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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어마어마하게 사들인 이유

중앙일보

입력

올해 내내 전 세계를 꽁꽁 얼어붙게 한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세계 곡물시장은 활황을 맞고 있다. 이유가 있다.

중국이 어마어마하게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 농촌을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중국의 한 농촌을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워런 패터슨 ING 애널리스트는 최근 기고에서 "전 세계 곡물시장은 올해 활기를 띠었다"라며 "중국이 대두와 옥수수, 밀, 설탕 등 각종 곡물을 사들인 덕"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수치로 증명된다. 지난 10개월 동안 중국의 대두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8%, 옥수수는 97%, 설탕은 28% 증가했다. 밀은 무려 164%나 늘었다. 특히 미국산 수입이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중국에서 곡물 수요가 급증한 것은 왜일까.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음식 낭비를 하지 말라"고 지시할 정도로 중국 정부가 식량 안보에 큰 위기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여름 내내 이어진 홍수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이후 중국 정부는 곡물 확보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식량 안보가 흔들리면 코로나19 팬데믹보다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어서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중국 양돈업체의 성장이다.

중국의 돼지농장들은 2018~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큰 피해를 봤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고 올해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중국의 돼지 사육 두수는 전년 동기 대비 26.9% 증가했다. 당연히 동물 사료로 쓰이는 옥수수와 대두 수요도 확 늘었다.

미국산 농산물 수입이 크게 증가한 이유다.

중국의 한 돼지농장 [EPA=연합뉴스]

중국의 한 돼지농장 [EPA=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의 기록적인 농산물 수입만 보면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중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라며 "중국의 양돈 농가와 미국 농민들은 점점 더 깊이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미국과 맺은 1단계 무역합의도 큰 영향을 끼쳤다.

중국 정부가 올해 안에 약 366억 달러(약 40조원)에 달하는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중국 정부는 부지런히 수입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10월 들여온 미국산 대두는, 지난해 같은 기간 수입한 양의 2배 가까이 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연합뉴스]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은 내년에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원래 목표했던 만큼 들여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1단계 무역합의 기간이 내년까지인 점을 감안할 때, 중국 정부는 내년에 더 많은 미국산 농산품을 수입할 가능성이 크다"(패터슨 애널리스트)는 전망이 나온다.

새로 들어설 조 바이든 행정부와 '첫 단추'를 잘 꿰기 위해 중국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물론 중국의 목표는 '자급자족'이다.

차이나데일리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수입에 의존하는 일은 식량 안보에 큰 위험이 된다"며 "중국 정부의 최종 목표는 자급자족"이라고 강조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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