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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난 3층 데크는 CCTV 사각지대”…‘울산 불기둥 화재’ 원인 미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화재 취약한 건물 외장재가 불 키워”

지난 10월 8일 오후 울산시 남구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난 화재가 9일 오전까지 꺼지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월 8일 오후 울산시 남구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난 화재가 9일 오전까지 꺼지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월 울산에서 발생한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채 사실상 경찰 수사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최초로 불이 난 지점이 폐쇄회로TV(CCTV) 사각지대인 데다 명확한 발화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서다.

지난 10월 울산서 발생한 주상복합 화재 #경찰 “발화지점 촬영하는 CCTV 없었다”

 울산경찰청은 7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수사 결과 최초 발화 지점은 아파트 3층 야외 테라스 나무데크 아래로, 현장 감식에서 낙엽‧담배꽁초 등이 관찰됐다”면서 “다만 명확한 발화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불이 난 남구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 아파트는 4층부터 주거 공간이며 3층은 관리사무소, 놀이터 등이 위치해 있다. 3층에는 총 5대의 CCTV가 설치돼 있지만, 야외 테라스 나무데크를 정확히 비추는 CCTV는 없었다. 아파트 관계자와 주민 탐문 등을 통해 화재 발생 원인을 종합적으로 수사했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이번 화재가 실화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 방원범 울산경찰청 형사과장은 “누군가 불을 지른 방화 쪽보다 실화에 의한 것일 가능성은 높지만, 증거가 없는 상황”이라며 “CCTV 분석 결과 화재 전 현장을 오간 17명도 모두 발화 당시에는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15층과 28층에서 담배꽁초를 떨어뜨리는 실험도 진행했다. 실화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이 건물 위층에서 담뱃재 등이 떨어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행한 실험이었다. 하지만 화재 당시 강풍이 불었던 상황을 고려하면 야외 테라스로 꽁초나 재가 발화지점에 착지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불이 크게 확산한 원인에 대해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건설생활환경 시험연구원 등 감정 결과 건물의 외장재로 사용된 알루미늄 복합패널의 합성수지가 화재에 취약한 성분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방원범 과장은 “화재 발생 당시 강풍이 불었고, 알루미늄 복합패널 사이의 스티로폼 자재와 실리콘으로 마무리 한 부분이 모두 가연성 물질이라는 점 등이 화재 확산 원인으로 판단된다”며 “이 외장재가 화재 발생 시 통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4월 3일 사용 승인을 받았는데 당시에는 가연성 외장재에 대한 별도 처벌 규정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강풍 속 고층화재…15시간40분 만에야 진화

 또 경찰은 이 아파트 소방관리 사항 등에 대해 특별한 위법사항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에 따르면 화재 당시 화재 수신기 등 소방시설이 정상 작동했고, 소방특별점검 관련 위법사항이 없었다. 또 소방점검을 통해 올해 상반기에 38차례 지적한 사항에 대해 모두 시정 조치하는 등 관리 부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방 과장은 “화재와 관련된 추가 사항은 울산남부서 형사과에서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8일 오후 11시 14분쯤 불이 난 아파트는 지하 2층, 지상 33층 규모로 높이 113m인 주상복합아파트다. 소방당국이 신고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15시간 40분만인 9일 오후 2시 50분쯤 완전히 진화됐다. 사망자나 중상자가 없는 등 큰 인명피해 없었으나 집을 잃은 입주민들은 현재 울산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지원한 임대주택 등에서 거주하고 있다.

 경찰은 불이 난 직후 울산경찰청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수사전담팀을 편성(72명)해 화재 발생 및 확산 원인, 건축물 관리실태 등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했다. 국과수, 전기‧가스안전공사 등 유관기관 합동 감식을 비롯해 현장감식을 7차례 실시하는 등 화재 원인을 수사해 왔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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