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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소수민족 담당 수장에 66년만에 한족 출신…'통합' 밀어붙이나

중앙일보

입력

중국이 소수민족 문제를 관할하는 국가민족사무위원회 주임 자리에 소수민족이 아닌 한족(漢族) 인사를 앉혔다. 이례적인 인사에 소수민족의 자치 보다는 한족 중심의 중화민족 통합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중국 당국이 네이멍구자치구에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한어(漢語) 수업 시행을 명령하자 지난 9월 거센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시위자들이 ‘몽골의 전통문화를 보호하자’는 구호를 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네이멍구자치구에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한어(漢語) 수업 시행을 명령하자 지난 9월 거센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시위자들이 ‘몽골의 전통문화를 보호하자’는 구호를 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관영 신화사(新華社)는 28일 한족인 천샤오장(陳小江)이 지난 14일 국가민족사무위 공산당 조직인 당조(黨組) 서기로 임명된 데 이어 26일 다시 국가민족사무위 주임으로 임명됐다고 보도했다. 천에게 소수민족 문제와 관련된 모든 일을 맡긴 것이다.

기율위와 감찰위서 활동하던 58세 한족 천샤오장 #14일 민족사무위 당조 서기 이어 26일 주임에 임명 #과거 66년 동안 소수민족이 맡아오던 관례 깨져 #시진핑 집권 이래 계속돼온 소수민족 옥죄기 연속

국가민족사무위 주임에 한족이 임명된 건 6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은 건국 후 민족사무위원회 초대 주임으로 한족인 리웨이한(李維漢)을 임명했다. 그는 소수민족 우대와 지역 자치 등 초기에 소수민족을 끌어안을 수 있는 여러 정책을 마련했다.

천샤오장은 14일 국가민족사무위 당조(黨組) 서기에 이어 26일엔 주임으로도 임명돼 소수민족 문제를 총괄하게 됐다. 기율위원회 및 감찰위원회 출신으로 소수민족에 대한 강경책이 예상된다. [중국 바이두 캡처]

천샤오장은 14일 국가민족사무위 당조(黨組) 서기에 이어 26일엔 주임으로도 임명돼 소수민족 문제를 총괄하게 됐다. 기율위원회 및 감찰위원회 출신으로 소수민족에 대한 강경책이 예상된다. [중국 바이두 캡처]

이후 우란푸(烏蘭夫, 몽골족)와 양징런(楊靜仁, 회족), 리더주(李德洙, 조선족) 등 소수민족 인사가 중국의 소수민족 문제를 담당하는 국가민족사무위원회 주임으로 활약했고 최근까지도 몽골족의 바터얼(巴特爾)이 이 자리를 지켰다.

한데 바터얼을 임기 전 퇴진시키고 한족인 천을 앉힌 것이다. 1962년생으로 저장(浙江)성 출신인 천은 우환(武漢) 수리학원을 졸업한 뒤 84년부터 2015년까지 31년을 수리(水利) 부문에서 일하다 왕치산(王岐山)의 눈에 들어 중앙기율위원회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고속 승진을 거듭해 중앙기율위 선전부장, 랴오닝(遼寧)성 기율위 서기를 거쳐 중앙기율위 부서기 겸 국가감찰위원회 부주임 등 당원의 기율 문제와 공무원의 비위 사건 등을 담당하는 기율위와 감찰위에서 활약했다.

중국 네이멍구자치구의 한 초등학교 중국어(語文) 수업. 중국 당국은 2020년 가을 학기부터 소수민족 학교를 상대로 한어 수업을 강화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 캡처]

중국 네이멍구자치구의 한 초등학교 중국어(語文) 수업. 중국 당국은 2020년 가을 학기부터 소수민족 학교를 상대로 한어 수업을 강화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 캡처]

그런 그가 국가민족사무위원회의 수장이 됐다는 건 소수민족 문제와 관련해 자치나 권익을 확대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의 통제나 단속을 강화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 이래 계속돼온 소수민족 옥죄기 정책의 연속으로 읽힌다.

지난해 중국의 여러 대학은 과거 소수민족에 부여해온 대입 시험에서의 가산점을 앞으로 더는 부여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소수민족에 주어지던 중요한 우대 정책 하나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14일 소수민족 문제를 담당하는 국가민족사무위원회 당조(黨組) 서기로 몽골족인 바터얼 대신 한족인 천샤오장을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국가민족사무위 홈페이지 캡처]

중국 공산당은 지난 14일 소수민족 문제를 담당하는 국가민족사무위원회 당조(黨組) 서기로 몽골족인 바터얼 대신 한족인 천샤오장을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국가민족사무위 홈페이지 캡처]

또 지난 9월 초엔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에서는 한어(漢語) 교재 사용을 놓고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제까지 네이멍구의 초등학교 1년생은 민족 언어인 몽골어 수업을 받았는데 2020년 가을 학기부터는 한어 수업을 받도록 방침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에 네이멍구 곳곳에서 수만 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몽골어를 배우는 건 빼앗길 수 없는 권리”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며 등교 거부 운동을 펼쳤고 중국 당국은 이들에게 현상금 10만 위안(약 1700만원)을 내걸며 강경하게 대처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몽골족 바터얼의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교체하고 그 자리에 기율위 출신의 천샤오장을 앉혔다는 건 중국 당국이 앞으로 소수민족의 반발에 강력하게 대처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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