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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도 알리바바도 찍었다" 새로운 미·중 전쟁터 된 이곳

중앙일보

입력

미국 정부가 혼란스러운 정권 이양기를 맞은 탓일까. 미국과 중국 정부의 다툼은 최근 잠잠하다. 그러나 양국의 거대 기업들은 여전히 치열한 경쟁 중이다. 특히 '이곳'에서의 경쟁이 살벌하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사진 셔터스톡]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사진 셔터스톡]

미국 구글과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두 나라의 내로라하는 거대 기업들이 눈독 들이고 있는 곳, 동남아시아 국가 인도네시아에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구글과 아마존이 인도네시아 유니콘에 투자하는 이유'란 제목의 최근 보도에서 이 같은 현상을 짚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점점 더 미국과 중국 거대 기업들의 전쟁터가 되어가고 있는데, 그 중심은 단연 인도네시아"란 설명이다.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업체 부칼라팍(Bukalapak)이 대표적이다.

동남아시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부칼라팍'. 자카르타의 사무실 모습. [AFP=연합뉴스]

동남아시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부칼라팍'. 자카르타의 사무실 모습. [AFP=연합뉴스]

중국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이 공들여 투자해 온 이 회사에 최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도 투자를 결정했다. '동남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부칼라팍의 회사 가치는 30억 달러(약 3조 3030억원)에 달하며, 앤트그룹은 이 회사 지분 19.4%를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 토코피디아(Tokopedia)도 마찬가지다. 지난 11월 미국 구글에서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 역시 이미 알리바바의 투자를 받고 있다.

고젝 [로이터=연합뉴스]

고젝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텐센트의 투자를 받아 성장한 멀티 서비스 플랫폼 고젝(Gojek)은 지난 6월 페이스북과 페이팔의 투자도 끌어왔다. 이 회사의 가치는 100억 달러(약 11조 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도 여러 분야에서의 투자를 계획 중이다.

미국과 중국의 거대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발 벗고 뛰는 것은 이곳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도네시아는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약 2억 7300만명)인 동시에 동남아시아 국가들 중 스타트업이 가장 많은 곳"이라고 설명한다.

구글 [사진 셔터스톡]

구글 [사진 셔터스톡]

또 다른 아시아의 인구 대국 인도에 비해 투자 관련 규제가 아직까지 느슨한 것도 이 나라의 장점으로 꼽힌다.

중국 기업들에겐 특히 매력적이다. 그간 중국 투자자들이 주목한 곳은 인도였지만, 중국과 인도의 갈등이 커지며 인도 투자의 매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FT는 "샤오미 창립자가 세운 '슌웨이캐피털'을 비롯한 중국의 주요 벤처캐피털들이 점점 인도에서 인도네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한다.

앞다퉈 이 나라에 진출하고는 있지만 미국 기업들과 중국 기업들의 성향에는 차이가 있다. SCMP는 "미국 기업들이 오히려 중국 기업들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편"이라며 "반면 텐센트, 알리바바 등은 신생 기업에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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