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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깍깍' '쯔쯔' 소리 나는 곳 살피면 잘 몰랐던 새 이웃 만날 수 있죠

중앙일보

입력

심여진(왼쪽)·홍섬 학생기자가 탐조용 고배율 망원경으로 도봉숲속마을 인근 숲에서 볼 수 있는 새들을 관찰했다.

심여진(왼쪽)·홍섬 학생기자가 탐조용 고배율 망원경으로 도봉숲속마을 인근 숲에서 볼 수 있는 새들을 관찰했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곳에 사는 대표적인 야생동물은 무엇일까요. 바로 새입니다. 인도 위에서 먹이를 찾느라 뒤뚱대며 걷는 비둘기, 공원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참새, 나뭇가지에 앉아 "깍깍" 우는 까치는 일상에서 자주 보이죠. 전 세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새는 종 수만 해도 9000여 종쯤 돼요. 우리가 사는 도심은 원래 새를 비롯한 각종 야생동물의 보금자리이기도 했는데요. 재개발·재건축 등으로 도시의 녹지공간이 줄어들면서 이들의 터전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심여진(왼쪽)·홍섬 학생기자가 탐조 활동에 앞서 새들의 이름과 생김새를 알아봤다.

심여진(왼쪽)·홍섬 학생기자가 탐조 활동에 앞서 새들의 이름과 생김새를 알아봤다.

북한산국립공원과 인접한 서울시 도봉구 소재 도봉숲속마을은 송석교육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교육 시설이에요. 자연 친화적 교육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에게 생태와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곳입니다. 도심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새들을 위한 활동으로는 인공 새집 설치, 탐조(探鳥·자연 상태에 있는 새들을 관찰하는 행위)를 해볼 수 있죠. 심여진·홍섬 학생기자가 '산새들의 겨울나기' 프로그램을 통해 새들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도봉숲속마을 사무국 김민주 선생님이 강의실에서 이들을 맞이했죠.

새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일단 어떤 새인지 이름과 생김새부터 알아야겠죠. 김민주 선생님이 여러 장의 새 그림을 책상 위에 펼쳐놓았어요. "이건 오늘 우리가 숲에서 만날 가능성이 큰 6종의 새 모습이에요. 가끔 숲이나 공원을 걷다 보면 '깍깍깍-' '쯔쯔쯧-' 이런 소리가 들릴 때가 있죠? 이건 모두 야생에 사는 새들이 내는 울음소리랍니다. 이들이 과연 누구인지 알아봅시다. 일단 똑같은 종류의 새끼리 분류해 보세요."

도봉숲속마을 사무국 김민주 선생님과 김보경 인턴(오른쪽부터 차례대로)에게 새들의 둥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도봉숲속마을 사무국 김민주 선생님과 김보경 인턴(오른쪽부터 차례대로)에게 새들의 둥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고심 끝에 새 사진을 종류별로 분류한 학생기자단.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꽤 잘 구분해냅니다. 까만색·빨간색·하얀색 깃털이 섞인 오색딱따구리, 뾰족하고 엷은 잿빛 머리털을 가진 빨간 볼의 직박구리, 목에서 배 가운데까지 넥타이 모양의 굵은 검은색 세로띠가 있는 박새, 몸은 짙은 주황색이지만 얼굴은 검은색인 딱새, 머리 꼭대기에서 뒷목까지 검은색이 박힌 곤줄박이, 등은 적갈색이고 배는 황갈색인 뱁새가 바로 겨울 도봉숲속마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새들이에요. "여기 있는 새 일부는 생긴 건 비슷한데 머리 깃털 색깔이 다르네요." 홍섬 학생기자의 말에 김 선생님이 "새는 성별에 따라 생김새가 달라지기도 해요. 예를 들어 오색딱따구리 수컷은 머리에 빨간색 깃털이 있고요. 딱새는 수컷의 몸통은 주황색이지만, 암컷의 몸통은 회색빛이에요."라고 설명했어요. 통성명하고 보니 직박구리와 박새는 도심에서도 많이 보던 얼굴이었네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새들에게 줄 먹이로 준비한 으깬 땅콩, 들깨 등 각종 견과류.

소중 학생기자단이 새들에게 줄 먹이로 준비한 으깬 땅콩, 들깨 등 각종 견과류.

