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담배회사들, 흡연반대 광고에 반격

중앙일보

입력

수년간 각종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려 온 미국의 담배회사들이 최근 주정부나 공익단체의 흡연반대 광고에 맞서 소송을 제기하거나 준비하는 등 공세로 전환하고 있다.

담배회사들은 '흡연 피해자' 집단소송의 패소에 따라 배상금 조로 부담하게 된 담배부가세나 공익기금이 최근 점점 더 강한 흡연 반대 메시지와 담배회사들을 비방하는 광고의 제작비로 사용되고 있는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물론 담배회사들의 법정 반격에는 기본적으로 금연광고의 효과로 흡연율이 저하될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도 깔려 있다.

R.J.레이놀즈 담배와 로릴러드 담배는 지난 4월1일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지방법원에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흡연반대 광고가 헌법으로 보장된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두 회사는 흡연의 위험성을 설명하는 광고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전제하면서 캘리포니아의 '반(反)담배산업'광고는 "캘리포니아 주민들과 담배와 관련된 건강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담배업계 종사자들의 성격과 행동을 비방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88년 만들어진 법률에 따라 담배업계에 담배 1갑당 25센트의 부가세를 부과해 모은 기금으로 금연운동을 해왔다.

델라웨어 주에서는 로릴러드사를 조롱하는 광고를 내보낸 비영리 공익법인 미국유산재단(ALF)과 로릴러드사가 지난해부터 법정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ALF의 광고는 담배에 요산이 함유된 점을 비유해 개를 산책시키는 한 배우가 로릴러드 본사에 전화를 걸어 개오줌을 사고 싶냐고 묻는 내용을 담았다.

광고에 발끈한 로릴러드사는 ALF와 수차례 항의.반박서한을 주고 받았으며 로릴러드사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예고하자 ALF가 델라웨어주에서 먼저 소송을 냈다.

이런 소송들은 모두 '비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R.J.레이놀즈사의 대니얼 도나휴 수석부회장 겸 고문변호사는 "캘리포니아주가 더 이상 우리 돈을 쓰면서 거짓광고를 유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송을 냈다고 말하고 있다.

또 담배회사들은 이런 광고들이 담배산업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서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흡연반대론자들은 최근 담배회사들이 기분이 좀 나쁠 때마다 소송을 건다며 광고들을 중단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보건당국의 켄 오궈스트 대변인은 "우리 광고는 흡연과 담배산업의 진실을 말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오궈스트 대변인은 캘리포니아주가 지난 89년부터 미국에서 처음으로 금연교육캠페인을 벌인 결과 캘리포니아주의 성인과 청소년 흡연율이 미국내 최저로 낮아져 많은 주들이 모델로 삼고 있다고 자부했다.

ALF의 힐튼 회장도 담배산업을 "고객의 50% 를 사망하게 해서 돈을 버는 산업"이라고 비난하며 "우리는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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