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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사고 무섭다고 운전 안하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17호 31면

김창우 사회 에디터

김창우 사회 에디터

“백신의 안전성 문제는 국민을 위해 중요한 주제다.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는 상황은 가급적 피해야 하고, 먼저 맞은 국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한두 달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백신 확보 실패 안전성으로 물타기 #어떤 부작용도 희생자보다 가벼워

의사 출신인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보건복지부 대변인)이 23일 백신 확보가 늦어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내놓은 대답이다. 이에 앞선 21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안전성을 최대한 검증하고 접종하는 게 원칙”이라며 “미국에서 백신 접종 후 안면 마비 등 부작용도 나오고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지난 18일 정부 합동 백신 브리핑 때는 공식 자료 21쪽 가운데 2쪽을 해외의 백신 부작용 보도에 할애했다.

이처럼 정부는 코로나 백신 확보가 늦었다는 비판을 부작용 논란으로 애써 물타기 하고 있다. 위험할 수 있으니 두어달 부작용을 확인하고 접종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백신 접종이 늦어진 만큼 시민들이 백신 없는 겨울을 고통스럽게 견뎌야 한다는 사실은 외면한다. “안전성 문제 때문에 확보도 천천히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일단 백신부터 확보하고 접종 여부는 신중하게 결정하면 된다”(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등의 지적을 “야당과 언론의 가짜뉴스와 비틀기 뉴스(김태년 원내대표)”라고 오히려 반박한다.

물론 전문가들은 백신이 100% 안전하다고 확언하지 않는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의 스티븐 에번스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효능이 있는 모든 의약품에는 부작용이 있다”며 “부작용이 전혀 없다는 의미에서라면 어떠한 백신도, 어떠한 약품도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가장 널리 쓰이는 진통제 이부프로펜조차 위장 출혈과 천공, 호흡곤란, 신장 기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 취재기자 입장에서는 좀 답답하지만 원래 과학자들은 확실하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처럼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언제나 반증이 가능한 것이 과학적 방법론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전문가도 백신의 안전성에는 큰 의문을 품지 않는다. 에번스 교수는 “내가 의미하는 ‘안전’이란 효능과 부작용을 비교했을 때 효능이 확실하게 더 클 때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코로나 백신은 부작용보다 효과가 탁월하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코로나 감염 확률을 95% 정도 줄여준다. 세계적으로 코로나 누적 감염자는 8000만명, 사망자는 170만명에 달한다. 가장 방역을 잘하고 있는 편인 우리나라에서도 누적 감염자는 5만명, 사망자는 700명을 넘어섰다. 인구 1000명 중 한명 꼴로 코로나에 걸렸고, 감염자의 1.4%가 숨졌다. 백신이 있었다면 665명의 희생자를  줄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어떤 부작용이 이보다 심각할까.

킹스칼리지런던의 약학과 교수인 페니 워드 박사는 “백신의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확률보다 자동차 사고의 확률이 훨씬 높지만, 우리가 운전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예일대 의대의 면역학자 엘런 폭스만 박사는 “백신 주사를 맞은 사람들의 절반 정도는 발열, 두통, 피로, 통증 등의 부작용을 겪지만, 이는 신체가 정상적으로 반응하는 결과”라며 “내게 코로나 백신을 제공한다면 1분 안에 접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이젠 정부와 여당도 안전성 논란을 앞세워 미적거릴 때가 아니다. 마상혁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무엇보다 전문가가 아닌 정치인들이 왜 백신과 방역을 언급하느냐”며 “백신에 대한 불신이 생기지 않도록 자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우 사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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