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文과 찰떡호흡 과시할수록 지지율은 하락, 이낙연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16일 제3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문재인 대통령 옆에서 발표를 듣고 있다. 옆으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제3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문재인 대통령 옆에서 발표를 듣고 있다. 옆으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세 박자”를 강조했다. “코로나를 완전히 종식시키고 일상으로 온전히 복귀하기 위해서는 방역과 백신, 치료의 세 박자가 모두 갖춰져야 한다”고 당부하면서다. 한 시간 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진단·치료·예방의 3종 세트”를 거론했다. 그는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의 조건부 사용 승인 신청이 내일 식약처에 접수된다”고 알렸다.

이낙연호 민주당이 출범 이후 청와대와 ‘원팀’으로 움직여온 걸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코로나19 대응뿐 아니라 3차 재난지원금,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 등 일련의 굵직한 현안 대부분에서 이 대표는 대통령과 한마음으로 움직였다. 민주당 전당대회 직후(9월 9일) 문 대통령이 이 대표를 청와대에 불러 “당·정 관계는 환상적”이라고 한 그대로다.

文-李 찰떡 호흡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가 지난 12일과 26일, 이달 들어 두 차례 문 대통령과의 독대했다”며 “국무총리 시절부터 국정 파트너로 호흡을 맞춰온 이 대표가 대통령의 국정과제 수행 및 인사 전반에 구체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측근은 “만남 뿐 아니라 전화 통화도 잦다. 이 대표 휴대폰으로 대통령 직통 전화가 종종 걸려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국무총리 시절의 이낙연 대표.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국무총리 시절의 이낙연 대표. 연합뉴스

그간 문 대통령이 공개 메시지를 낼 때마다 이 대표는 이를 적극 받아들여 논의하고 입법했다. 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진통을 겪던 지난 7일 문 대통령은 “개혁 입법이 반드시 통과되고 공수처가 출범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추·윤 갈등 최고조 국면에서 민주당에 흔들림 없는 입법 드라이브를 요청하는 신호였다. 이 대표는 “개혁에는 고통이 따른다. 저항도 있다. 그런 저항을 포함한 모든 어려움을 이기며 역사를 진전시켜야 한다”고 답한 뒤 10일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를 이끌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매출 급감에 임대료 부담까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일인지에 대한 물음이 매우 뼈아프게 들린다”고 임대료 문제를 공개 거론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가 이틀 뒤(1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임차료 문제를 포함해 소상공인·자영업자 긴급보호대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27일 당·정·청이 국회에서 최대 100만원의 임대료 추가 지원금이 포함된 3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확정했다.

개인 지지율은 하락

가장 최근인 지난 26일 독대는 문 대통령이 하루 전 이 대표를 불러 이뤄졌다고 한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포함해 연말 개각 범위와 후보군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눈 자리였다. 민주당 의원 중 누구를 내각에 보내면 좋을지, 어떤 사람이 장관 후보자로 적합한지 등이 논의됐다. 이 대표는 다음날 통화에서 “일부러 내가 밖에 (개각 내용을) 취재하고 다니지는 않는다”며 “개각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것으로 감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주변에선 “당대표 역할에 갇혀 개인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를 잡지 못한다”(의원실 보좌진)는 우려가 나온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 실현에만 집중하다보니 정책 실패 비난을 함께 떠안는 한편, 대안 제시에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2017년 총리 발탁 때만 해도 호남 출신 비문(非文)이란 점에서 균형감·안정감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당대표 취임 후 단독 입법을 강행하는 등 중도 확장성보다 진영 내 선명성에 치우친 행보를 보였다.

그러는 새 지지율은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리얼미터는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1일부터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남녀 2041명을 조사한 결과 이 대표가 전주보다 2.4%포인트 하락한 18.2% 지지도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8개월 연속 하락세로, 1위는 윤석열 검찰총장(23.9%)이 차지했다. 이재명 경기지사(18.2%)는 공동 2위다. 민주당의 수도권 재선 의원은 “아직 친문 열성 지지층이 이낙연에 올인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대표 본인도 중도층과 지지층 사이에서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