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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미공개정보 이용은 ‘유죄’…“시장경제질서 흔드는 중대 범죄”

중앙일보

입력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징역 4년, 벌금 5억원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사모펀드와 관련한 횡령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등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시장경제질서를 흔드는 중대한 범행”이라고 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해 2억3000만원 이득 

코링크 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 PE)가 투자한 2차 전지 업체 더블유에프엠(WFM)와 관련된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매 혐의(자본시장법 위반)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차명계좌를 개설해 거래하고 주식 거래로 난 범죄수익 은닉한 혐의까지 인정됐다.

정 교수는 2018년 1~11월 WFM의 주식을 3차례에 걸쳐 사들였다. 모두 코링크PE와 WFM의 실질 경영자였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7)씨로부터 공장 가동이나 음극재 평가시험, 중국 업체와의 공급 MOU 체결 등 미공개 중요 정보를 받은 후의 일이다. 가장 거래 규모가 컸던 2018년 1월의 경우, 정 교수는 WFM의 군산공장 가동 정보를 미리 받아 동생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WFM의 주식 12만 주를 사들였다. 이 때 정 교수 측에게 주식을 판 매도인은 군산공장 가동 소식을 알지 못했다. 정 교수가 해당 거래로 얻은 이익은 2억3000만원이었다. 다만 정 교수는 2월과 11월에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거래를 했지만,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봤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 교수의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 교수의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정 교수 측은 재판에서 조씨가 제공한 정보가 언론보도 등을 통해 공개된 만큼 미공개 중요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언론기사나 공시로 알려진 소식과 구별되는 독립한 가치를 가지고 있고, 투자자들이 알 경우 WFM의 주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공개중요 정보”라고 판단했다.

주식거래하려 미용사 명의 계좌 사용, 유죄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거래 과정과 이를 통해 생긴 수익도 정 교수의 발목을 잡았다. 정 교수는 WFM 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동생과 단골헤어디자이너 등 3명의 명의를 빌려 금융거래를 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차명계좌를 이용한 배경으로 배우자인 조국 전 민정수석의 재산등록 의무를 꼽았다. 헤어디자이너 구씨는 법정에서 “정 교수가 자신은 민정수석 배우자라 주식거래를 못한다며 계좌를 빌려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2018년 1월 거래로 생긴 수익 2억3000만원을 은닉한 혐의(범죄수익은닉죄)도 인정됐다. 정 교수는 WFM 주식을 산 사실을 숨기기 위해 실물주권 12만 주를 한국씨티은행 대여금고에 보관하는 수법으로 범죄 수익을 숨겼다. 재판부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신고 등에 성실하게 응할 법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가족들의 재산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타인 명의의 계좌를 빌려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범죄수익 은닉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죄책에 대해서도 무겁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 연합뉴스

조범동 1심 판단대로 나온 사모펀드 관련 혐의  

코링크 PE와 관련된 횡령 혐의와 사모펀드 출자액 허위신고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은 무죄로 판단했다. 정 교수는 코링크PE에 10억원을 투자한 후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고 2017년 2월~2018년 9월 수수료 명목으로 회삿돈 1억50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지난 6월 조범동씨에 대한 1심 재판 때부터 예견된 결과다. 조씨에 대한 판결을 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는 정 교수가 공범으로 적시된 해당 혐의들에 대해 공범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번 재판부도 해당 혐의에 대해서는 같은 판단을 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횡령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식한 상태에서 횡령행위에 적극 가담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조씨가 코링크PE의 자금을 횡령하는 것을 주선하거나 이를 적극적으로 종용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정 교수가 해당 수수료를 조씨를 통해 전달한 10억원에 대한 투자수익으로 보고 있었다는 점 등이 근거가 됐다. 조씨에 대한 1심 재판부는 10억원에 대해 투자가 아닌 대여로 봤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판단이 바뀌었다.

증거인멸 교사, 사안별로 유·무죄 갈려 

조씨와 공모해 코링크PE가 운용하는 블루코어밸류업1호 사모펀드(블루펀드)에 실제로는 14억원을 출자하기로 하고 금융위원회에는 총 100억원의 출자약정을 한 것처럼 거짓으로 변경보고한 혐의도 무죄가 났다. 코링크PE가 거짓 보고를 한 건 맞지만, 정 교수가 이같은 거짓 보고 행위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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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링크PE와 관련한 증거인멸·위조·은닉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판단이 갈렸다. 재판부는 코링크PE가 보관하던 정 교수의 동생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은 증거인멸을 교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반면 정 교수가 정 교수가 코링크PE 직원들에게 펀드 운용보고서를 위조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에는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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