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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선거 뒤집기 요구에···펜스, 면전서 거부 "권한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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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오른쪽)이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나는 바이든 승리를 막을 권한이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AFP=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오른쪽)이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나는 바이든 승리를 막을 권한이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AFP=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면전에서 자신에게는 선거 결과를 바꿀 권한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대선 결과를 뒤집으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트럼프, 6일 양원 합동회의서 '뒤집기' 요구 #펜스 "내겐 그럴 권한 없다" 사실상 거절

뉴욕타임스(NYT)가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서 한 보도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나는 나에게 조 바이든의 대선 승리를 위한 의회 인증을 막을 권한이 없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오찬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부통령은 부정하게 선출된 선거인단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펜스 부통령을 압박한 이후 열렸다.

상·하원 합동 회의는 대통령 선거 결과를 확정 짓는 마지막 법적 절차다. 상원과 하원이 모여 각 주에서 의회로 보낸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알파벳 순서로 발표하고 인증한다.

상원의장이 이 합동 회의를 주도하는데, 미국 상원의장은 부통령이 당연직으로 맡는다. 그간의 관행에 따르면 이 절차는 지난해 12월 14일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받아들이는 형식적 절차다. 상원의장으로서 부통령 역시 순전히 절차를 진행하는 역할에 그쳤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이 절차를 대선 불복의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뒤집는 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합동 회의에서 상·하원 각각 한 명의 의원이 특정 주 선거인단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 상원과 하원은 각각 흩어져 논의를 갖고 표결로 선거인단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실제 일부 공화당 의원들과 하원 의원들은 승인에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하원은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고, 공화당 상원 지도부 역시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자는 입장이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은 의원 표결이 아닌 합동 회의를 주도하는 부통령의 권한으로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뒤집으라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우리의 위대한 부통령이 해내길 바란다. 그는 대단한 사람”이라며 대선 뒤집기를 종용하고, 이어 5일에도 트위터로 "부통령은 부정하게 선출된 선거인단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적은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조지아주 상원 결선을 앞두고 유세현장을 찾아 "펜스 부통령이 해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조지아주 상원 결선을 앞두고 유세현장을 찾아 "펜스 부통령이 해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앞서 루이 고머트 공화당 하원의원도 텍사스주 연방 법원에 펜스 부통령에게 선거인단 인증 과정에서 넓은 재량권이 보장해야 한다며 관련 소송을 걸기도 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와 NYT 등 현지 주요 언론들은 “부통령은 주들이 의회에 보낸 결과를 변경할 일방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설명한다. CNN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도 이번 주 초 상원 의원들과 만나 합동 회의에서 부통령의 역할에 대해 검토했고, 백악관 법률 고문에게 부통령이 선거 결과를 뒤집을 권한이 없다는 얘기도 들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되는 무리한 요구에 난처해진 펜스 부통령은 ‘법적 권한’을 방패 삼아 압박을 피해 나가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2024년 대선 출마를 노리는 펜스 부통령으로선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층을 지나치게 자극할 순 없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NYT의 보도가 나간 후 “펜스 부통령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펜스 부통령과 나는 부통령에게 그럴 권한이 있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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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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