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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입시비리' 공모 인정된 조국, 본인 재판도 불리해졌다

중앙일보

입력

조국 전 법무부장관(왼쪽)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뉴스1

조국 전 법무부장관(왼쪽)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뉴스1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는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은 정경심(58) 동양대 교수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이 날 인정된 정 교수의 혐의 중 일부는 정 교수의 배우자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의 공모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입시비리 혐의 중 정 교수 재판부가 조 전 장관과의 공모를 인정한 부분은 두 가지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받은 인턴확인서와 부산의 한 호텔에서 받은 인턴 및 실습 수료증이다. 이 자료들은 딸 조민의 생활기록부에 기재됐고 조씨가 2013년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할 때 스펙으로 활용됐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정 교수에게 업무방해 혐의와 허위작성공문서행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남편인 조 전 장관도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에서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다만 조 전 장관 재판에서는 아들 입시 비리와 관련해서 부부가 함께 기소돼 있고, 딸의 입시 비리와 관련해서는 조 전 장관만 기소돼 있다. 정 교수는 이미 자신의 재판에서 딸 관련 입시비리혐의를 다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현직 검사는 “정 교수 재판에서 인정된 부분은 조 전 장관 재판에서도 그대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확인서는 '스펙 품앗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인턴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이 지난해 조씨의 활동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정 교수 측은 빨간 원에 있는 여학생이 당시 세미나에 참석한 조민이라 주장했다. 검찰은 사실이 아니란 입장이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인턴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이 지난해 조씨의 활동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정 교수 측은 빨간 원에 있는 여학생이 당시 세미나에 참석한 조민이라 주장했다. 검찰은 사실이 아니란 입장이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있던 조 전 장관이 고교생 딸의 ‘스펙 품앗이’에 직접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조씨는 고교 동창 장모씨와 함께 고교 시절인 2009년 5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활동을 했다는 확인서를 받았다. 장씨는 조씨를 단국대 논문 제1저자로 올려준 장모 교수의 자녀다. 재판부는 “조국은 딸 친구에게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를 주기로 하는 스펙 품앗이를 약속했고, 정경심은 허위 인턴십 확인서를 발급받기로 조국과 공모해 가담했다”고 판시했다.

이 인턴십 확인서는 조 전 장관의 서울대 법대 사무실 컴퓨터에서 발견됐다.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조 전 장관이 센터장의 직인을 보관하던 직원의 도움을 받아 센터장의 허락 없이 인턴 확인서를 작성했다고 봤다. 다만 정 교수는 위조를 사전에 공모했다고 인정하긴 어렵다고 봐 허위작성공문서행사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호텔 인턴확인서·실습 수료증 ‘모두 위조’

딸 조씨가 부산의 한 호텔에서 고등학생 신분으로 인턴 및 실습을 마쳤다는 확인서도 모두 허위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대학 진학을 앞둔 딸이 호텔경영 관련 학과에 관심을 보이자 호텔 인턴 경력도 허위로 만들었다”며 정 교수를 기소했다. 이 호텔 인턴 확인서에는 조민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호텔 경영 실무를 배웠다는 내용이 나온다. 교교생 조씨가 일주일에 한두 차례 인턴을 했다는 취지다. 이 인턴십 확인서는 조씨의 고교 생활기록부에 기재됐다. 또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제출되기도 했다.

재판 중 법정에 나온 호텔 관계자들은 “고교생 인턴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그러자 정 교수 측은 “부산에 있는 호텔과 제휴를 맺은 서울의 한 호텔에서 대신 인턴을 했고, 이것이 인정돼 부산 호텔에서 증명서를 받은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이 호텔 인턴 확인서가 조 전 장관이 만들어낸 확인서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확인서와 수료증은) 조국이 그 내용을 임의로 작성한 뒤 호텔 대표이사 명의의 인장을 날인받은 것”이라며 “정경심과 조국은 실습 수료증 등을 위조하기로 공모했고, 조국이 이를 작성하는데 정경심이 가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자택PC, 조국과 정경심 공모해 숨긴 건 인정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입시비리 외에도 조 전 장관의 공모가 인정된 부분은 또 있다.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자산관리사 김경록씨에게 자택 PC의 저장매체와 동양대 연구실 PC 등을 숨기라고 한 점이다. 재판부는 “조국과 피고인이 향후 진행될 수사에 대비해 자택 PC 저장매체를 은닉하기로 하고 김씨에게 은닉을 지시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혐의에 대해 정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 교수는 김씨와 함께 동양대 교수실로 이동해 PC를 가지고 오는 등 함께 움직였기 때문에 교사범이 아니라 공동정범에 해당해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조 전 장관도 본인의 재판에서 같은 사안으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조 전 장관 재판부도 이와 판단을 같이 한다면 이 부분은 조 전 장관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조 전 장관은 ‘공동정범’으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 교수는 김씨가 동양대에서 컴퓨터를 꺼내올 때 함께 움직였지만 조 전 장관은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검사는 “증거은닉 교사범으로는 충분히 다퉈볼 수 있다”고 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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