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 선수 친 모테기, 머쓱한 왕이…아프리카서 싸우는 중·일

중국과 일본의 힘겨루기 무대가 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로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6일 보도했다. 중·일의 외무장관이 새해 벽두부터 경쟁적으로 아프리카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5일 나이지리아를 찾아 부하리 대통령과 팔꿈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4일 아프리카 5개국 방문에 나섰다. 나이지리아와 콩고, 보츠와나, 탄자니아, 세이셜 등을 찾는다. 중국 관영 신화사(新華社)는 왕이의 아프리카 방문은 중국 외교의 전통이라고 말했다.

왕이 中외교부장 4일부터 아프리카 5개국 순방 #모테기 日외상은 지난달 이어 다시 아프리카행 #모테기 “아프리카에 영형력 확대하는 中 고려” #중·일 갈등, 역사·영유권 문제 넘어 세력 쟁패로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1991년부터 새해가 되면 아프리카 국가를 순방하는 지난 30년간의 관례를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극복과 관련해 중국과 아프리카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상은 지난달 아프리카 4개국 순방에 이어 오는 10일 다시 아프리카 3개국 방문에 나선다. 중국 견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한데 30년 전통을 이어온 중국 외교부장의 신년 초 아프리카 순방이 일본의 적극적인 아프리카 외교로 빛이 바랜 감이 있다는 게 명보의 분석이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상이 선수를 쳤기 때문이다.

모테기 일본 외상은 지난해 12월 이미 튀니지와 모잠비크, 남아프리카공화국, 모리셔스 등 아프리카 4개국 순방을 마쳤다. 게다가 불과 한 달 만인 이달 10일부터 13일까지 다시 세네갈과 나이지리아, 케냐 등 아프리카 3개국 방문에 나선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아프리카 순방이 신종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한 중국-아프리카 협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일본 언론은 모테기 외상의 아프리카 방문이 중국 견제에 있다는 걸 숨기지 않고 있다고 보도해 특히 눈길을 끈다. 모테기 외상은 지난해 아프리카로 떠나기에 앞서 “거액의 인프라 투자로 아프리카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중국이 자원 확보 등을 목적으로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달 새 두 번씩이나 아프리카를 찾는 자신의 발길이 중국 견제에 있다는 걸 분명히 한 셈이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신년 초 아프리카 순방에 떠나는 중국 외교의 전통을 따라 지난 5일 나이지리아를 찾았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명보는 중·일 간 주요 갈등은 역사 문제와 센카쿠(尖閣, 중국명 釣魚島) 열도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인데 최근 일본이 남중국해 문제와 대만 문제에서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긴장을 높이고 있고 이번에 다시 아프리카에서 맞붙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왕이와 모테기의 이번 아프리카 순방에서 일정이 겹치는 곳이 나이지리아인데 이 역시 중국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대국으로 주요 국가인 데다 올해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의 주최국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매력은 자연 자원이 풍부하고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젊은 대륙이며 또 유엔에서 55개나 되는 자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등 서구가 코로나 사태로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일본이 서방을 대표해 아프리카에서 중국 견제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