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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양반운전, 서울 칼치기…구글 자율차가 알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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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연말부터 세종시에선 카카오T앱으로 자율주행 셔틀을 호출할 수 있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연말부터 세종시에선 카카오T앱으로 자율주행 셔틀을 호출할 수 있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지난해 12월 말부터 자율주행차를 ‘카카오T’ 앱으로 호출해 탈 수 있는 서비스가 국내 처음으로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부근에서 시범 운행되고 있다. 요금은 1000원(1회 기준). 이 서비스를 기획·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모)의 장성욱 상무와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이하 에이투지)의 한지형 대표를 최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서 만났다.

카카오모빌리티·에이투지 합작 #세종서 자율주행차 호출 서비스 #“자율주행은 기술력만으로 안 돼 #도로특성·교통문화 파악이 중요”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왼쪽)와 함께한 장성욱 카카오모빌리티 상무.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왼쪽)와 함께한 장성욱 카카오모빌리티 상무.

세종시 대중교통 업계와 갈등은 없나.
▶한지형 대표(이하 한):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순조롭게 도입되었다. 세종시는 도시는 커지는데 버스나 택시를 늘리기 어려워 평소 교통 민원이 많다. 그래서 자율주행 셔틀이 빠르게 도입될 수 있었다.
사업성이 있을까?
▶한: 일반 승용차보다는 특정 구간 셔틀이나 청소차 같은 특수차량 자율주행의 경제성이 높다. 에이투지는 광주광역시와 청소차·순찰차 자율주행을 추진하고 있다.

▶장성욱 상무(이하 장): 화물차 자율주행도 마찬가지다. 화물차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면 장시간 고속 운전을 하는 화물차 기사들의 피로를 줄여 사고 위험을 낮추고, 차량 연비도 개선된다.

자율주행차를 탔다가 사고가 나면.
▶한: 자율주행차 전용 보험 상품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세종시 셔틀은 승객을 태우기 때문에, 국내 최초의 자율주행 유상 운송 보험(현대해상)에 가입했다.  사고 시 피해자에게는 보험사가 먼저 배상하고 추후에 제조사와 원인을 분석하게 된다.
자율주행 기술 경쟁이 세계적으로 치열하다.
▶장: 자율주행은 그 지역의 도로 특성과 인프라, 교통 문화, 기후를 익혀야 한다. 자본과 기술력의 ‘끝판왕’이라는 구글의 웨이모가 한국에 들어온다 해도 국내 업체가 경쟁력 있는 이유다.

▶한: 지역별 운전 스타일도 배워야 한다. 자율주행차가 충청도에선 ‘양반 운전’을 해도 되지만 서울·경기에서는 ‘우회전 차선에 들어서려면 머리부터 들이밀라’고 배운다. 최근 킥보드와 배달 오토바이가 늘어난 것도 중요 변수다.

국내에서 무인 자율주행은 아직 허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세종시의 자율주행 셔틀 운전석에는 사람(세이프티 드라이버)이 탑승한다. 핸들은 안 잡지만 위급 상황에 대비한다.

어쨌든 차에 사람이 타는 거다.
▶장·한: 자율주행은 사람을 차에서 제거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다.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의 가치를 높여준다. 미래의 버스·택시 운전자는 승객의 안전을 챙기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객실 매니저 같은 직업이 되지 않을까. 이와 별개로, 자율 주행 기술은 많은 지역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지역 일자리와는 무슨 관계가 있나.
▶한: 에이투지는 경북 경일대와 산학협력을 맺고 경일대 학생들에게 자율주행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이 대구·경북 지역의 현대차 1차 협력업체들에 취업한다. 완성차 업체가 자율주행차를 개발할 때 국내산 자율주행차 부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외국산을 쓸 수밖에 없다. 그제야 국내 부품사가 자율주행 부품 제조기술을 따라잡으려고 하면 늦는다. 여기에 지금 투자해야 국내 및 지역 제조업 일자리가 유지된다.
카카오가 그리는 자율주행의 큰 그림은.
▶장: 일상의 이동에서 사용자 편의를 높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T 데이터를 분석해 목적지 별 최적의 승하차 지점을 찾아낼 수 있는데, 이를 자율주행에 결합하면 보다 차별화된 서비스가 된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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