새들의 집도 구경해 봅시다. 새는 평소 나무 구멍이나 가지 위에 머물거나 꾸벅꾸벅 졸아요. 둥지는 짝짓기 후 알을 낳고, 품고, 새끼를 키우기 위해 마련하는 임시 거처죠. 눈에 띄지 않고 비·눈·햇볕을 피할 수 있는 곳에 주로 만들죠. 겉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눈에 띄지 않게 하고, 안쪽은 가는 나뭇가지·풀·깃털·다른 짐승의 털로 덮어 안식처가 될 수 있게 만듭니다. "새 종류마다 둥지의 특징이 달라요. 박새는 보통 이끼를 많이 사용해서 둥지에 초록빛이 돌죠. 그에 비해 딱새는 조금 거칠거칠한 질감의 재료들을 좋아해요. 오목눈이의 둥지는 담벼락에 있는 담쟁이덩굴 같은 관목 식물 사이에 있어요."(김)

 한국의 텃새 중 하나인 박새가 먹이대에 놓인 사과를 먹기 위해 먹이대 입구에 앉아있다. [도봉숲속마을]

한국의 텃새 중 하나인 박새가 먹이대에 놓인 사과를 먹기 위해 먹이대 입구에 앉아있다. [도봉숲속마을]

이름과 얼굴, 사는 곳을 알았으니 이제 새들에게 줄 선물을 만들어 볼까요? 도봉숲속마을에서는 인근에 사는 새들을 위한 먹이를 줄 수 있어요. "새들은 계절마다 먹이의 종류가 달라져요. 겨울에는 숲에 열매가 없으니 가을에 미리 열매·씨앗들을 물어다가 나무 구멍 등에 저장해놔요. 또 추워지면 낙엽 밑에 있는 풀씨들을 먹기도 해요. 알고 보면 도시에 있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새들의 먹이 창고일 수도 있는 거죠. 근데 그 나무가 없어지면 새들의 식량 창고도 사라지는 거예요." 새마다 선호하는 먹이도 달라요. 뱁새 같은 작은 새들은 분쇄한 땅콩·들깨 등 크기가 작은 먹이들을 잘 먹고, 딱따구리·직박구리는 껍질을 까지 않은 땅콩이나 사과를 좋아해요.

서정화 야생조류교육센터 그린새 대표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쌍안경으로 새들을 관찰하는 법을 알려줬다.

서정화 야생조류교육센터 그린새 대표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쌍안경으로 새들을 관찰하는 법을 알려줬다.

땅콩·각종 견과·사과·들깨 등을 먹이통에 담는 학생기자단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홍섬 학생기자는 계란판을 재활용한 먹이통에 종류별로 골고루 담았고, 심여진 학생기자는 나무 그릇 안에 들깨와 땅콩가루를 정성스럽게 넣었어요. 여기에 다른 한 손에는 새빨간 사과까지 야무지게 쥐었답니다. 김 선생님이 새들을 만날 준비를 마친 소중 학생기자단 목에 쌍안경을 걸어줬어요. "새들은 쌍안경으로 봐야 종류와 성별을 구분할 수 있어요. 눈으로는 자세히 보기 힘드니까 새가 보이면 쌍안경의 초점을 맞춰서 움직임을 들여다보세요."

돌계단을 올라 본관 뒤편 숲속으로 이동한 심여진·홍섬 학생기자는 숲속 앞 음악당에서 서정화 그린새 야생조류교육센터 대표와 만났어요. 서 대표는  『새들의 비밀』 『어린이 새 비교도감』 『한국조류생태도감』 등을 집필한 조류 전문가로, 다수의 탐조 프로그램을 이끌며 시민들에게 새들을 소개하고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어요.

 심여진(왼쪽) 학생기자가 도봉숲속마을 사무국 김보경 인턴과 함께 준비한 새 먹이를 먹이대에 놓고 있다.

심여진(왼쪽) 학생기자가 도봉숲속마을 사무국 김보경 인턴과 함께 준비한 새 먹이를 먹이대에 놓고 있다.

"새들의 입장에서 땅콩·들깨·사과 등은 소고기로 만찬을 즐기는 것과 같아요. 여러분이 준비한 먹이도 먹이대 앞에 놓아둬 봅시다. 새들이 놀랄 수 있으니 천천히 움직여야 해요."(서) 조심스럽게 먹이대 앞에 먹이를 갖다둔 학생기자단. 곧 박새·곤줄박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날아와 분쇄한 땅콩을 움켜쥐고 야무지게 먹기 시작했어요. "정말 신기해요." 망원경에 눈을 대고 새들을 관찰하는 학생기자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합니다. "저기를 보세요." 그때 서 대표가 먹이대의 왼쪽을 가리켰어요. 서 대표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이 향한 곳에는 청딱따구리가 나뭇가지에 앉아 햇볕을 받으며 쉬고 있었죠. 한겨울인지라 녹색 깃털을 최대한 부풀리고, 목도 움츠려서 체온이 떨어지는 걸 막고 있는 모습이었어요. 벌레를 발견한 청딱따구리가 몸을 나뭇가지 밑으로 '휙' 돌리자, 소중 기자단이 "와!" 환호성을 질렀어요. 20여 분 정도 관찰했을 뿐인데 벌써 여러 종류의 새를 만났네요.

청딱따구리 수컷이 도봉숲속마을 먹이대를 찾았다. 이마가 빨간색이면 수컷이고, 회색이면 암컷이다.

청딱따구리 수컷이 도봉숲속마을 먹이대를 찾았다. 이마가 빨간색이면 수컷이고, 회색이면 암컷이다.

