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전하다지만“ 이란과 협상 장기화에 억류 선원 가족들 시름

중앙일보

입력

선사 측 “정부가 이란과 협상 중…난관 많아” 

호르무즈해협 해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 케미’의 억류 해제를 위한 협상이 난관에 부딪혔다는 소식에 가족들이 발을 구르고 있다.

가족들 “선사 측과 소통하며 협상 잘되길 고대” #

 선박 선사인 디엠쉬핑 관계자는 5일 “나포 이유가 해양 오염이 아닌 정치적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협상이 쉽지 않다. 조기 억류 해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걸리겠지만, 반드시 협상에 성공해 억류해제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 나포된 한국 케미는 5일 현재 남부 반다르아바스 항에 억류 중이다. 선사 측은 나포된 선원들이 안전하게 선박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디엠쉬핑을 관리하는 타이쿤쉽핑 관계자는 “지난 4일에 이어 5일 오전 한국 선원 가족 모두에게 또다시 연락해 상황을 알렸다”며 “다행히 선원 가족들이 큰 동요없이 협상 결과를 차분히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5일 부산에 위치한 한국케미 선박 관리회사가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한국 선박 한국케미가 나포됐다. 송봉근 기자

5일 부산에 위치한 한국케미 선박 관리회사가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한국 선박 한국케미가 나포됐다. 송봉근 기자

 한국 선원 중 삼등 항해사인 전모(20)씨의 어머니 신모씨는 “5일 오전 선사에서 연락이 와 ‘선원들의 신원이 안전하게 확보됐다’고 알려왔다”며 “아들 얼굴이라도 봐야 안심이 될 것 같다고 선사 측에 이야기하자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답하더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해사 고등학교를 졸업한 전씨는 지난해 9월 한국 케미에 승선해 첫 해외 항해에 나섰다가 지난 4일 나포됐다. 이 선박에는 전씨 외 한국 선원 4명과 미얀마 11명, 인도네시아 2명, 베트남 2명 등 모두 20명이 승선했다.

 선사인 디엠쉽핑은 선박, 선원 등 상태 확인을 위해 5일 오전 선주상호보험(P&I)에 현지 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디엠쉽핑 관계자는 “이란 입장대로 실제 우리 측에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는 절차를 밟는 것”이라며 “보험사 측이 현지에 조사관을 파견해 해양 오염과 선원 안전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이유로 나포…협상 쉽지 않아” 

한국 선박 '한국케미'가 지난 4일 오전 10시30분(현지시각)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될 당시 모습. 오른쪽에 작은 배가 이란 혁명수비대가 탄 선박. 회사 측 CCTV 캡쳐.

한국 선박 '한국케미'가 지난 4일 오전 10시30분(현지시각)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될 당시 모습. 오른쪽에 작은 배가 이란 혁명수비대가 탄 선박. 회사 측 CCTV 캡쳐.

 앞서 이란 외무부는 “이 사안은 완전히 기술적인 것이며, 해당 선박은 해양 오염에 대해 조사하라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조처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디엠쉽핑은 “해양 오염을 일으키지 않았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디엠쉽핑 관계자는 “해양 오염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주변에 오가는 배가 많아 해양오염을 했다면 신고가 벌써 접수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나포가 외교적 사안으로 번지자 미국 국무부가 4일(현지시각) 대변인 명의로 즉시 억류해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란 정권은 국제사회의 제재 압력 완화를 얻어내려는 명백한 시도의 일환으로 페르시아만에서 항행의 권리와 자유를 계속 위협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란에 유조선을 즉각 억류 해제하라는 한국의 요구에 동참한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일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외교부 청사로 돌아오며 이란의 한국 유조선 나포 관련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성룡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일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외교부 청사로 돌아오며 이란의 한국 유조선 나포 관련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도 5일 보도자료를 내고 “억류를 즉각 해제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이란은 미국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위협했고 여러 차례 선박을 나포하기도 했다”면서 “우리 선원과 선박은 정치적 외교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연맹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분의 1이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로 우리 선박이 반드시 지나야 하는 항로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원유나 천연가스를 싣고 아라비아해, 인도양으로 향하는 항로이기도 하다. 국내 선원들은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원유와 화학제품 70%를 싣고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야만 한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