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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끌어온 설악산 케이블카, 추진 탄력”…행정심판 인용 “사업 정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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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모식도. 중앙포토

강원도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모식도. 중앙포토

강원도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다시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행심위, 전문가의 의견 청취 후 논의 거쳐 결정 #원주환경청, 동의 또는 조건부 동의 처분 내려야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는 29일 정부세종청사 심판정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통보 취소 청구에 대해 심리한 결과 원주지방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해 9월 환경파괴 우려 등을 이유로 사업을 부동의 처리했고, 양양군은 이에 반발해 같은 해 12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행심위는 지난 11월 현장증거조사와 분야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직접 청취한 후 논의를 거쳐 다수결에 따라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의견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11월 설악산생태탐방원 앞에서 양양지역 주민들이 케이블카 설치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양양군]

지난 11월 설악산생태탐방원 앞에서 양양지역 주민들이 케이블카 설치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양양군]

 행심위의 재결은 행정심판법에 따라 기속력(법원이나 행정기관이 스스로 내린 판결이나 처분을 취소·변경할 수 없는 효력)이 발생한다. 또 이번 결정은 행정소송과 달리 단심제이기 때문에 원주지방환경청은 결정 취지에 따라 동의 또는 조건부 동의 처분을 내려야 한다.

 행심위의 이번 결정으로 강원도와 양양군은 사업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백두대간개발행위 사전협의 등 앞으로 남은 인허가 사항을 내년 상반기 중에 마치고 하반기에는 공사에 착공할 계획이다.

 양양지역에서도 이번 인용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준화 친환경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추진위원장은 “그동안 어떤 정부는 승인해주고 어떤 정부는 불허하면서 주민들이 겪는 고통이 상당했다”며 “앞으로 환경단체와 소통을 통해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진하 양양군수는 “긴 터널을 빠져나온 것 같다. 이번 심리에서 동물과 식물, 식생, 경관, 지질까지 총망라해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제시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 국립공원사업시행 허가와 백두대간개발행위 등 남은 인허가 사항을 절차에 따라 빠르게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이 29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관련 행정심판이 열리는 세종청사에서 행정심판기각을 촉구하는 고공피켓팅을 하는 모습. [사진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이 29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관련 행정심판이 열리는 세종청사에서 행정심판기각을 촉구하는 고공피켓팅을 하는 모습. [사진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 466번지와 끝청(해발 1480m) 사이에 길이 3.5㎞의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1982년부터 시작된 사업은 환경 훼손 문제 등으로 인해 40년 가까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박근혜 정부 당시 관광 서비스 분야 과제로 제시되면서 사업이 본격화됐지만, 찬반 논란으로 원주지방환경청이 2016년 11월 양양군에 환경영향평가서 보완을 요구하면서 다시 중단됐다. 이후 양양군이 지난해 5월 환경영향평가서를 보완해 다시 제출했지만, 환경부는 같은 해 9월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한편 이날 오전 세종청사에서 행정심판 기각을 촉구하며 고공피켓팅을 한 환경단체들은 행심위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인철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상황실장은 “이번 정부 들어 정상궤도로 돌아온 상황이었는데 깔끔하게 매듭짓지 못하고 다시 혼란을 야기 시킨 것은 행정·정무적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산지전용허가 문제와 공원사업시행허가 등 여러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더 적극적으로 이 사업이 허가되지 않게끔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

양양=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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