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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 대신 도전, 한화의 핫 스토브리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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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올해 프로야구 최하위에 그친 한화 이글스는 대대적인 팀 리빌딩을 단행하고 있다. 주전급을 대거 내보내고 감독을 교체했다. 동시에 자유계약선수 영입도 추진하고 있다. [뉴스1]

올해 프로야구 최하위에 그친 한화 이글스는 대대적인 팀 리빌딩을 단행하고 있다. 주전급을 대거 내보내고 감독을 교체했다. 동시에 자유계약선수 영입도 추진하고 있다. [뉴스1]

한화그룹 사훈(社訓)은 ‘신용과 의리’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모기업의 이념을 무척 잘 지켜온 야구단이다. 전임 감독 상당수가 계약 기간을 다 채웠다. 팀 레전드를 확실하게 예우하는 문화도 있다. 영구 결번(35 장종훈, 23 정민철, 21 송진우)도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메이저리그(MLB)로 떠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등 번호 99번도 8년째 비워뒀다. 훗날 한화로 복귀할 때 돌려주겠다는 의미다.

도전자로 새 출발 독수리 군단 #최하위로 시즌 마치고 변화 시동 #세대교체 위해 주전급 선수 방출 #새 외국인 감독에 힘싣는 분위기

그런 한화가 올겨울 많이 달라졌다. 정규시즌 종료와 동시에 본격적으로 변화의 드라이브를 걸었다. ‘도전자’ 자세로 돌아가 새 출발 하는 모양새다. 다음 시즌 준비를 시작한 지 두 달째, 한화의 스토브리그는 여전히 뜨겁다.

한화는 시즌이 끝난 뒤 주전급 선수 여러 명과 작별했다. 투수 안영명과 윤규진, 내야수 송광민과 김회성, 외야수 이용규와 최진행 등이 줄줄이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한화의 방출 리스트엔 다른 팀에서 탐낼 만한 선수가 여럿 있었다. 실제로 이용규(키움 히어로즈)와 안영명(KT 위즈)은 곧바로 새 팀을 찾았다. 정민철 한화 단장은 “팀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10위로 처진 팀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다. ‘새로운 세대가 팀 주축으로 원활하게 자리 잡는 게 먼저’라는 원칙에 따라 선수단을 재편했다”고 설명했다.

감독과 코치진 선임도 빠르게 진행했다. 박찬혁 신임 대표이사는 지난달 16일 부임하면서 “창단 후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을 모셔오겠다”고 선언했다. 새 대표 취임 5일 만에 정 단장이 미국으로 날아가 카를로스 수베로 전 MLB 밀워키 브루어스 코치를 만났다. 정 단장은 “수베로 감독은 최종 후보군 중 유명세가 가장 덜한 후보였다. 그러나 인터뷰 결과 ‘누구보다 준비된 감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오랜 기간 마이너리그에서 육성 전문가로 인정받은 점도 구단 방향과 맞아떨어졌다”고 전했다.

한화는 수베로 감독과 함께하는 3년간 “구단의 육성 시스템을 확고하게 정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려면 새 감독 체제에 최대한 힘을 실어줘야 한다. 대럴 케네디 수석코치와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가 내년 1월 수베로 감독과 함께 한화에 합류한다. 타격코치 역시 고민 끝에 수베로 감독이 추천한 인물 중 한 명을 뽑기로 했다. 내년 시즌 한화 더그아웃을 4명의 외국인 지도자가 지키게 된다.

지난해 1군 114경기를 지휘한 최원호 감독대행도 퓨처스(2군) 감독으로 팀에 남는다. 애초 한화는 ‘유망주 집중 육성’ 능력을 기대하고 최 감독을 영입했다. 팀 사정상 한동안 1군을 책임졌지만, 오히려 여러 선수의 능력을 두루 파악하는 기회가 됐다. 정 단장은 “세대교체를 수월하게 진행하려면 1군과 2군의 소통이 중요하다. 양쪽을 모두 경험한 최 감독이 우리 육성 방침의 훌륭한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팀 경기력에 가장 중요한 전력 보강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방출된 오른손 투수 정인욱(30)과 14일 육성 선수 계약을 했다. 초미의 관심사인 외부 자유계약선수(FA) 영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화의 12월이 숨 가쁘게 흘러간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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