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180년 전엔 그저 우편요금 낸 증표였죠 지금은 각 나라 모습 담은 상징 역할도 해요

중앙일보

입력 2020.12.21 09:00

업데이트 2020.12.21 11:47

180년 전엔 그저 우편요금 낸 증표였죠 지금은 각 나라 모습 담은 상징 역할도 해요 


친구에게 편지나 엽서를 보내려면 봉투나 엽서 표면에 우표를 붙여야 합니다. 우표는 우편 요금을 낸 표시로 우편물에 붙이는 증표예요. 주로 사각형 형태로 발행되죠. 손편지보다 문자 메시지와 e메일이 더 익숙한 시대지만, 우표의 가치는 여전해요. 우표는 각 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역사 등이 담긴 예술품이기도 하니까요. 우표는 어떻게 탄생했으며, 어떤 종류가 있을까요. 또 그 매력을 더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우표 박물관을 찾아 작은 네모 속 큰 세상을 탐방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우표 박물관을 찾아 우표의 역사와 가치에 대해 알아봤다. 왼쪽부터 유소윤(경기도 배양초 6)·한현(서울 명덕초 5)·강다인(서울 목동초 5) 학생기자,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소중 학생기자단이 우표 박물관을 찾아 우표의 역사와 가치에 대해 알아봤다. 왼쪽부터 유소윤(경기도 배양초 6)·한현(서울 명덕초 5)·강다인(서울 목동초 5) 학생기자,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글=성선해 기자(sung.sunha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한국우편사업진흥원, 동행취재=강다인(서울 목동초 5)·유소윤(경기도 배양초 6)·한현(서울 명덕초 5) 학생기자

여러분은 특별한 순간을 어떻게 기억하나요? 차분하게 글로 정리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거나 혹은 영상으로 남길 수도 있겠죠. 기념하고 싶은 순간을 기록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각양각색인데요. 대한민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에서는 우표를 발행해 우리나라의 중요한 일을 기념하고 알린답니다. 우표가 ‘작은 포스터’로 불리는 이유죠. 우표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서울중앙우체국 지하 2층 우표 박물관을 찾았어요. 어린이·청소년에게 우표의 가치를 알리고자 2008년 설립된 곳이죠. 국내외 우표의 역사와 종류, 뒷이야기 등을 만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이에요. 한국우편사업진흥원 우정문화실(문화기획팀) 김희주 대리가 이들을 맞이했습니다. 이날 우표박물관을 찾은 강다인·유소윤·한현 학생기자는 손편지보다 문자메시지가 더 익숙한 초등학교 5~6학년이었는데요. “여러분은 우표를 써본 적 있나요?” 김 대리의 물음에 모두 고개를 저었죠. 유소윤 학생기자는 “편지는 딱 한 번 써본 적 있는데, 우표가 이렇게 생긴 건지는 몰랐어요”라고 말했어요.

 김희주(맨 오른쪽) 한국우편사업진흥원 대리와 우표 역사를 알아보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김희주(맨 오른쪽) 한국우편사업진흥원 대리와 우표 역사를 알아보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우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세계 최초 우표인 페니 블랙(Penny Black)과 펜스 블루(Pence Blue).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초상이 도안이다.

세계 최초 우표인 페니 블랙(Penny Black)과 펜스 블루(Pence Blue).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초상이 도안이다.

우표의 탄생은 지금으로부터 약 180여 년 전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영국의 우편 요금 계산 체계는 매우 복잡했어요. 편지를 받는 사람이 배달 거리와 편지의 무게·장수에 따라 우편 요금을 우체부 앞에서 계산해야 했죠. 부득이하게 돈이 없는 경우에는 우편물을 되돌려 줘야 하는 상황도 많았어요. 영국의 교육자이자 세금 개혁가인 로랜드 힐 경은 1836년 12월 『우체국의 개혁-그 중요성』이란 논문에서 우표를 붙여 우편 요금을 지급하자고 제안했어요. 그로부터 4년 뒤 영국에서 균일 우편요금 제도가 시행되며 그 일환으로 우표도 만들어졌습니다. 세계 최초의 우표인 페니 블랙(Penny Black)과 펜스 블루(Pence Blue)에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옆모습이 등장하는 이유죠.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인 문위우표.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인 문위우표.

