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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로 보훈시설 둘러봐요”…최불암도 재능기부

중앙일보

입력

배우 최불암씨가 대구발 VR 보훈 콘텐트와 관련한 영상물의 내레이션을 녹음하고 있다. [사진 대구지방보훈청]

배우 최불암씨가 대구발 VR 보훈 콘텐트와 관련한 영상물의 내레이션을 녹음하고 있다. [사진 대구지방보훈청]

실제 현실 속에 길을 걸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골목 옆 가게 간판에, 인도 보도블록 무늬까지 그대로 보인다. 현실에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듯 360도 회전하면서 사방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특정된 건물은 안으로 쑥 들어가 1층과 2층 등 건물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구경할 수 있다. 전용 헤드기어를 착용하고 즐기는 VR(가상현실) 게임 속 모습과 유사하다.

대구 3·8만세운동길 등 VR 콘텐트로 #장비없이 모바일에서도 가상현실 구현 #배우 최불암씨 내레이션 재능기부 참여 #22일 서비스 시작, 대구보훈청이 주관

대구지방보훈청이 청년 스타트업과 함께 개발한 VR 보훈 콘텐트. [사진 대구지방보훈청]

대구지방보훈청이 청년 스타트업과 함께 개발한 VR 보훈 콘텐트. [사진 대구지방보훈청]

디지털 친화적인 '젠지(Generation Z, 1995년 이후 출생)' 세대를 겨냥해 보훈 시설을 가상현실로 구현한 이색 보훈 콘텐트가 등장했다. 대구지방보훈청이 청년 스타트업 '모두의 VR'과 함께 개발해 만든 'VR로 선열들의 길 따라가기'이다.

박신한 대구지방보훈청장은 18일 "유튜브와 페이스북, 국가보훈처, 대구시청 홈페이지에 콘텐트 접속 링크를 탑재해 오는 22일부터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국내 보훈기관이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층을 겨냥해 이런 디지털 콘텐트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상현실 보훈 콘텐트는 먼저 유튜브 VR 내용 소개 영상을 보고 그 영상 아래에 있는 링크를 클릭하면 곧바로 시작된다.

VR 소개 영상 내레이션은 배우 최불암씨가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앞서 그는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만든 보훈 시설 소개 영상에 내레이션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이런 인연으로 대구발 VR 콘텐트에도 재능기부로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대구지방보훈청 측은 전했다.

콘텐트가 일단 시작되면 화면에 대구 중구 종로지역이 나타난다. 화면 시점은 드론이 대구 중구를 내려다보는 형태다. 전용 VR 헤드기어 없이도 가상현실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대구지방보훈청이 청년 스타트업과 함께 개발한 VR 보훈 콘텐트. [사진 대구지방보훈청]

대구지방보훈청이 청년 스타트업과 함께 개발한 VR 보훈 콘텐트. [사진 대구지방보훈청]

대구 중구엔 3·8만세운동길이 있다. 3.8만세운동은 1919년 3·1운동에 이어 3월 8일 대구에서 이를 받아 주민들이 일제에 항거한 만세운동이다. 당시 주민들은 중구지역 일대를 걸어다니며 대한독립을 외쳤다.

콘텐트에선 현재의 모습으로 당시 이 길을 탐방할 수 있다. 서문시장~중부경찰서~대구근대역사관~약령네거리 인근 대구읍성~영남제일관 터~중앙파출소~대구백화점 앞을 게임 속 주인공이 돼 모바일이나 PC 화면으로 둘러볼 수 있다. 가게 간판, 행인 등의 모습이 담긴 실제 거리뷰뿐 아니라 100년 전 만세운동 당시 사진도 걷다 보면 찾아볼 수 있다.

선열들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대구 독립운동과 관련된 전시관이 있다. 이들 보훈 시설도 현실에서 직접 들어가서 보는 것처럼 스마트폰 터치나 마우스 클릭으로 탐방할 수 있다. 대구근대역사관과 대구형무소, 교남YMCA, 선교사 블레어 주택 등에 들어가 구석구석 360도 시점을 마음대로 조정하며 관람이 가능하다.

국내 유일 독립유공자 전용 국립묘지인 국립신암선열공원에도 들어가 그곳에 묻힌 선열들의 묘소를 둘러 보며 디지털 추모도 할 수 있다.

대구 동구에 위치한 신암선열공원 전경. 독립운동 유공자 52명이 안치돼 있다. 국내 최대 독립 유공자 집단묘역이다. 최근 국립묘지로 승격됐다.  [사진 대구시]

대구 동구에 위치한 신암선열공원 전경. 독립운동 유공자 52명이 안치돼 있다. 국내 최대 독립 유공자 집단묘역이다. 최근 국립묘지로 승격됐다. [사진 대구시]

김중희 대구보훈청 보훈과 콘텐트 담당자는 "코로나 시대에 맞게 '집콕', '언택트' 보훈 탐방 콘텐트라는 특성도 있어 청소년들뿐 아니라 성인들도 활용이 가능하다"며 "초·중·고등학교 교육자료로도 제공하겠다"고 했다.

대구보훈청은 코로나19 종식 이후 가상현실로 둘러본 보훈 관련 시설을 젠지 세대들이 직접 현장에 가서 챙겨보고 인증샷을 찍어 보내면 경품 등을 주는 이벤트도 진행할 방침이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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