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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뜬 상태로 기절"…의식불명 택배기사 안타까운 증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0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청년하다 등 단체 관계자들이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청년하다 등 단체 관계자들이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탄절을 사흘 앞두고 택배기사가 물건을 배송하던 중 의식을 잃고 뇌출혈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말을 맞아 하루 약 300개에 달하는 택배 물량을 배송했던 택배기사가 사고 당시 “눈을 뜬 상태로 기절했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공개되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5일 한진택배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시장에서 배송업무를 하던 40대 김모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진 김씨는 뇌출혈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가족과 동료 기사들은 평소 병원에 다닌 적도 없는 김씨가 새벽까지 이어지는 과도한 배송 업무를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MBC 뉴스데스크에 따르면 사고 당시 김씨가 쓰러지던 장면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영상에서 김씨는 흑석시장의 한 정육점 앞으로 수레에 스티로폼 상자를 가득 싣고 옮겼다. 정육점에 상자 하나를 주고 두 개째를 나르려던 순간 어지러운 듯 고개를 푹 숙이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정육점 직원들이 뛰어나와 김씨의 몸을 흔들었지만 그는 일어나지 못했다.

당시 이 장면을 목격한 정육점 직원은 MBC에 "눈을 뜨신 상태로 기절을 하셨더라고요. 흔들어 보고 기사님을 불러 봤는데도 의식을 못 차리셨다"고 말했다. 김씨 가족들은 “아픈 기록도 없고 병원 간 기록도 없고. 그런 사람이 갑자기…”라며 “배송 내역을 보니 거의 16시간을 일한 것이더라”고 했다.

MBC는 김씨가 매일 아침 7시까지 물류센터로 출근해 분류 작업을 하고 오후에 배송을 시작했다며 휴대전화에는 밤 12시 가까운 시각까지 고객에게 남긴 문자 메시지들이 남아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한진택배는 밤 10시 이후 심야 배송을 중단했다고 했지만, 기사들은 배송을 안 한 상태에서 고객에게 배송 완료 문자를 보낸 뒤 새벽까지 일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사고와 관련해 한진 측은 입장문을 통해 "한진은 지난 10월 택배기사 과로방지대책을 발표하고 근무환경 개선 및 건강관리 방안을 시행 중인 가운데 택배기사의 건강 이상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매우 안타깝다"며 "사고 확인 즉시 택배 기사가 입원한 병원을 위로 방문하였고 회복 이후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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