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잊은 中 위생습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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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낳았던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은 중국 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도 했다. 거리에 침을 뱉거나, 손을 씻지 않은 채 식사하는 일,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행동 등 이른바 중국 사회의 나쁜 습관(陋習)이 사스 확산 기간에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스가 완전 퇴치된 요즘 그런 습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이를 우려하는 중국 언론의 목소리도 점차 커져가고 있다.

사스 기간에 남부 대도시 광저우(廣州)에서 침을 뱉는 경우 50위안(약 7천5백원)의 벌금을 물렸다. 그러나 요즘에는 행정당국이 이를 거의 방관해 사스 이전의 상태로 돌아갔다고 한다.

베이징(北京) 등 대도시의 경우도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걸으면서 침을 뱉어도 누구 하나 질책하거나 벌금을 매기는 사람이 없다.

비위생적이라고 여겨져 대폭 개선이 요구됐던 중국인의 식사 습관도 제자리다. 사스 기간에 중국 요식업협회를 중심으로 개인별 접시에 나눠 담아 먹는 서양식 분찬(分餐)제도가 도입된다고 언론에 요란하게 소개됐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도 흐지부지돼 버렸다.

사스의 병원(病原)으로 알려진 야생동물을 먹는 식습관도 다시 시작될 기미다. 사스 전파의 주범으로 몰렸던 사향삵(果子狸)은 나중에 '무혐의'로 밝혀지면서 이제 정상적인 먹거리로 복권됐다. 뱀 등의 소비량은 다소 줄었지만 야생동물에 대한 중국인의 식욕은 여전하다.

쓰레기를 마구 버린다든가, 남을 아랑곳하지 않고 맨손으로 코를 풀거나 재채기하는 버릇도 다시 돌아오고 있다.

도대체 왜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걸까. 강제 동원을 기본으로 하는 중국 체제의 속성과 이에 기인하는 대중의 자발적 참여 결여를 문제의 본질로 보는 시각이 있다.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왔는데 한순간에 고쳐지느냐" "남에 대한 배려 부족"이라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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