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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 남은 시장 대행, 서울시 알박기 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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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이후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서울시가 잇따라 산하 기관장을 임명해 논란을 빚고 있다. 4월 7일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고작 3개월 남은 상황에서 임기 3년의 기관장을 임명하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정협 대행, 4월 보궐선거 앞두고 #서울시 산하 기관장 잇단 임명 논란 #TBS·서울물재생공단 이사장 인사 #야당 “3개월짜리가 3년 자리 임명”

서울미디어재단 교통방송(TBS)은 6일 유선영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를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임기는 3년(2024년 1월 5일 종료)이다. 유 신임 이사장은 한국여성민우회 이사, 한국언론정보학회장 등을 지냈다.

그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MBC본부가 총파업을 시작한 직후인 2017년 9월 한국언론학회 등이 “독립성과 공정성 그리고 언론 자유를 훼손해 온 공영방송사 사장과 이사장 등은 즉시 물러나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을 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서울시는 올해 신설된 서울물재생시설공단 이사장(임기 3년)에 박상돈 전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을 지난해 12월 16일 임명했다.

박원순 전 시장이 궐위된 지난해 7월 10일부터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서정협 행정1부시장이 맡고 있다. 권한대행은 인사권을 행사하거나 적극적 행정을 펴기보다는 관리에 방점을 두는 게 일반적이다. 서 권한대행 스스로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시장이 올 때까지 안정적으로 시정을 운영하는 것이 권한대행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은 지난해 임기가 끝났지만 신임 시장이 선출될 때까지 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서 권한대행은 최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산하 기관장 임명 이외에도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거나 방송 인터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791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서울 광화문광장 개조 사업 착공을 강행해 시민단체 등이 강하게 반발했다.

야권은 “인사 알박기”라고 비판한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3개월 짜리가 3년짜리 이사장을 임명하느냐. 권력 공백기를 틈탄 전형적 알박기”라며 “3개월 후 서울시민 뜻에 따라 선출된 권력이 3년 임기의 이사장을 임명하는 게 상식”이라고 했다.

특히 TBS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정치적 편향성 시비가 상당한 프로그램을 내보내 논란을 자초해 왔다. 최근에도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주진우씨, 배우 김규리씨 등이 캠페인에 출연해 더불어민주당의 선거 기호를 연상하게 하는 “일(1)합시다”를 외쳐 사전 선거운동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TBS는 5일 캠페인을 중단하기로 했다.

과거 민주당은 권한대행 인사권 행사에 비판적이었다.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뒤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한국마사회장 등을 선임하자 민주당은 “대통령 행세하냐”고 꼬집으면서 “마사회장 내정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여타 공기업에 대한 인사권 행사도 중단하라”(최인호 당시 최고위원)고 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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