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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환경 둘 다 잡을 순 없다” 도널드 마론 美 어반연구소 조세정책센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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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5년간 160조원을 투입해 데이터·인공지능 등 기술을 활용해 산업을 혁신하겠다고 한다. ‘한국판 뉴딜’이다. 그러나 창업 현장에선 기존 규제부터 먼저 풀어달라고 호소한다. 정부는 스타트업의 생리를 잘 모르고 스타트업은 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다. 혁신 기업을 다수 배출한 선진국에선 그 간극을 조율하고 해결하는 전문가 집단이 탄탄하다. 싱크탱크(Think Tank)로 불리는 민·관 연구소들이다. 정책·기술·산업혁신을 두루 연구하는 글로벌 싱크탱크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주목받는 이유다.
중앙일보는 실리콘밸리 기반 벤처캐피탈인 알토스벤처스의 박희은(34) 파트너가 글로벌 싱크탱크 수장들을 만나 진행한 인터뷰를 연재한다. 스타트업 창업자 출신인 박 파트너는 올해 미국 아이젠하워 펠로우십 국제교육 프로그램에 전 세계 중견 리더 25명 중 한 명으로 선발됐다. 이 프로그램은 매년 20여 명의 펠로우에게 주요 싱크탱크 석학과 교류하고 연구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3회 인터뷰는 어반연구소 도널드 마론(Donald Marron) 조세정책센터장(TPC)과 진행했다. 〈편집자주〉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어반연구소(Urban Institute)는 미국 내 사회·경제 현상에 주목하는 싱크탱크다. 교육·주거·환경·조세 분야 정책 등을 전문적으로 다루며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도널드 마론(Donald Marron) 어반연구소 조세정책센터장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경제자문역을 맡았던 조세정책 전문가다. 마론 센터장을 온라인 화상회의로 만나 한국의 그린뉴딜정책 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는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좋지만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파트너-글로벌 싱크탱크에게 묻다③

도널드 마론 어반연구소 조세정책센터장. [사진 알토스 벤처스]

도널드 마론 어반연구소 조세정책센터장. [사진 알토스 벤처스]

한국의 그린뉴딜정책을 어떻게 보나.
전기·수소차 인프라구축사업처럼 민간분야에서는 쉽게 시작하기 어려운 산업을 선정해 국가가 시동을 걸어주는 정책을 개인적으로 매우 선호하는 편이다. 게다가 환경적으로 이익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린뉴딜을 긍정적으로 본다. 지능형 전력계량기를 각 아파트에 공급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력 수요-공급을 조절해 비효율을 줄인다는 스마트그리드구축사업도 흥미로웠다.
보완해야할 부분은.
정책 내용이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떻게 잘 활용되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 신재생에너지, 전기·수소차 모두 중요한 아젠다지만 실제 사회에 이익이 되기 위해선 새롭게 시작한 것을 잘 활용하도록 하는 유인장치가 정책에 들어가야한다.
정부는 그린뉴딜정책으로 일자리창출을 확신하고 있다.
새로운 산업과 기술은 언제나 일자리 창출과 제거효과를 동시에 만든다. 한국의 그린뉴딜정책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신재생에너지 사업 시작단계에는 많은 투자가 일어나고, 이는 일자리 증가로 이어진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다른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 및 일자리는 줄어든다. 더구나 에너지는 자본집약적 산업이라 일자리증대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정책 입안자 현장목소리 들어야 " 

해결 방법은.
정책은 목표가 많을수록 성공이 어렵다. 좋은 일자리, 깨끗한 환경 모두 가치 있다. 그러나 이 두 목표가 하나의 프로그램에 결합되면, 결국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수 있다. 전체적인 일자리 증가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이익이 있는 영역에서의 일자리 증대를 목표로 해야한다.  
주의해야할 점은.
정책 입안자들은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각 정책의 실행과 가장 가까이 있는 민간기업, 개인으로부터 새로운 정보를 얻고 유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습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정책 영역 간 자원 배분을 조정해야 그린뉴딜이 더욱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가 지난 9월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화상을 통해 '국민참여형 한국판 뉴딜펀드 조성 방안'을 보고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가 지난 9월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화상을 통해 '국민참여형 한국판 뉴딜펀드 조성 방안'을 보고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뉴딜펀드도 화제를 모았다.
3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는 개별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수익을 얻게 되는 민간자본들과 협력해야 한다. 그래야 민간자본이 실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프로젝트를 식별할 것이고, 이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둘째, 정부는 스타트업, 신기술과 같은 고위험군 프로젝트에 투자할 때 개별 투자건이 아닌 포트폴리오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런 정부주도 투자가 실패할 경우 재정적 피해보다 정치적 피해가 클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정책의 성공여부가 개별 프로젝트가 아닌 전체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판단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정부가 투자 원금을 일부 보장하거나 부정적 결과의 위험을 일부 감수해야 한다. 이 경우, 투자성과가 좋으면 그 이익의 일부를 정부가 취득하는 옵션을 두는 것이 공평할 것이다.
미국 바이든 차기 행정부 또한 그린뉴딜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분명 바이든 차기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보다 훨씬 적극적인 친환경 정책을 펼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및 화석연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파리협정에 재가입하는 등 친환경적 외교가 예상된다. 그러나 조 바이든 당선인이 기존 논의돼 온 미국형 그린뉴딜의 원칙을 포용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국가직업보장제도와 같은 기존 그린뉴딜의사회보장적 정책은 채택하지 않았다. 보다 친환경에 집중한 정책을 제안했다.
성공할 것이라 보나.
미국은 대기오염과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갈 길이 멀다. 게다가 바이든 차기 행정부의 계획이 효과적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계획의 상당 부분은 새로운 법률이 필요한데 실제 미국 의회가 이 법률들을 통과시킬 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파트너, 정리=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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