그로부터 44년 뒤 우리나라에서도 우표가 도입됩니다. “이건 누가 발명했을까요?” 김 대리가 한국 최초 우표인 문위우표 앞에서 물었어요. “홍영식 선생님이요! 학교에서 배웠어요.” “맞아요. 우리나라 신식 우편 제도의 아버지이자 갑신정변의 주도자인 홍영식 선생님이에요. 조선 말기 우체(郵遞·정부의 관할 아래 서신이나 기타 물품을 국내나 전 세계에 보내는 일) 업무를 담당하던 관청인 우정총국의 책임자이기도 했죠. 우리나라는 1884년(고종 21) 10월 1일 우체 업무를 시작하면서 일본에 의뢰해 최초의 우표도 함께 발행했어요. 당시 통용화폐 단위가 ‘문(文)’이었기 때문에 문위우표로 불려요.” 문위우표는 5문·10문·25문·50문·100문 등 5종으로 기획됐지만, 실제로 발행된 건 5문과 10문이 전부입니다. 또한 21일 동안만 사용되었어요. 나머지 3종의 우표는 갑신정변이 실패로 돌아가고, 우정총국이 폐쇄된 후 뒤늦게 한성(서울)에 도착했기 때문에 사용되지 못했어요. 이후 왕명으로 우체 업무는 한동안 중단되기까지 했죠.

 한국 최초 우표를 발명한 홍영식을 기념해 1990년 발행한 우표와 1946년 해방 조선을 주제로 발행된 우표, 체신의 날을 기념해 1956년 발행된 우표.

한국 최초 우표를 발명한 홍영식을 기념해 1990년 발행한 우표와 1946년 해방 조선을 주제로 발행된 우표, 체신의 날을 기념해 1956년 발행된 우표.

우표는 그로부터 11년 뒤인 1895년 을미개혁으로 우편 산업이 재개되면서 5푼·1돈·2돈5푼·5돈 등 4종류로 부활했어요. 하지만 1905년 일본이 한국의 통신권을 강탈하면서, 40년 동안 한국의 우표는 자취를 감췄죠. 이후 1946년 해방조선기념우표를 시작으로 국내 우표 발행이 재개됩니다. 우표 박물관에는 국내에서 발행된 우표 총 3600여 점이 전시돼 있는데요.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인 문위우표부터 올해 발행된 우표까지 거의 다 포함됐죠. “해외 우표는 어떤 방법으로 수집하나요?” “우표 박물관에 전시된 해외 우표들은 해당 국가의 조제사들과 협업을 통해 구하고 있어요."(김)

본격적인 우표 관람에 앞서 김 대리가 우표 발행과정을 설명했어요. “우선 역사·문화·언론·우취(우표를 수집·연구하는 취미)·디자인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우표발행심의위원회에서 매년 초 다음 연도에 발행될 우표를 결정해요. 그러면 우표의 주제에 따라 표현기법·아이디어·독창성 등을 검토해 디자이너를 선정하죠. 그리고 우표에 그려진 내용을 전문가에게 자문과 검증을 받아요. 우표 속 그림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서는 안 되니까요. 마지막으로 인쇄 팀의 손길을 거치면 우표가 세상에 나오게 된답니다.”

다양한 우표의 모습 

 대한민국 제1·2·3대 대통령을 역임한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현 문재인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의 취임 기념에는 우표가 빠지지 않았다.

대한민국 제1·2·3대 대통령을 역임한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현 문재인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의 취임 기념에는 우표가 빠지지 않았다.

