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교실 강의 통했다" 수시로만 SKY 10명 보낸 대전 한빛고

대전시 중구 안영동에 있는 한빛고는 대둔산 자락의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대도시에 있지만 사실상 시골 학교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한빛고는 평준화고인데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는 데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대전 한빛고, 내년 수시전형서 'SKY' 10명 진학 #도시 외곽, 대둔산 자락에 자리잡은 평준화고 #"등교 수업 처럼 교실서 강의하고 실시간 중계" #세대공감 톡서토론, 태권도, 댄스스포츠 배워

한빛고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태권도를 하고 있다. [사진 한빛고]

 이런 한빛고가 이번 입시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2021년 수시 전형에서 서울대 4명, 성균관대 4명, 연세대와 고려대 각각 3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여기다가 서울 소재 주요 대학, 충남대·충북대 등 충청권 국립대까지 합격자는 총 101명이다. 남녀 공학인 이 학교 전교생 186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수도권과 충청권의 명문대에 진학한 것이다.

 한빛고 홍사건(68) 이사장은 “서울대와 연·고대 등 이른바 ‘SKY’ 대학에 이렇게 많은 합격자를 배출한 거는 1989년 개교 이래 처음”이라며 “대전지역 다른 인문계 고교보다 학생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학교에서 일군 값진 성과”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전국의 모든 학교와 마찬가지로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학생이 등교하지 못해 수업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학교는 무선 인터넷망을 확충하고 온라인 원격 수업에 대비했다. 학생이 등교는 못 했지만 교사는 등교 수업할 때와 마찬가지로 교실에서 강의를 진행했다. 이 수업은 ‘줌’ 프로그램으로 생중계하고, 학생은 실시간으로 접속해 수업을 들었다. 모든 수업은 이런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학교 안진호 교장은 “온라인 수업이지만 사실상 교실 수업과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강의를 교실에서 실시간 중계했다”며 “이렇게 수업을 한 학교는 드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입학 직후부터 학생 특성에 맞는 진로·진학 방향을 설정해 지도해 왔다. 교육 프로그램 연구·개발과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을 위한 워크숍은 주기적으로 개최한다.

 교육과정은 학력 정도에 따라 기초와 기본·심화 등 3단계로 운영된다. 기초 학력 프로그램은 학생이 교육에 적응할 수 있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기본 학력 증진을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 간 멘토·멘티 활동, 교과 주제별 소그룹 협력학습(스터디 그룹) 등을 하고 있다.

대전 중구 한빛고등학교 새천년 미래관에서 열린 전통 성년례에서 3학년 학생들이 계례식 마친 후 셀카를 찍고 있다. 뉴스1

 인성 함양이나 진로를 준비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많다.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이 모여 책을 읽고 대화하는 ‘세대공감 독서토론’과 학교에서 선정한 ‘고전 50선 읽기’ 등이 대표적이다.

 이 학교에는 81명을 수용하는 기숙사(인재원)가 있다. 홍 이사장이 2015년 35억원을 들여 지었다. 기숙사에는 자료실과 세미나실 등을 갖췄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학년별 전담교사제를 통해 집중 관리를 받는다.

 학생들은 매주 1시간씩 태권도를 배운다. 졸업 때까지 태권도 1단을 딴다. 전교생은 또 격주로 1시간씩 댄스 스포츠를 익힌다. 전교생 장애인 체험과 다도(茶道) 등 전통문화 배우기, 한빛 에코힐링워킹 프로그램, 전통 성년례 등도 있다.

 학교 중앙에는 높이 35m의 국기봉이 설치돼 있다. 태극기의 폭은 8m다. 국내 학교에서는 가장 높은 곳에 가장 큰 태극기가 걸려 있다고 한다. 학생에게 나라 사랑 정신을 일깨워주기 위해서 설치했다. 홍 이사장은 “실력 있는 인재 양성을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