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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쾌한 육해공 액션…원더우먼, 코로나블루 박살내 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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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3일 개봉하는 히어로 액션 영화 ‘원더 우먼 1984’.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연말 극장가의 유일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 [AP=연합뉴스]

23일 개봉하는 히어로 액션 영화 ‘원더 우먼 1984’.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연말 극장가의 유일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 [AP=연합뉴스]

“지금 시대에 어울리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노력했어요. 팬데믹(코로나19 대유행)이 없었다면 좋았겠지만, 이를 통해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일 개봉하는 ‘원더우먼 1984’ #연말 극장가 유일한 블록버스터 #트럼프 닮은 사기꾼 악당 나와 #원조 배우 린다 카터 깜짝 등장

3년 전 전 세계 8억 달러(약 8991억원) 극장 매출을 올린 ‘원더우먼’에 이어 오는 23일 2편 ‘원더우먼 1984’를 개봉하는 패티 젠킨스 감독의 말이다. 지난 18일 주연 배우 갤 가돗과 함께한 한국 취재진과의 화상 간담회에서다.

전편이 ‘DC 확장 유니버스’ 시리즈 최고 흥행을 거둔 데 이어 이번 속편은 코로나19로 대작들이 썰물처럼 후퇴한 올 연말 극장가에 나선 유일한 블록버스터가 됐다. 지난해 12월 개봉 예정이었다가 후반 작업 일정, 팬데믹 등으로 수차례 연기 끝에 성탄 시즌을 택했다.

2편에서 원더 우먼(왼쪽)은 전편에서 죽은 연인 트레버와 재회한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2편에서 원더 우먼(왼쪽)은 전편에서 죽은 연인 트레버와 재회한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에도 성탄 분위기가 물씬하다. 등장인물들이 평생의 ‘소원’을 이루려다 재앙을 맞는 설정, 원작 만화 속 태생부터 사랑으로 세상을 구하는 영웅 원더우먼이 재앙을 해결하는 방식, 성탄절로 맺는 엔딩장면 등이 히어로 액션판 ‘러브 액츄얼리’라 부를 만하다.

여성주의 관점에서 주목받은 시리즈답게 여성 악당 ‘치타’(크리스틴 위그)와 원더우먼의 대결도 볼만하다. 1편에서 고향인 신화적 왕국 데미스키라를 떠나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인간 세상을 구한 다이애나 공주, 즉 원더우먼은 그로부터 66년이 지난 1984년 미국에서 박물관 고고학자로 위장한 채 남몰래 악을 소탕하며 살고 있다. 생각지 못한 마법으로 꿈에 그리던 트레버(크리스 파인)와 재회한 그는 이 마법이 낳은 또 다른 악당들을 막아내야 하는데, 치타는 원래 박물관의 친한 과학자였다는 점에서 더욱 어려운 상대다.

여성판 ‘고스트버스터즈’ 등에 출연한 중견 배우이자 코미디 작가 크리스틴 위그가 이 치명적인 악당으로 둔갑해, 갤 가돗과 8개월간 액션 훈련 끝에 ‘태양의 서커스’ 뺨치는 육해공 액션을 펼쳤다. 젠킨스 감독은 “고속도로 액션신에선 실제 트럭을 뒤집는 식으로 컴퓨터그래픽(CG)은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패티 젠킨스 감독

패티 젠킨스 감독

원더우먼의 트레이드마크인 ‘진실의 올가미’부터 뚫을 수 없는 마법의 황금갑옷, 투명 제트기 등 새 무기를 총동원한 액션신은 스크린을 통째로 놀이기구에 실은 듯하다. 미국 워싱턴 D.C, 미국립 우주항공 박물관, 링컨기념관, 스미소니언 박물관부터 영국 웨일스, 스페인 등 세계 각국 로케이션을 35㎜ 필름, 65㎜ 아이맥스로 촬영한 스펙터클은 코로나19로 인한 여행 갈증을 모처럼 씻어준다. 다인종 어린이 캐릭터를 고루 등장시켜 ‘정치적 올바름’도 꾀했다. 상영시간은 151분. 뒷부분엔 1970년대 TV 시리즈를 주름잡은 원조 ‘원더우먼’ 린다 카터가 깜짝 등장한다.

여성 캐릭터와 남성 연인의 사랑이 한층 강조된 점과 정직이란 교훈을 다소 교조적으로 설파하는 결말 때문에 “소녀들은 테스토스테론 연료 영화의 충실하고 신실한 버전보다 나은 걸 볼 자격이 있다”(타임) 등의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21일 현재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선 호평이 우세하다. 특히 코로나19 시대에 적절한 위로란 반응이다. 영국 언론 BBC는 “구시대적이고 신랄하지 않은 방식으로 가장 즐길 만한 블록버스터”라 평가했다.

시대 배경이 1984년인 점도 눈길을 끈다. 풍요 속 미국의 힘과 자긍심이 정점에 다다른 해라는 점에서다. 극 중 묘사가 도널드 트럼프 정권에 대한 비판이란 해석도 나온다. 특히 대중의 욕망을 악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기꾼 악당 맥스 로드(페드로 파스칼) 캐릭터는 영락없는 트럼프다. 유행어를 만든 방송인 출신, 닭 볏을 닮은 머리 모양, 미국 대통령 연단에서 장광설을 늘어놓는 모습 등에서다.

게다가 ‘1984’는 소설가 조지 오웰의 소설 제목이다. 극단적 전체주의 국가에서 한 개인의 파멸을 적나라하게 그린 소설이다. 집권당이 허구 인물인 ‘빅 브라더’를 내세워 독재 권력을 강화하고 과거를 날조하며 사상 통제를 위한 ‘신어’까지 만드는 소설 속 세계관이 트럼프 시대와 겹쳐진다는 논평이 많았다. 정치·인종적 이유로 혐오에 빠지는 극 중 대중의 모습은 트럼프 시대 미국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지난 8월 미국 매체 ‘스크린랜트’ 인터뷰에서 “그(트럼프 대통령)는 그들(맥스 로드 캐릭터에 영향 준 인물) 중 하나”라고 인정한 젠킨스 감독은 18일 화상 간담회에선 대중을 향한 메시지도 짚었다. “악인을 처단하면 선이 이긴다는 단순한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훨씬 더 복잡한 구조의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원더우먼은 평범한 사람들 속에 있는 영웅을 끄집어내 주는 인물이다. 공감 능력과 관대한 마음, 친절한 마음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면서다.

여성 감독 최초로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흥행과 평가 모두를 잡은 그는 최근 디즈니가 발표한 추후 신작 ‘스타워즈: 로그 스쿼드론’의 메가폰도 잡게 됐다. ‘스타워즈’ 시리즈 최초 여성 감독이다.

워너브러더스는 ‘원더우먼 1984’을 비롯한 내년도 신작들을 자체 OTT인 HBO맥스와 극장에 동시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HBO맥스가 없는 한국에선 극장 개봉 중심이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e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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