이렇게 심사숙고해서 발행하기 때문에 우표 속에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이 많이 담겨 있답니다. 대표적인 예가 역대 대통령 우표 시리즈죠.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제1·2·3대 대통령을 역임한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현 문재인 대통령까지 모두 우표가 발행되었어요. 2018 남북정상회담 기념우표도 있죠. 대통령뿐 아니라 국위선양의 주역들도 우표의 주인공이 될 수 있어요.” “어, 김연아 선수다!” “이건 박지성 선수네!” 전시장에 보관된 역대 우표들 속에서 익숙한 얼굴들을 발견한 소중 학생기자단의 눈이 반짝였어요.

 우표 박물관 내 ‘예술 우표’ 코너에선 우표로 태어난 전 세계 명화들을 만날 수 있다.

우표 박물관 내 ‘예술 우표’ 코너에선 우표로 태어난 전 세계 명화들을 만날 수 있다.

우표에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 외에 문화적 요소도 담겨있어요. 역대 대통령 우표들을 뒤로하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예술 우표 코너가 보였죠. 네덜란드 출신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조선 후기 풍속화가 신윤복의 ‘단오풍경’, 오스트리아의 화가 클림트의 ‘키스’, 조선 후기 민화 ‘호작도’ 등이 모두 우표로 발행된 명화입니다. “우표에 사용할 도안에 저작권이 있는 경우에는 먼저 협의하기도 하죠. 다만 보통 그림의 저작권 보호 기간은 작가 사후 70년 이후 만료되기 때문에 허락받을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어요.”(김)

 만화시리즈 세 번째묶음으로 발행된 이진주 작가의 ‘달려라 하니’ (1997) 우표.

만화시리즈 세 번째묶음으로 발행된 이진주 작가의 ‘달려라 하니’ (1997) 우표.

여러 세대의 사랑을 받은 애니메이션도 우표로 만날 수 있어요. 배금택 작가의 ‘영심이’, 이현세 작가의 ‘까치’, 이진주 작가의 ‘달려라 하니’ 등 한국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이 만화시리즈로 발행됐죠. “어, 우리 집에 ‘영심이’ 만화책 있는데! ‘달려라 하니’도 알아요.” 강다인 학생기자가 반갑다는 듯이 말했어요. 물론 해외 애니메이션 캐릭터들도 있죠. ‘미키마우스’와 ‘백설공주’, ‘곰돌이 푸’, ‘인어공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월트디즈니 클래식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미국·일본에서 우표로 발행된 바 있어요. “이 우표 속에 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은 거의 다 본 것 같아요!” 한현 학생기자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우표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면서 반가움을 표현했습니다.

우표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을 상기시키는 포스터의 역할을 하기도 해요. ‘해양보호생물’ 시리즈는 게바다말·점해마·복해마·거머리말 등 연안 개발, 환경 오염 등으로 개체수가 현저히 감소하여 생태적 보호 가치가 높은 해양생물들이 주인공이에요. ‘멸종 위기 동물’ 시리즈는 이 땅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알리고자 제작됐어요. 모피를 얻기 위해 무분별하게 포획되고 하천 개발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되어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든 수달,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관리 중인 늑대, 약용(한약재)이나 박제를 위해 무분별하게 포획되면서 개체 수가 급감한 산양 등이 우표의 주인공이 되었죠.

 2001년 스위스에서 발행한 초콜릿 향기 우표. 실제로 초콜릿 향이 난다.

2001년 스위스에서 발행한 초콜릿 향기 우표. 실제로 초콜릿 향이 난다.

이처럼 우표는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아우르는 예술품인데요. 편지의 수신처에 따라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전 세계를 여행할 때도 있어요. 각 나라에서는 자국 홍보를 위해 우표에 나라의 상징을 넣기도 해요. 우표 박물관 ‘세계로 열린 창’ 코너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 우표들을 소개합니다. “우와, 중국의 만리장성이다!” “스위스의 치즈도 우표의 도안이 되네요.” 학생기자단이 세계 각국에서 발행된 우표들을 찬찬히 살폈습니다. 이외에 오스트리아 음악가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 미국의 야구선수 베이브 루스도 모두 각국을 알리는 우표의 주인공이랍니다. 우리나라 거북선은 2000년, 경주 불국사의 다보탑은 2002년 우표로 발행됐어요.

