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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만 15개’ 정경심 운명의 날, 유무죄 가를 주요 쟁점은

중앙일보

입력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 11월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 관련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 11월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 관련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23일 나온다. 정 교수는 15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검찰이 정 교수를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로 처음 기소한 지 1년 3개월 만이다.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의 공범으로 재판을 받는 만큼 이날의 판단은 조 전 장관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 교수는 동양대 표창장을 직접 위조했나

2019년 9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당시 의원이 휴대폰으로 전송된 조국 딸의 동양대학교 표창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2019년 9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당시 의원이 휴대폰으로 전송된 조국 딸의 동양대학교 표창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정 교수에게 적용된 혐의는 크게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투자 의혹 ▶증거인멸 교사로 나뉜다. 이 가운데 입시 비리 혐의는 여론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았던 사건으로, 무죄가 나온다면 검찰은 무리한 기소였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반면 부정한 방법으로 대학원 등에 입학한 것으로 결론 날 경우 자녀의 입학이 취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 교수에게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핵심은 정 교수가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직접 위조했느냐다. 검찰은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압수한 컴퓨터 내부 파일에서 정 교수 아들의 동양대 상장 스캔본과 ‘총장님 직인’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 교수가 정상적으로 발급받은 아들의 상장에서 직인 부분만 오려내 딸의 허위 표창장에 붙여넣는 방식으로 위조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정 교수 측은 그동안 ‘컴맹’에 가까운 그가 이미지 보정 등 어려운 작업을 하기엔 무리라고 주장해 왔다. 또 검찰이 법정에서 표창장 위조를 시연해 보이자 “30분이 걸려도 안 된다”며 “표창장 파일은 애초부터 없었다고 봐야 한다”고 맞섰다.

정 교수의 딸 조민씨가 실제 인턴 활동을 했는지도 논란이다. 검찰은 조씨가 인턴 활동을 하지 않았거나 실제로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음에도 경력을 부풀려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활용했다고 본다.

이와 관련 법정에 나온 증인들의 진술은 계속 엇갈려 왔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에 참석해 조씨와 같은 인턴십 확인서를 받았던 학생들은 “조민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행사 진행요원으로 세미나에 참석했던 변호사는 “교복 차림 여학생이 ‘아버지가 조국’이라고 말했던 걸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동양대 인문학 영재 프로그램 관련해서도 “조씨를 봤다”던 동양대 교수는 계속된 검찰의 질문에 “직접 본 건 아니고 정 교수에게서 딸이 왔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을 바꿨다. 재판부가 어떤 이의 진술에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는지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수 있다.

차명 투자인가 대여인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 [연합뉴스]

사모펀드 부분에서 정 교수의 주된 혐의는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가 대표로 있는 사모펀드 운용사에 동생 이름으로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고, 그 대가로 1억5000만원가량의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앞서 “정 교수가 조씨 회삿돈 횡령 사실을 사전에 알았는지가 혐의 유무죄를 가르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언급했다. 정 교수가 조씨의 횡령 사실을 알고도 돈을 받았다면 유죄가 선고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또 다른 주요 쟁점은 차명 투자인지, 대여인지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의 민정수석 취임으로 직접 투자를 할 수 없게 되자 동생이나 단골 헤어디자이너의 이름을 빌려 불법 투자했다고 본다. 반면 정 교수 측은 “각별한 관계라서 돈을 빌려줬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위법 수집 증거 주장 받아들여질까

검찰이 2019년 9월 3일 오전 정경심 교수가 근무하는 경북 영주시 풍기읍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뉴스1]

검찰이 2019년 9월 3일 오전 정경심 교수가 근무하는 경북 영주시 풍기읍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정 교수 측은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위법적인 증거 수집을 주장해왔다. 동양대 강사 휴게실 컴퓨터를 제출한 조교는 컴퓨터의 소유자가 아니므로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만일 압수된 동양대 컴퓨터가 위법수집증거로 인정될 경우 해당 컴퓨터에서 나온 동양대 표창장 관련 파일들도 모두 증거능력이 사라진다. 위조 여부와 상관없이 무죄가 선고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정 교수 혐의 상당수가 해당 컴퓨터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하는 만큼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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