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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 대구부산고속도 요금 52% 인하…빚 30조 도공 또 ‘총대’

중앙일보

입력

서울춘천, 대구부산고속도로의 통행료가 24일부터 낮춰진다. [연합뉴스]

서울춘천, 대구부산고속도로의 통행료가 24일부터 낮춰진다. [연합뉴스]

 24일부터 민자도로인 대구부산고속도로의 요금이 절반 넘게 낮아진다. 전 구간을 모두 달렸을 경우 승용차 기준으로 현재는 1만 500원이지만 앞으론 5000원만 내면 된다. 2년 전 요금을 한차례 인하했던 서울춘천고속도로는 추가로 최대 28% 더 내린다.

 그러나 지난해 천안논산고속도로에 이어 대구부산 노선의 요금인하를 위해 한국도로공사(도공)가 막대한 돈을 먼저 투입해야 하는 방식이 또다시 동원돼 논란이다. 30조원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도공에 정부가 연이어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24일부터 대구부산,서울춘천 요금 낮춰 

 국토교통부는 23일 '대구부산·서울춘천고속도로 통행료 인하계획'을 발표했다. 대구부산 노선은 24일 0시부터 승용차 기준으로 통행료가 최대 52.4% 인하된다. 서울춘천 노선도 현재 5700원(승용차 기준)인 통행료가 4100원으로 낮춰진다.

 [자료 국토교통부]

[자료 국토교통부]

 국토부의 박병석 도로투자지원과장은 "이번에 인하되는 두 노선은 모두 재정고속도로(도공 운영)와 연계된 구간으로 이용자 입장에서는 어떤 노선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요금 편차가 매우 커 비용부담에 대한 부담이 많은 구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18년부터 민자도로의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통행료를 재정고속도로 수준으로 낮추고 있다. 이에 따라 수도권제1순환(옛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 구간과 서울춘천 노선, 수원광명노선, 구리포천노선, 천안논산 노선의 통행료가 큰 폭으로 인하됐다.

서울춘천 노선은 운영기간 더 늘려줘  

 민자도로의 요금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사용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민간사업자의 운영기간을 더 늘려주는 대신 요금을 인하토록 하는 것이다. 이번에 또 통행료를 내린 서울춘천 노선이 대표적이다. 당초 30년이던 운영기간을 더 연장해줬다.

 둘째는 사업재구조화다. 새로 유치한 민간투자자가 통행료 인하에 따른 차액을 운영권 종료 때까지 기존 사업자에게 지원하고, 이후 운영권을 넘겨받아 20년 동안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천안논산고속도로는 지난해 말 통행료를 최대 48% 인하했다. [연합뉴스]

천안논산고속도로는 지난해 말 통행료를 최대 48% 인하했다. [연합뉴스]

 그런데 지난해 천안논산 노선의 요금 인하 때는 민간투자자가 아닌 도공이 나서야만 했다. 1조 5000억원 가까운 선투자가 필요한데 이후 20년간 운영해서는 투자비 회수가 어려워 민간투자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구부산엔 도공이 2조 4천억 선투자  

 이에 따라 도공은 올해부터 2032년까지 매년 1000억원 넘는 돈을 기존 사업자에게 지원하고 이후 운영을 통해 투자비를 뽑아내야 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투자비 회수까지 필요한 기간은 23년이다. 게다가 회수 대상 투자비도 원금과 그에 대한 이자뿐이다.

대구부산고속도로의 통행료 인하에는 도공이 2조 4000억원을 선투자한다. [블로그캡처]

대구부산고속도로의 통행료 인하에는 도공이 2조 4000억원을 선투자한다. [블로그캡처]

 당시에도 정부가 무리하게 통행료 인하를 추진하면서 도공에 부담을 떠안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 대구부산 노선에도 도공이 동원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선투자해야 하는 돈도 2조 4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투자금회수에 필요한 시간도 무려 34년으로 추정된다.

  대구부산 노선의 통행량이 당초 예상치의 50% 정도밖에 안 되는 데다 2026년까지 최소운영수입보장(MRG)도 적용되기 때문에 선투자 규모가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천안논산 이어 도공이 또 총대" 비판  

 올 상반기 기준으로 도공의 부채는 30조원을 넘어섰다. 비금용권 공기업 가운데 부채 규모로 5위 안에 들 정도다. 이 때문에 매년 이자만 1조원가량 되며, 연간 4조원 정도의 통행료 수입으로는 이자와 유지보수, 건설 비용을 충당하지 못해 계속 빚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하헌구 인하대 교수는 "막대한 부채를 진 도공에 또다시 큰 부담을 안기면서까지 무리하게 민자도로의 통행료 인하를 추진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도공은 올 상반기 기준으로 부채가 30조원을 넘는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도공은 올 상반기 기준으로 부채가 30조원을 넘는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민간사업자의 운영기간을 늘려주는 방식으로 통행료를 낮추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민자도로는 애초 정해진 운영 기간이 끝나면 새로 관리기관을 지정해서 운영토록 할 예정이다.

운영기간 연장, 미래 세대에 부담 우려 

 이때 받게 될 통행료는 재정도로에 비해서도 더 저렴할 가능성이 높다. 건설비 등 투자비가 이미 회수됐기 때문에 유지보수 비용 정도만 통행료에 반영하면 된다.

 하지만 지금 방식대로 하면 기존 운영 기간(30년) 외에 추가로 20년 동안 재정도로와 유사하거나 조금 비싼 통행료를 계속 내야만 한다.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떠안기는 방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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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 목표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온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정부가 대중교통 대신 승용차 이용 활성화를 정책 목표로 삼은 게 아니라면 왜 굳이 민자도로의 통행료를 일괄적으로 낮춰 승용차 이용을 권장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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