 해양보호생물 세 번째 묶음으로 발행된 ‘게바다말’ 우표(2020)

해양보호생물 세 번째 묶음으로 발행된 ‘게바다말’ 우표(2020)

우표는 그 상징성 때문에 나라 간 신경전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중국과 일본은 만주국 우표를 두고 갈등을 빚었어요. 만주국은 일본 관동군이 중국을 침략하기 위한 기지로 삼기 위해 1932년 중국 동북지방에 세운 괴뢰국(꼭두각시처럼 조종하기 위해 세운 국가)예요. 일본은 청(淸)의 마지막 황제 부이를 만주국의 황제로 내세웠는데요. 당시 중국 본토를 지배하던 중화민국의 입장에서 만주국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협적이었죠. 만주국은 부이의 초상우표를 발행했는데, 중화민국 정부는 이 우표가 붙은 우편물의 자국 내 배달을 거부했어요. “우리나라와 일본도 독도 우표를 두고 갈등을 빚은 적 있어요. 2004년 1월 ‘한국의 섬’ 시리즈 우표의 도안 일부로 독도가 선정되었죠. 이에 대해 독도를 두고 우리와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던 일본이 발행을 중지할 것을 요청했어요. 하지만 우리 정부는 ‘우표 발행과 유통은 해당 국가 우정당국의 고유 권한’이라고 반박했죠.”(김) 이 사실이 국민에게 알려지면서 당시 56만 장이 발행된 독도 우표는 당일 오전에 매진되는 진기록을 세웠습니다.

 대한결핵협회 창립 제10주년 기념 우표(1963)

대한결핵협회 창립 제10주년 기념 우표(1963)

우표는 시대의 변화를 시시각각 반영하는 기록이기도 해요. 내년 2월 28일까지 우표 박물관에서 열리는 우표 전시 '우표로 보는 전염병 극복 이야기'는 우표의 시의성(時宜性·당시의 상황이나 사정과 딱 들어맞는 성질)을 잘 보여주는 사례에요. 천연두부터 한센병(나병)·흑사병·결핵·에이즈·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까지 인류의 역사 속에 끊임없이 등장한 전염병과 관련해 발행된 우표를 소개하는 전시죠. 천연두로 자식을 6명이나 잃은 뒤 의학서적 『마과회통(麻科會通)』을 편찬한 정약용, 한센병의 원인균을 발견한 노르웨이 의학자 한센, UN에서 발행한 에이즈 퇴치 우표 등이 전시됩니다. 또 중국과 이란·스위스·베트남·태국 등 전 세계에서 코로나19를 주제로 2020년 발행한 우표들도 만날 수 있죠. “역사적으로 인류를 괴롭혀온 전염병은 많았지만 결국에는 극복해왔어요. 코로나19 역시 우리가 극복해나갈 것이란 메시지가 담긴 전시예요.”(김)

 그리스 신화와 관련된 12개의 별자리와 사계절을 대표하는 별자리를 우표로 만들었다.

그리스 신화와 관련된 12개의 별자리와 사계절을 대표하는 별자리를 우표로 만들었다.

우표에 담긴 역사·문화적 맥락을 살펴봤으니 이제 사각형이 아닌, 다양한 모양으로 발행돼 희소성이 있는 우표들을 여러분에게 소개할게요. “밤하늘의 별자리도 우표로 만날 수 있어요.” 김 대리가 소중 학생기자단을 ‘밤하늘 별자리 이야기’ 코너로 이끌었어요. 그리스 신화와 관련된 12개의 별자리와 사계절을 대표하는 별자리를 우표로 만든 시리즈죠. 쟁기를 발명한 아르카스는 봄철을, 에티오피아의 왕비 카시오페아는 가을철을 대표하는 별자리로 우표의 주인공이 되었죠. 사각형이 아닌 부채꼴로 발행돼 희소성이 있는 시리즈이기도 해요. 이외에 신비하고 아름다운 천체를 우표로 담은 ‘신비로운 우주 이야기’ 시리즈도 타원형·반원형·별표 모양·오각형 등의 형태로 제작됐죠.

