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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판화로…역시 다르네, 백남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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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백남준 ‘진화, 혁명, 결의’ 1989. lithography, etching, 70.2x52.4㎝. [사진 리안갤러리]

백남준 ‘진화, 혁명, 결의’ 1989. lithography, etching, 70.2x52.4㎝. [사진 리안갤러리]

서울 통의동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이달 3일부터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리안갤러리 ‘진화, 혁명, 결의’ 전시

백남준의 유명한 로봇 작품 ‘볼타(Volta)’ 등 비디오 설치 작품부터, 회화 작품 15점과 사진 작품을 함께 소개하는 자리다. 총 27점 중 판화가 10점, 회화는 6점이다. 백남준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다.

전시된 판화 작품 ‘진화, 혁명, 결의(Evolution, Revolution, Resolution)’는 구형TV와 라디오 케이블로 제작했던 3m짜리 비디오 조각 연작 ‘혁명가 가족 로봇’을 에칭 기법으로 변주한 것이다. ‘혁명가 가족 로봇’은 프랑스 정부로부터 의뢰받아 제작한 혁명 200주년 기념 작품으로 각 로봇에는 마라(Marat), 로베스피에르(Robespierre), 당통(Danton), 디드로(Diderot) 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 프랑스 혁명에 연관돼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인물들이다. 백남준은 그 이름에 관련된 ‘암살’ ‘혁명은 폭력을 정당화하느냐’ ‘웅변’ 등의 문구를 낙서하듯이 적어놓았다. 역사에서 영감을 받아 자유분방하게, 미래적으로 풀어낸 백남준의 감각이 경이롭다.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올림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판화 ‘올림픽 센테니얼(Olympic Centennial·1992)’도 있다. 비디오 아트에서 영향받은 모티프들과 마치 낙서처럼 국문, 영문, 한자로 쓰인 글자로 이뤄진 작품이다.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는 “백남준은 남긴 업적에 비해 국내에서 아직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있다”며 “국내에서 먼저 백남준의 가치를 이해하고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 16일까지.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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