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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 ‘8000억 암초’ 넘고 매각 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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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두산인프라코어가 하나금융투자 등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8000억원을 물어줘야 할 위기에서 벗어났다. 중국 법인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와 관련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14일 두산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조만간 현대중공업에 두산인프라를 매각하는 내용의 본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5년 끈 중국법인 관련 소송 이겨 #굴착기 시장 성장세, IPO 희망적 #현대중 “이달말까지 본계약 체결”

소송의 발단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두산은 “3년 안에 중국 증시에 DICC를 상장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홍보했다. 두산은 투자금 3800억원을 모았고 재무적 투자자들은 DICC 지분 20%를 받았다.

그런데 두산은 3년 동안 DICC의 상장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당시 두산은 “기업공개(IPO)에 실패하면 투자자가 두산 지분 80%를 함께 시장에 팔 수 있다”는 조항을 달았다. 새로운 투자자가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동반매도청구권’(Drag Along)을 약속한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소송 주요 일지

두산인프라코어 소송 주요 일지

재무적 투자자들은 DICC 인수 희망자에게 보여줄 회사 내부 자료를 두산인프라에 요구했지만 충분한 자료를 받지 못했다. 두산인프라는 “인수 의사의 진정성을 알 수 없는 곳에 내부 자료를 보여주면 기밀 유출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자 투자자들은 “두산의 방해로 매각이 안 됐다. (두산이) 8000억원에 DICC 지분을 가져가라”고 소송을 걸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두산인프라가 자료제공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DICC 매각을 방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두산으로선 재무구조 개선 작업의 큰 부담을 하나 덜어낸 셈이다.

분쟁의 싹이 됐던 투자자들의 동반매도청구권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들의 투자금 회수 문제는 남은 숙제다. 두산은 뒤늦게나마 DICC를 중국 증시에 상장하고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면 추가로 분쟁이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

두산은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IPO에 실패했던 2014년과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고 판단한다. 지난해 두산의 생산 굴착기 판매량은 1만8686대였다. 2014년 판매량(6905대)과 비교하면 170% 증가했다. 두산인프라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로 굴착기 시장 성장세가 지속할 것”이라며 “기술 우위의 고급화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본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작업 중”이라고 전했다. 14일 코스피 시장에서 두산인프라 주가는 전날보다 1.77% 오른 86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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