 카메룬에서 제작한 순금으로 만든 우표.

카메룬에서 제작한 순금으로 만든 우표.

 여러 나라에서 제작된 3D 입체 우표들.

여러 나라에서 제작된 3D 입체 우표들.

말이 나온 김에 고정관념을 깨는 희귀 우표들을 조금 더 구경해 봅시다. “이건 오스트리아에서 만든 크리스털 우표예요. 우표에 크리스털이 붙어있죠.” 김 대리가 세계 희귀 우표 코너에서 반짝이는 우표를 손가락으로 가리켰어요. “실제 사용하는 우표예요?” “예쁘다~” 소중 학생기자단 사이에서 연이어 감탄사가 터져나왔어요. “그럼요. 세계 희귀 우표 코너에 있는 우표들의 소재는 다양해요. 이 우표는 네덜란드에서 씨앗으로 만들었고요. 저 우표는 태국에서 암석으로 만들었어요. 초콜릿 모양의 스위스 우표에서는 실제로 초콜릿 향기가 나요. 커피향이나 대나무향, 딸기향이 나는 우표도 있죠. 오스트리아에서 만든 운석 우표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인데요. 지구에 떨어진 운석의 가루를 가져와 우표에 붙인 거예요.”(김)

우표를 즐기는 방법 

 학생기자단이 각자 자신의 사진으로 우표 박물관에서 나만의 우표를 만들었다. 위쪽부터 한현·유소윤·강다인 학생기자의 우표.

학생기자단이 각자 자신의 사진으로 우표 박물관에서 나만의 우표를 만들었다. 위쪽부터 한현·유소윤·강다인 학생기자의 우표.

소중 친구들도 우표의 주인공이 될 수 있어요. 우표 박물관에서는 관람객의 사진을 넣어 ‘나만의 우표’를 만들 수 있답니다. 블루스크린 앞에 서서 포즈를 취하면 그 사진이 우표의 도안이 돼요. 인터넷 우체국에서도 신청이 가능해요. 소중 학생기자단도 집에서 미리 가져온 사진으로 나만의 우표를 만들어봤어요. 미국 NBA 선수들을 배경으로 농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한 한현 학생기자의 똘망똘망한 얼굴, 동생과 함께 바닷가에서 놀던 강다인 학생기자의 즐거운 한때, 동생과 함께 거대 고래의 그림을 감상하던 유소윤 학생기자의 뒷모습이 모두 우표로 제작되었답니다. “우와, 신기해요!” “이거 실제로도 사용이 가능한가요?” “그럼요. 진짜 우표처럼 쓸 수 있는 거예요.” 전용 봉투에 나만의 우표를 담는 학생기자들의 손길이 바빠졌어요. 국내외 우표 관람을 마친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희주 대리에게 우표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냈습니다.

한현: 우표의 금액 밑에 +50이라는 숫자가 써진 경우를 본 적이 있어요. 이건 무슨 의미인가요.

부가금 우표라는 뜻이에요. 복지나 구제 사업, 문화 사업과 같은 특정한 목적을 위한 기금 조성을 위해 발행한 우표라는 뜻이죠. +50은 우편요금 외에 부가금을 50원 더 붙였다는 의미예요. 부가금으로 해당 기금을 마련하는 거죠.

유소윤: 크리스마스 씰과 우표는 같은 종류인가요.

크리스마스 씰은 우표 모양의 기금 증표예요. 우표처럼 편지에 붙일 순 있지만, 우편요금은 따로 내야 하죠. 반면 우표는 우편요금을 선납부한 증표죠. 크리스마스 씰은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우체국 직원이 1904년 결핵으로 죽어가는 어린이들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서 시작된 거예요. 우리나라에서는 결핵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결핵퇴치사업 기금 조성을 위해 1932년부터 발행했죠. 이후 1953년 대한결핵협회가 창립하면서 70여 년간 꾸준히 씰 모금을 전개 중이에요.

