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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힙합 아냐” 편견 깼다…언더독 반란 이어진 ‘쇼미9’

중앙일보

입력

‘쇼미더머니9’에서 우승을 차지한 릴보이. [사진 Mnet]

‘쇼미더머니9’에서 우승을 차지한 릴보이. [사진 Mnet]

로꼬와 박재범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릴보이의 ‘온에어’. 시즌 4 이후 5년 만의 재회다. [사진 Mnet]

로꼬와 박재범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릴보이의 ‘온에어’. 시즌 4 이후 5년 만의 재회다. [사진 Mnet]

국내 최장수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가 자존심 회복에 성공했다. Mnet ‘쇼미더머니9’는 18일 시청률 2.1%(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지난해 방영된 시즌 8이 4회 최고 시청률(2.3%)을 찍고 하락세를 보이며 1.3%로 종영한 것과 달리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화제성 조사 결과 7주 연속 1위를 지키며 화력을 키워갔다. 매 라운드 신곡이 공개될 때면 음원 차트 줄 세우기를 하는 등 전성기 못지않은 힘을 발휘했다.

5년 만에 재도전한 릴보이 최종 우승 #프로듀서서 참가자로 돌아온 스윙스, #조선랩 머쉬베놈·댄스킹 래원 등 활약 #7주간 화제성 1위, 지난 시즌 부진 씻어

이번 시즌 시작 당시만 해도 ‘쇼미’에 대한 시선은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지난 시즌 인맥 힙합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시즌 초반 오왼이 대마초 흡입 혐의로 하차하는 등 구설수가 끊이지 않은 탓이다. Mnet의 간판 오디션이었던 ‘프로듀스’ 시리즈 제작진이 순위 조작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경연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시즌 5의 비와이 정도의 스타가 탄생하지 않으면 타개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돌아온 ‘쇼미’효과…음원차트 줄세우기

최종 4위에 오른 스윙스. 결승전에서 ‘비 마인’으로 평소와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사진 Mnet]

최종 4위에 오른 스윙스. 결승전에서 ‘비 마인’으로 평소와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사진 Mnet]

상금 1억원과 미니 쿠퍼 외에 ‘영 보스를 위한 프로젝트 레이블’ 론칭이라는 파격적인 우승 혜택을 내걸자 역대 최다 지원자 2만 3000명이 몰리면서 의외의 인물이 속출했다. 시즌 3ㆍ7ㆍ8의 프로듀서로 참여한 스윙스가 참가자로 지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인맥 힙합의 당사자로 지목된 그는 ‘퇴물 래퍼’를 자처하며 등장해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고 최종 4위에 올라 자신의 커리어를 증명했다. “봐봐 시청률을 담당하는 애는 누굴까” “난 필요악이야”라는 경연곡 ‘악역’ 노랫말처럼 위기를 기회 삼아 정면돌파한 셈이다.

대전 출신인 머쉬베놈은 충청도 방언으로 독특한 플로를 선보이며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지난 시즌은 4차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이번 시즌에선 일취월장한 프로듀싱 실력으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경연 전날 오왼의 하차로 생긴 공백을 메우고 미란이와 함께 선보인 ‘VVS’는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를 제치고 한 달간 음원차트 정상을 지키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미란이도 여성 래퍼 최초로 톱 8에 진출하는 등 선전했다.

“기존에 없던 스타일과 캐릭터 돋보여”

사이먼 도미닉, 더 콰이엇과 함께 ‘가다’ 무대를 꾸며 준우승을 차지한 머쉬베놈. [사진 Mnet]

사이먼 도미닉, 더 콰이엇과 함께 ‘가다’ 무대를 꾸며 준우승을 차지한 머쉬베놈. [사진 Mnet]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는 “트랩이 지난 몇 년간 인기를 끌면서 피로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조선랩’을 선보인 머쉬베놈이나 춤사위를 곁들인 래원 등은 새로움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켰다”고 분석했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기존 쇼미에 없던 스타일과 캐릭터의 활약이 돋보였다”며 “감성적인 원슈타인부터 구수한 머쉬베놈까지 힙합이 접목할 수 있는 장르가 얼마나 다양한지를 새삼 느낄 수 있게 해줬다”고 밝혔다. 절대 강자의 독주보다는 스카이민혁 등 언더독의 반란이 계속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시즌 4 이후 5년 만에 재도전해 우승을 차지한 릴보이도 정통 힙합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2011년 긱스의 데뷔곡 ‘오피셜리 미싱 유’가 큰 사랑을 받으면서 “힙합이 아니라는 편견에 시달려왔다”는 고백처럼 멜로디컬한 음악을 주로 선보여왔다. ‘음원 강자’답게 20일 현재 결승곡 ‘온에어’와 ‘크레딧’이 지니뮤직 음원차트 1, 2위를 다투고 있는 상황. 김윤하 평론가는 “‘쇼미’가 유독 재도전이 많은 이유는 대진운과 시대 분위기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과거처럼 상대방을 디스하고 허세가 주름잡던 시즌과는 달리 이번 시즌은 자기와의 싸움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전개됐다”고 짚었다.

“코로나19로 공연 없어 결집 효과도”

영지, 제이미와 함께 ‘예이’ 무대를 꾸민 래원. 최종 3위에 올랐다. [사진 Mnet]

영지, 제이미와 함께 ‘예이’ 무대를 꾸민 래원. 최종 3위에 올랐다. [사진 Mnet]

줄곧 경쟁보다는 화합을 강조해온 릴보이는 “기리보이ㆍ자이언티 프로듀서와 함께하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프로듀서의 공이 컸음을 강조했다. 기리보이는 시즌 7 나플라와 시즌 8 펀치넬로, 시즌 9 릴보이까지 3년 연속 우승자를 배출하면서 명실공히 최고의 프로듀서로 자리매김했다. Mnet ‘고등래퍼’ 2, 3에 이어 ‘쇼미’는 처음 참가한 그루비룸 역시 이번 시즌 최고 히트곡 ‘VVS’를 탄생시키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흑인음악 웹진 ‘리드머’의 필진인 남성훈 평론가는 “코로나19로 관객과 함께 공연하지 못하는 등 아쉬움도 있지만 덕분에 얻은 것도 많다”고 밝혔다. 평소 같았으면 공연 일정으로 출연이 어려웠을 아티스트가 대거 프로듀서와 피처링 군단으로 참여하고 이것이 다시 힙합 팬들의 결집으로 이어졌단 얘기다. 그는 “스윙스와 사이먼 도미닉이 함께 한 ‘악역’ 무대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2013년 스윙스의 컨트롤 비트로 시작된 디스전의 역사를 알아야 하는데 그 시절에 힙합을 듣지 않았던 지금의 10대들도 기꺼이 한국 힙합의 역사를 공부하며 감정 이입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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