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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12년 연말법칙 깨졌다…매년 팔더니 올해 3조원 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2월만 되면 주식을 판다.'

지난 10여년 간 국내 증시에서 나타난 개인 투자자의 매매 패턴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2008년 12월 코스피 시장에서 1조9465억원을 순매도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왔다.

코스피 시장에서 13년 만에 12월 개인 순매수 기록이 예상되고 있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코스피 시장에서 13년 만에 12월 개인 순매수 기록이 예상되고 있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대주주 10억' 유지에 안도 

올해는 이런 패턴이 바뀔 전망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주식을 무섭게 사들이고 있어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21일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3조707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가 차익 실현을 위해 각각 1조8143억원, 1조7677억원가량 던진 물량을 받아냈다. 개인의 '사자' 덕에 코스피는 2770을 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아직 6거래일 남았지만, 이런 추세를 고려하면 올해 12월은 13년 만에 개인 순매수 기록을 쓸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12월에 개인 매도세가 집중된 건 대주주 여부가 결정되는 주주 명부 폐쇄일이 연말에 있어서다. 소득세법상 이날을 기준으로 코스피 기업의 지분 1%(코스닥 상장사는 2%) 이상 또는 보유액 10억원 이상 가진 사람을 대주주로 규정한다. 대주주가 되면 주식 매매로 얻은 시세차익 중 최대 30%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 이 때문에 12월에 주식을 팔아 대주주 지정을 피하려는 '왕개미'가 많았다.

한국주식투자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10월 말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현행 10억 원으로 유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주식투자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10월 말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현행 10억 원으로 유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올해 정부가 대주주 요건을 주식 보유액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안을 추진하면서 당초 연말 개인 매도세가 강화할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대주주 기준이 현행대로 유지돼 증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개인 순매수는 대주주 요건 강화 불발과 주식시장 강세가 맞물린 영향"이라며 "개인이 양도세 이슈로 11월에 주식을 많이 판 뒤 12월 증시가 호조를 보이자 주식을 다시 사는 흐름을 보였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는 지난달 코스피 시장에서 2조783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삼성전자 특별배당 효과? 

삼성전자 특별배당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연말 정기 배당금 외에 주당 1000원 안팎의 특별배당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로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실제 개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1조8800억원어치 사들였다. 의결권은 없지만, 보통주보다 더 많은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삼성전자 우선주도 1조5200억원 순매수했다.

한편으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단 지적도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11월에 샀던 주식을 12월에 팔고 있고, 그 주식을 개인이 사 모으는 수급적 영향일 뿐"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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