강다인: 편지에 붙이는 용도와 우표수집 외에 우표의 가치를 더 재미있게 즐길 방법이 있나요.

포스트 크로싱(Post Crossing)이라는 활동이 있어요. 웹사이트(postcrossing.com)에 가입해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우표를 붙인 엽서를 교환하는 거예요. 보내는 사람의 주소는 적지 않기 때문에 일회성이죠. 사이트에서 추천받은 사람에게 우리가 한국의 전통적인 도안이 담긴 우표를 엽서에 붙여서 보내면, 같은 방법으로 나와 매칭이 된 다른 나라 사람들도 자신의 나라의 전통을 살펴볼 수 있는 우표와 엽서를 내게 보내주는 거죠.

 2021년 신축년 연하우표 ‘복을 전해주는 송아지'(2021)

2021년 신축년 연하우표 ‘복을 전해주는 송아지'(2021)

한현: 기네스북 등재라든지 국내외 우표에 관한 흥미로운 기록이 있을까요.

미국이 1991년에 만든 명왕성 우표가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날아간 우표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적 있어요. 2006년 NASA(미국우주항공국)에서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호를 날려 보낼 때 이 우표를 명왕성을 발견한 미국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의 유골, 미국 국기와 함께 탐사선에 실었거든요. 그 탐사선이 9년 6개월 동안 56억7000만㎞를 날아가 2015년 7월 명왕성에 가장 가까운 지점에 도달했죠.

한현: 우리나라에서 발행된 우표에 적용된 첨단 기술이 있는지 궁금해요.

AI(인공지능)가 디자인한 우표가 공개된 적 있어요. 2018년 ‘한국의 멋’을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우표디자인 공모대전’에서 AI 부문을 신설해, 출품자들의 사진·그림을 AI가 김홍도의 화풍으로 변형시킨 거죠. 이걸 ‘김홍도 프로젝트’라고 불러요.

유소윤: 2021년 새해를 기념하는 우표도 있나요.

그럼요. 매년 새해를 기념해 연하우표를 발행해요. 올해는 신축년(辛丑年) 소띠 해라서 소가 주제예요. 복을 전해주는 송아지와 어미 소와 송아지가 함께 있는 모습 등 총 2종으로 발행되었어요.

 우표 박물관에 전시된 우표 수집 도구들.

우표 박물관에 전시된 우표 수집 도구들.

여러분은 우취(郵趣)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우표를 수집·연구하는 취미를 가리키는 단어인데요. 우표 수집이 여기에 해당하는 행위죠. “대한민국 우편법에서는 우표를 발간하는 이유로 우편요금 선납 외에도 우표 취미 문화 확산을 들고 있어요.”(김) 우표 수집 경로는 여러 가지예요. 자신이 받은 편지 위에 있는 우표를 모으는 사용제 우표 수집, 우체국을 통한 기존 발행 우표 구입, 우표상을 통한 희귀 우표 수집 등이죠. 주제에 따라서도 분류할 수 있어요. 발행국과 연도순으로 정리하는 일반 수집, 특정 주제를 선정해 모으는 테마틱 우취 등이 대표적이에요. 우표 수집은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취미활동인데요. 1931년에 국제우취연맹(FIP) 창설되었고, 우리나라는 1975년 한국우취연합이 여기에 가입했어요.

 우표 인쇄 방법의 하나인 엠보싱 인쇄를 간접 체험 중인 소중 학생기자단.

우표 인쇄 방법의 하나인 엠보싱 인쇄를 간접 체험 중인 소중 학생기자단.

우표를 수집하다 보면 각 나라의 역사와 명승고적·동식물·예술·문화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어요. 미국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우표 수집광이었는데요. 그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우표에서 얻은 지식이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많다(I learned more about the world from stamps than from school)”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소중 친구들도 다양하고 유익한 내용이 집약적으로 담긴 예술품, 우표의 매력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작은 네모 속을 들여다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더 넓어질 거예요.

