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바르는 역발상…文도 시진핑 부부 주려 챙겨간 화장품

중앙일보

입력 2020.12.26 09:00

업데이트 2020.12.26 09:39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중국 국빈 방문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부부에게 선물한 설화수. 무형문화재 55호 조화신 소목장이 특별 제작한 목함에 담았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중국 국빈 방문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부부에게 선물한 설화수. 무형문화재 55호 조화신 소목장이 특별 제작한 목함에 담았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세계 최초의 한방 화장품이다. 창업주 고(故) 서성환 전 회장 시절인 1966년 출시한 ‘ABC 인삼크림’이 그 모태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 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부부에게 선물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한국의 장수 브랜드] 71. 설화수

프랑스 산업시찰서 ‘인삼 화장품’ 아이디어  

설화수의 모태로 1966년 출시된 ABC 인삼크림. 사진 아모레퍼시픽

설화수의 모태로 1966년 출시된 ABC 인삼크림. 사진 아모레퍼시픽

서 전 회장은 1945년 국내 첫 화장품 제조회사인 태평양화학공업사를 창업했다. 개성에서 동백기름 등을 짜서 팔던 어머니의 뒤를 이어 화장품 가내 수공업을 본격적으로 키운 것이다. 어머니는 평소 서 회장에게 “상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품질로 고객과 신뢰를 쌓는 것이고, 좋은 품질은 좋은 원료에서 나온다”고 가르쳤다고 한다.

서 전 회장이 ‘인삼 화장품’을 생각해낸 건 1960년 산업 시찰을 하러 갔던 프랑스에서였다. 당시 향수의 고장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그라스(Grasse)를 돌아보다가 문득 “국가를 대표하는 식물을 재배하면 경제ㆍ문화 발전과 동시에 아름다움까지 추구할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자신이 유년 시절을 보냈던 개성에서 유명한 인삼을 떠올린 것.

인삼은 훌륭한 한방 약재였지만, 당시엔 화장품 원료로 사용된 적은 없었다. 서 전 회장은 연구원들과 함께 인삼의 머리부터 뿌리 끝까지 추출할 수 있는 요소란 요소는 다 뽑아보는 연구를 했다. 그 결실이 1966년 출시한 ‘ABC 인삼 크림’이다. 세상에 없던 인삼 크림은 그러나 시장에서 크게 환영받지는 못했다. 인삼 특유의 향취나 피부에 발랐을 때 생기는 자극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사포닌 함유 추출물 제조 성공…하와이 첫 수출

1973년 출시된 진생삼미. 사진 아모레퍼시픽

1973년 출시된 진생삼미. 사진 아모레퍼시픽

연구진은 숱한 도전과 실패 끝에 7년 만에 숙제를 해결했다. 인삼 잎과 꽃에서 인삼의 유효 성분인 사포닌을 함유한 추출물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것. 사포닌을 원료로 한 화장품 ‘진생삼미’를 1973년 선보이며 본격적인 인삼 안티에이징 화장품 시대를 열었다. 그해 미국 하와이에 처음 수출한 후 일본과 미국·유럽·남미·중동 등지로 진출했다.

1987년 출시된 설화. 사진 아모레퍼시픽

1987년 출시된 설화. 사진 아모레퍼시픽

동의보감속 5가지 원료 배합 

진생삼미 출시 14년 만인 1987년 브랜드 ‘설화’(雪花)가 등장했다. ‘피부에 아름다운 눈꽃을 피운다’는 의미다. 인삼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방 원료 효능 물질을 추출하는 동시에 지압법 등 의식적(리추얼) 요소를 도입했다. 여기에 빼어날 수(秀) 자를 더해 10년 후 ‘설화수’로 재탄생했다. 한방 성분 각각의 효능을 넘어 성분 간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면서 ‘자음단’을 탄생시키면서다. 자음단은 『동의보감』 속 3000가지 약용식물 중 피부에 좋은 5가지 원료(작약, 연, 옥죽, 백합, 지황)를 엄선해 최적의 비율로 배합한 소재다.

설화수 1세대 윤조에센스. 사진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1세대 윤조에센스. 사진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출범과 함께 출시한 ‘윤조에센스’는 설화수를 대표하는 메가 베스트 셀러다. 세안 후 피부에 가장 먼저 사용하는 ‘퍼스트 안티에이징 에센스’로 화장품 업계에서 새로운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 중 단일 품목으로는 최초로 누적 판매액 1조원(2014년)과 2조원(2017년)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 8월엔 3조원까지 뚫었다.

설화수 자음생앰플. 사진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자음생앰플. 사진 아모레퍼시픽

올해 새롭게 선보인 5세대 윤조에센스는 더욱 진화한 핵심 성분 ‘자음액티베이터™’를 담았다. 설화수 한방과학 연구센터가 아시아의 고대 의서 등을 망라해 총 2만 종이 넘는 식물을 조사해 3912가지 조합과 1041가지 원료를 분석해 최적의 비율로 개발한 것이다. 이 성분은 인체 적용 시험 결과 8주간 사용하면 수분량, 주름, 피부장벽 등 피부 건강지수를 146%까지 개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월엔 신제품 ‘자음생앰플’도 출시했다. 인삼에 들어있는 30가지 사포닌 중 피부에 특히 효과적인 성분을 6000배 이상 농축한 활성뷰티사포닌 ‘진세노믹스™’가 주성분이다. 1000일간 재배 기간 중 일주일만 수확할 수 있는 고농축 진생베리도 풍부하게 담았다. 피부가 예민할 때 응급 케어용으로 사용하면 피부를 진정시킬 수 있다.

미국 넘어 인도에도 진출 

설화수는 2004년부터 활발하게 글로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2010년 세계 최대 뷰티 시장인 미국에 진출한 이후 북미 지역의 최고급 백화점에 입점해 럭셔리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졌다. 올해 1월 미국 전역에 460여개 매장을 보유한 세포라에도 입점했다. 온라인 세포라닷컴에선 일부 제품이 조기에 품절되기도 했다. 지난 7월엔 인도 뷰티 전문 유통사 나이카(Nykaa) 온라인몰 입점을 시작으로 인구 14억명의 인도까지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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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측은 “설화수 한방과학 연구센터에서는 특히 인삼에 집중해 활성 뷰티 사포닌, 진세노믹스의 가치를 발굴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빅데이터 분석법을 활용해 여성의 생애 주기에 따른 노화 연구, 전통 의학의 처방을 새롭게 재해석해 업계를 선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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