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항생제 먹인 육류구입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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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패스트푸드업체인 맥도날드가 '식품 속 항생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맥도날드는 19일 자사에 육류를 공급하는 모든 축산농가에 대해 질병 예방과 성장 촉진을 목적으로 사료에 섞어 가축에 투약하는 항생제 사용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맥도날드에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를 공급하는 전세계의 축산농가들은 가축 질병을 직접 치료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생물질이 함유된 24종의 성장촉진제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맥도날드의 프랭크 무셰토 공급망관리 담당 부사장은 이 조치의 배경으로 "항생제의 내성에 관한 각종 연구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육류 공급업자들이 자연친화적인 고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봅 롱기스트 사회책임 담당 국장은 "패스트푸드 소매점들은 닭고기 공급업자들이 우리의 새 기준을 준수하는 지 여부를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맥도날드는 앞으로 `구매선호약정'을 활용해 자사에 육류를 공급하지 않는 다른 축산농가들도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패스트푸드업계의 원조격인 맥도널드는 연간 전세계에서 250만 파운드의 육류를 구입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말부터 본격 적용될 이번 조치가 전세계 축산농가의 전반적인 항생제 남용 경향을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다수 축산농가들은 가축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동물 사료에 소량의 항생제를 사용해 왔으며, 이는 의사가 처방하는 약물의 과다 복용과 더불어 항상제에 대한 인체의 내성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의학계에서는 동물에 지속적으로 투약하는 항생제는 박테리아의 내성을 키워 인간에 치명적일 수 있는 `슈퍼버그' 박테리아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1세대 항생제로 불리는 페니실린은 초기 시판됐을 때보다 약효가 많이 떨어졌다는 연구결과가 학계에 보고됐으며, 이같은 현상은 다른 신약에도 똑같이 반복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와 관련, 유럽연합(EU)은 1998년 가축사료에 항생제 사용을 점진적으로 금지키로 했으며, 맥도날드 유럽사업부는 이에 따라 이미 2000년 항생제를 섞은 사료를 먹여 키운 닭고기의 구입을 중단키로 했다.

한편 축산농가들은 사람이 직접 항생제를 남용하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며 맥도날드를 강력 비난하고 나서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미국 최대의 축산농가 단체가 포함된 동물건강연대는 즉각 성명을 내고 "맥도날드의 이번 조치는 과학적인 관점이 아닌 시장 관점에서 나온 것"이라며 "축산농가들이 사용하는 항생제는 미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약"이라고 주장했다. (오크브룩<美일리노이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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