우표 관리 방법
 대부분의 우표는 전지 소재에 뒷면에 풀을 바른 형태라서 보관에 각별히 유의해야 해요. 우표를 잘 보관하기 위해 알아둘 주의사항을 모았어요.

 1. 본래 색깔·형태가 변형되지 않도록 햇볕이나 직사광선은 피한다.
 2. 우표는 뒷면에 풀이 발려있기에 습한 곳을 피하고, 건조한 상태를 유지한다.
 3. 우표를 만질 때는 항상 깨끗한 손을 유지한다. 되도록 핀셋을 사용해 다룬다.
 4. 수집한 우표는 마운트(우표를 싸는 비닐)에 싸서 보관해야 먼지와 이물질이 묻지 않는다.
 5. 우표 보관 앨범은 항상 세워서 보관한다. 위에 무거운 물건을 올려놓으면 뒷면의 풀 때문에 달라붙을 수 있다.

우표 수집 도구
우표 수집은 우표의 가치와 매력을 풍성하게 즐기는 방법 중 하나죠. 우표를 모으려면 필요한 기본 도구들을 정리했어요.

핀셋: 우표를 만질 때 지문이 묻는 걸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집게.

확대경: 우표를 확대하여 인쇄 상태와 디자인을 살피는 돋보기.

마운트: 먼지 등 이물질이 묻지 않게 하기 위해 우표를 싸는 비닐.

마운트 커터(Mount Cutter): 우표를 쌀 비닐(마운트)을 자르는 재단기.

컬러게이지(Color Gauge): 우표 색상을 비교할 수 있는 색 측정기.

우취앨범: 수집한 우표를 분류한 뒤 붙이고, 그 우표에 대한 설명을 쓰는 책.

세상에서 가장 비싼 우표
수집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우표. 희귀 우표의 경우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하죠. 국내외 최고가 우표를 소개합니다.

국내: 산업도안 보통우표 20환 물결무늬 투문 전지
1955년 발행돼 완전한 전지 형태로 남아있는 유일한 우표로, 평가가격은 약 1억6000만원 정도다. 그다음은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인 문위우표로, 평가 감정액은 약 1억원이다.

국외: 1센트 마젠타 우표
1855년 영국령 가이아나에서 발행한 1센트 액면의 진홍색(마젠타) 바탕에 검은색으로 인쇄한 임시 우표다. 2014년 소더비 경매에서 950만 달러(한화 약 97억3000만원)에 낙찰되었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저는 손편지를 써서 보내본 적이 없었어요. 메시지는 카톡이나 휴대전화 문자로만 보내봤거든요. 그래서 취재 전에는 솔직히 우표의 뜻이나 사용법도 몰랐어요. 우표 박물관을 취재하며 우표를 붙임으로써 우편물을 받는 사람 대신 보내는 사람이 우편 요금을 지불한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또 우표에 들어가는 그림들이 역사적이면서 창의적인 디자인들이라 인상 깊고 흥미로웠어요. 각 해의 띠 동물들과 역사적 이슈들을 넣은 우표부터 초콜릿 향기가 나는 우표 등 그 종류도 다양해서 더욱 신기했습니다.

유소윤(경기도 배양초 6) 학생기자

우표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생각보다 우표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우표에 굉장히 긴 역사가 있고 생각보다 특이한 우표가 많았어요. 특히 운석 가루를 묻힌 우표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또, 역대 한국에서 발행된 우표들을 살펴보면서 제가 태어난 해의 우표도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나만의 우표 만들기' 등 여러 체험을 할 수 있어서 더욱 재밌었고요. 우표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친구들에게 우표 박물관에 가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강다인(서울 목동초 5) 학생기자

스마트폰이나 e메일 사용이 익숙한 저에게 이번 취재는 우표를 처음으로 접할 수 있는 계기였어요. 우표  박물관은 우리나라 우표와 관련된 모든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곳이었어요. 또한 국내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세계의 우표들도 볼 수 있었어요.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우표의 역사를 보며, 시대나 장소와 관계없이 사람들의 삶 속에서 소통은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었어요.

한현(서울 명덕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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