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 딸 효성에 주민들 수술비 모금

중앙일보

입력

간경화로 쓰러진 아버지를 위해 딸이 간을 이식한 뒤 수술비 마련에 발을 구르자 동네 주민들이 수술비를 마련해주겠다며 모금운동에 나섰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백원기(46)씨는 지난 6년간 간경화로 투병해오다 최근 합병증으로 신장기능이 악화되면서 쓰러져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다.

백씨 가족들은 이미 간이식환경 검사를 받아 딸 화진(17.성남정산고 2년)양이 간이식이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으나 백씨는 딸에 대한 걱정과 수술비 부담때문에 "버틸 때까지만 버티겠다며"며 완강히 이식수술을 거부해왔다.

화진양은 그러나 "아버지가 살아야 가족의 행복도 있다"며 아버지를 끈질지게 설득해 지난 5일 삼성의료원에서 무사히 이식수술을 끝냈다.

화진양은 10여시간의 수술을 받기에 앞서 학교나 친구 등 주위에도 알리지 않는 의연함까지 보였다.

백씨 가족은 가장의 오랜 투병생활로 인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자에게 매달 지급되는 생계급여 17만1천원과 어머니 이명순(38)씨가 식당 일로 받는 월 80만∼90만원으로 생계를 꾸려왔다.

이번 수술로 명순씨마저 부녀 간병에 일손을 빼앗겨 유일한 소득원이 끊겼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삼평동을 관할하는 판교동사무소와 주민들, 백씨가 다니는 교회 신도 등이 백씨 가족돕기에 나섰다.

분당 제자교회 이동아 목사는 "백씨 가족은 6천만원의 수술비와 매달 치료비 150만원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며 "딸로서 어쩌면 당연한 효성이지만 부녀의 사랑이 남다르고 가족의 사정이 너무 딱해 모금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문의:판교동사무소 ☎<031>710-2940) (성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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