로공사에서 2019년 준공한 건설공사 중 총 공사비 100억원 이상인 공사 49건을 조사했다.

'장기계속공사', 졸속 추진 원인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공공 건설공사 49건 중 41건(84%)이 '장기계속공사' 방식으로 계약 체결됐다. 이 중 8건만 '계속비 공사'로 계약됐다. 장기계속공사는 예산확보 없이도 발주가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관에서 착공만을 서둘러 예산 확보가 되지 않아 공사 기간이 지연되는 상황을 초래한다.

반면 계속비 공사는 공사에 필요한 예산을 정부에서 미리 받아놓은 뒤 정해진 시간 안에 공사를 완료해야 한다. 장기계속공사는 국회 의결을 얻지 않고도 사업에 착수할 수 있지만, 계속비 공사는 연차별 계약금액인 연부액을 명시해 국회 의결을 받아야 하는 차이도 있다.

"공공 공사 88%가 지연…최대 13년 걸려"

공사기간 지연 상위 5건 현황. [자료 경실련]

공사기간 지연 상위 5건 현황. [자료 경실련]

분석대상 49건 사업 중 43건(88%)이 예정된 기간보다 공사가 지연됐다. 12개월 이상 늦어진 사업은 25건(51%)이었고, 3년 이상 장기간 늦어진 사업은 장기계속공사 10건, 계속비 공사 1건이었다.

특히 착공 당시 예정됐던 준공일보다 5년 이상 지연돼 공사 기간이 총 13년 4개월이 걸린 사례도 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2006년 7월 착공한 웅동-장유 국도 확장공사는 당초 공사 기간이 2880일(7년 8개월)로 정해졌고, 2014년 6월 준공예정이었다. 하지만 공사 기간이 2013일(5년 5개월) 연장돼 2019년 12월에야 준공됐다. 경실련은 "이는 당초 계획대로 완성된 사업이 전혀 없다는 것을 뜻한다"며 "결국 공사 기간 지연으로 인해 국가 예산이 낭비됐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공사비 변동이 없거나 감소한 사업은 5건뿐이었다. 공사가 지연되는 동안 물가가 상승하면서 공사비도 불어나기 때문에 1건당 평균 119억4000만원이 증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비가 가장 많이 증가한 사례는 익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발주한 용정-용진 우회도로 건설사업으로 1858억에서 2508억으로 650억원(35%) 늘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수행한 장안-온산2 국도건설 공사의 당초 공사비는 952억가량이었지만, 완공이 3년 7개월 지연돼 최종 공사비는 1427억원으로 총 475억 상승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우리나라 대부분 국책사업은 장기계속공사로 진행되고 있다"며 "해당 제도는 국회 의결 없이 손쉽게 사업에 착수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인 및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표를 얻기 위해 무분별하게 건설사업을 추진하면서 혈세 낭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형 SOC 사업 발주는 계속비 공사 예산 편성을 원칙으로 하고, 공공건설공사에 대해서는 장기계속계약 방식을 배제해야 한다"며 "정부는 무분별한 SOC 사업 남발로 국민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제2의 공공사업 효율화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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