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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텃밭’ 중남미 스마트폰 시장 '각개격파’ 나선 중국

중앙일보

입력

올해 1월 브라질을 방문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마나우스 공장 생산라인 내 스마트폰과 TV조립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올해 1월 브라질을 방문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마나우스 공장 생산라인 내 스마트폰과 TV조립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텃밭’인 중남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오포·비보·리얼미·원플러스 등이 서로 다른 중남미 국가를 공략하는 ‘각개격파’에 나서고 있다. 아군끼리 충돌은 피하면서 결과적으로 시장 전체를 빼앗으려는 ‘분할 정복(divide and conquer)’ 전략으로 읽힌다.

오포·비보·리얼미 등 중남미 시장 속속 진출  

21일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와 스마트폰업계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인 오포는 지난 8월 멕시코 최대 통신사인 아메리카 모빌과 제휴를 맺고 중남미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오포는 아메리카 모빌 계열 통신사인 텔셀(Telcel)을 통해 스마트폰을 판매 중이다. 또 다른 중국 브랜드인 비보는 지난 9월 이후 잇따라 콜롬비아와 칠레에 현지 지사를 설립했다. 비보의 스마트폰은 칠레 1위 이동통신사인 엔텔(Entel) 등을 통해 판매된다. 오포와 비보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5~6위 업체다. 시장 점유율은 올 3분기 기준 각각 8%대다(카운터포인트리서치).

올 3분기 기준 중남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올 3분기 기준 중남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카운터포인트리서치〉

각기 다른 나라 공략하는 '분할 정복' 전략  

리얼미 역시 중남미 시장을 노리고 있다. 리얼미는 콜롬비아와 칠레에 이어 최근 페루와 브라질에도 자사 스마트폰을 공식 출시했다. 리얼미는 전 세계 스마트폰 브랜드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 브랜다. 올 3분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4%로 7위다. 같은 기간 리얼미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0%가량 증가했다. 이 밖에 중국 원플러스와 테크노 등도 중남미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중국 브랜드들의 전략이다. 이들 업체가 중남미 시장에서 점유율이 급감하고 있는 화웨이의 빈자리를 노린다는 점은 같지만, 공략하는 나라가 각기 다르다. 중국 BBK그룹 산하의 형제(계열) 회사인 오포와 비보는 각각 멕시코와 칠레·콜롬비아 시장을 노리고, 원플러스와 리얼미 등은 브라질·페루·칠레 등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티나 루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선임연구원은 “중국 각 브랜드가 서로 다른 나라에 진출하면서 서로의 발을 밟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남미 전체 시장 1위인 삼성전자는 각기 다른 국가에서 ‘일당백’으로 중국 브랜드에 맞서 시장을 수성해야 하는 입장이다.

중남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와 나머지 스마트폰 브랜드의 합산 점유율 추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중남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와 나머지 스마트폰 브랜드의 합산 점유율 추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중국 브랜드, 삼성 '아성' 깨기 쉽지 않을 것  

다만, 중국 브랜드가 중남미에서 삼성의 ‘아성’을 깨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저가폰이 강세인 중남미에서 삼성전자는 10만원대 초저가폰부터 플래그십 모델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췄다. 일부 국가에선 점유율이 60%를 넘을 만큼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티나 루 연구원은  “(중국 브랜드가) 화웨이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판매량이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중국 브랜드들이 중저가 모델을 앞세워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점유율을 급격히 늘려왔던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로서는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중남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45%로 압도적인 1위다. 2위는 모토롤라(20%)다. 다음은 화웨이(8%), 샤오미(6%), LG전자(4%), 애플(4%) 순이다. 지난해 말와 비교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7%포인트 올랐고, 화웨이는 5%가량 내렸다. 3분기 기준 중국 브랜드의 중남미 시장 합산 점유율은 30%대 후반이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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