겨울은 탐조 활동을 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봄·여름 나무에 달렸던 잎들이 겨울에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잎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던 새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새는 철새와 텃새로 나뉘어요. 텃새는 우리나라에서 사계절 내내 머물면서 번식하죠. 지금까지 여러분이 본 딱따구리·박새·동고비 등이 바로 텃새예요. 반면 철새는 짝짓기 철이 되면 이동하는 종류를 뜻해요. 청둥오리·큰기러기·두루미 등 겨울 철새는 시베리아·몽골·중국 북쪽에서 살다가 가을에 상대적으로 덜 추운 우리나라를 찾아와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 살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 새끼를 쳐요. 파랑새·물총새·꾀꼬리 등 여름 철새는 봄에 우리나라를 찾아와 새끼를 낳고, 가을이 되면 동남아시아로 가서 겨울을 납니다."(서)

간혹 아파트 베란다 밑에 새들이 날아와 살기도 해요. 베란다의 틈이 구멍 속에서 서식하는 새들에게 둥지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는 인공 새집을 달아주거나, 최대한 멀리서 지켜보는 게 좋아요. 둥지를 훼손하거나 새끼를 건드리게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는 주변에서 새소리가 들리면 어떤 새인지 궁금해질 것 같아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실감 나요." 심여진 학생기자가 먹이대를 향해 날아드는 직박구리와 큰 부리 까마귀를 지켜보며 말했습니다. "맞아요. 그렇게 지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책이나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야외에서 새의 움직임을 관찰하세요. 그러면 더 많은 새의 이름을 알게 될 거에요."(서)

 직박구리가 나무가지에 앉아있다. 직박구리의 뺨은 붉은색이며, 머리깃은 흐트러져 있고, 꼬리가 길다. [도봉숲속마을]

직박구리가 나무가지에 앉아있다. 직박구리의 뺨은 붉은색이며, 머리깃은 흐트러져 있고, 꼬리가 길다. [도봉숲속마을]

과거와 비교해 도심에서 볼 수 있는 새의 종류는 현격히 줄었어요. 아파트·고속도로를 짓고,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산이 통째로 사라지면 거기에 살던 새들의 서식지도 파괴되기 때문이죠. 환경부 국립생태원의 조사 결과 우리나라에서 2017년 12월부터 2018년 8월까지 건물 유리창에 충돌해 부상·폐사한 야생 조류는 764만9000여 마리, 도로 투명 방음벽에 충돌한 조류는 23만3000여 마리로 추정됩니다. 새들과 인간의 활동 영역이 겹치면서 벌어진 비극인데요. 우리가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새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죠. 이제부터 일상에서 마주치는 새들에게 꾸준히 관심을 가져보고, 이들과 우리가 공존하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해 보세요. 더 많은 새를 구분하게 될수록 자연과 지구가 인간의 터전만은 아님을 알게 될 테니까요.

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박종범(오픈스튜디오)도봉숲속마을, 동행취재=심여진(서울 을지초) 홍섬(서울 서사부초 6) 학생기자

도심에서 새와 공존하는 법 Tip

도심에서 우연히 새를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정화 야생조류교육센터 그린새 대표가 알려주는 행동 요령을 소개합니다.

-새와 가까운 거리에서는 행동을 크게 하면 안 돼요. 새가 사람의 행동을 위협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둥지에서 떨어진 새끼 새를 만난 경우, 손대거나 데려가지 말고 그대로 놓아두세요. 어미가 위에서 지켜보고 있을 확률이 높아요.

-새를 관찰하고 싶다면 최소한 20~30m 떨어진 거리에서 쌍안경 등을 사용해서 살펴보세요. 가까이 가면 둥지를 훼손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도봉숲속마을 청소년프로그램인 '산새들의 겨울나기'를 다녀왔습니다. 먼저 강의실에서 산새들에 대해 알아본 뒤 둥지를 구경하고, 새들을 위한 먹이대도 만들었습니다. 딱따구리 같은 부리가 단단한 새들이 먹는 껍질을 까지 않은 땅콩이나 사과, 부리가 뭉뚝한 뱁새가 먹는 들깨를 비롯해 제가 먹고 싶은 것만 듬~뿍 있던 말린 과일 등을 담고 싶었어요. 숲에선 서정화 대표님을 만나 쌍안경으로 새를 관찰했어요. 한 번 새를 신경 쓰니 이제 가만히 있어도 새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심여진(서울 을지초 4) 학생기자

평소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새는 참새·비둘기·까마귀 정도인데, 숲에 사는 다양한 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취재 전부터 설레었어요. 다양한 체험을 하고, 가까이에서 새들을 볼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죠. 특히 새 중에 발톱 힘이 제일 세다는 청딱따구리가 나무에 수직으로 매달려 벌레를 잡아먹는 모습은 책 속에서만 보았던 건데, 실제로 보니 너무너무 신기했어요! 소중 친구들도 이번 기사를 읽고 주위의 새를 보게 되면, 평소와는 또 다르게 보일 거예요.
홍섬(서울 서사부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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