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지헌아 어서 일어나렴"

중앙일보

입력

23일 오후 6시 일산신도시 국립암센터 935호실.

5인용 병실 한켠 병상에는 최근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이지헌(10.벽제초등학교 4년)양이 핏기 없고 풀 죽은 모습으로 누워 있다. 병문안차 방문한 벽제초등학교 어머니 회장 이은희(41)씨가 "지헌아, 좀 괜찮니"라고 인사를 건넨다. 그러나 지헌이는 말이 없다. 맑은 눈을 크게 뜨고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인사를 대신한다.

평소 건강하던 지헌이에게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이달 초. 감기와 빈혈증세를 보여 일산 백병원을 찾았다가 청천벽력과도 같은 진단을 받았다.

지헌양은 이후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17일째 받고 있다. 하지만 "항암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건강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료진의 소견에 지헌이와 어머니 송현숙(39)씨는 용기를 다져먹고 있다. 그러나 가정형편상 앞으로 수천만원이 들어갈지도 모르는 항암치료비를 마련하기 어려워 모녀는 절망하고 있다.

宋씨는 8년 전 남편과 헤어진 뒤 지헌이와 언니(12.초등학교 6년) 등 두 자녀를 혼자 힘으로 키우고 있다. 집도 없는 宋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충북 청주에까지 내려가 건설회사에 다니며 주말에만 집에 올라와 아이들 얼굴을 본다.

이런 딱한 사정이 알려지자 지헌이의 같은반 친구들이 '지헌이 살리기 운동'에 팔을 걷고 나섰다. 전교생이 돼지저금통을 털고 용돈을 절약하는 방법으로 모금한 9백여만원을 이날 전달했다. 학부모와 교사들의 헌혈증서 2백88장도 같이 전했다. 031-962-80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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