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향고양이-오소리-너구리…사스 주범설

중앙일보

입력

중국에서 식용으로 이용되는 포유동물인 사향고양이, 오소리, 너구리가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옮겼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나타났다.

홍콩대학 연구팀은 작년 11월 최초의 사스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광동성의 식당들에 각종 식용 동물을 공급하는 중국 남부의 동물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8種 25가지 동물을 검사한 결과 사향 고양이 6마리, 너구리 1마리, 오소리 1마리에서 사스와 유사한 바이러스의 양성반응이 나타나거나 항체가 발견되었다고 23일 밝혔다.

이 사향 고양이들은 서로 다른 가게에서 발견되었고 모두 바이러스가 몸에서 분리되었을 뿐 아니라 이 바이러스의 항체를 가지고 있어 사스 바이러스의 근원지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너구리의 경우는 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항체가 발견되었으며 오소리는 항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포유동물들에서 발견된 바이러스는 사스 환자에게서 나타나고 있는 바이러스와 거의 똑같았으며 오직 한 가지 다른 점은 아미노산이 29개 더 있었다.

또 실험 결과 이 동물들의 혈액이 인간 사스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고 사스에 걸렸다 회복된 환자의 혈액이 이 동물들에서 검출된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되어 이 두 바이러스는 사실상 동일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스 바이러스 연구책임자인 클라우스 슈토어 박사는 광동성에서 발생한 초기 사스 환자중 30%이상이 음식재료 거래상이었던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져 식용 포유동물과 사스 발생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사향 고양이가 원래 사스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었던 동물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WHO에서 동물로 부터 사람에게 옮겨지는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있는 프랑스와 메슬랭 박사는 사향 고양이는 사스 바이러스의 보균자일 수는 있으나 사스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사람에게 옮겨지는 연쇄적인 전염과정에 관계된 동물은 여러 종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한 동물이 보균자라면 그 동물로 부터 감염된 다른 동물이 "증폭 숙주(amplification host)"가 되어 문제의 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종류의 동물들도 생각해 봐야하며 그런 동물들 가운데는 쥐와 같은 체구가 작은 포유동물들도 포함될 수 있다"고 메슬랭 박사는 말했다.

슈토어 박사는 이 문제의 포유동물들이 사람이 주는 먹이를 통해 사스 바이러스가 감염되었을 수 있으며 아니면 이들과 사람이 서로를 감염시켰을 수도있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 식용으로 팔리는 동물들이 사스 환자의 기침으로 사스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슈토어 박사는 지적했다. (제네바,런던=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