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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 안 한 부모 상속도 없다"…법무부 '구하라법' 입법예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9년 가수 고(故) 구하라의 일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놓인 영정. [사진공동취재단]

2019년 가수 고(故) 구하라의 일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놓인 영정. [사진공동취재단]

법무부가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를 지키지 않거나 학대한 부모는 상속권을 박탈하는 민법 개정안을 7일 입법 예고했다. 지난 국회에서 좌초된 이른바 '구하라법'과 같은 취지의 법안이다.

법무부는 이날 "피상속인과 상속인 간의 생전 관계가 상속에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에 관한 사적 자치의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 신설이 필요하다"며 현행 민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입법예고된 개정안은 민법상 '상속권상실제도'를 신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제도는 상속인이 될 사람이 피상속인에 대해 중대한 부양 의무를 위반하거나 범죄행위, 학대 혹은 부당한 대우 등을 한 경우 피상속인이나 법정 상속인의 청구에 따라 가정법원이 상속권 상실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가정법원이 상속인 및 이해관계인의 입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하도록 하고, 피상속인의 의사가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또 민법상 '용서제도'도 신설된다. 상속권 상실 사유가 존재하지만, 피상속인이 용서를 하면 상속권을 계속 인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현행 '대습상속제도'를 정비할 예정이다. 대습상속(代襲相續)은 상속인이 될 자가 사망 또는 상속결격으로 상속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그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이 대신 상속을 하는 제도다.

상속인의 상속권을 상실시키면서도 그 배우자나 자녀에게 대습상속을 인정할 경우 상속권 상실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피상속인의 의사에 반할 수 있다. 따라서 상속권 상실은 대습상속 사유로 추가하지 않는다. 같은 취지에서 민법상 상속결격도 대습상속 사유에서 제외한다.

법무부는 "입법예고 기간에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민법 개정안을 최대한 신속하게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고 구하라씨의 오빠인 구호인씨가 지난해 5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고 구하라씨의 오빠인 구호인씨가 지난해 5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가수 고(故)구하라씨는 지난 2019년 11월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친부는 자신의 상속분을 구씨의 친오빠에게 양도했지만 20년간 연락이 닿지 않았던 친모도 상속을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현행 민법은 상속과 관련, 상속인을 해하거나 유언장 등을 위조한 때만 상속에서 제외할 뿐 기타 범죄나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에는 제한 규정을 두지 않아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구씨의 친오빠는 친모를 상대로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자녀를 홀로 양육한 친부에 대한 기여분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며 "유가족과 친모는 6대 4의 비율로 유산을 분할하라"고 주문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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