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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집콕, 차나 바꾸자" 18년만에 내수車 160만대 넘을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올해 신차를 연이어 출시하면서 내수 판매량을 늘렸다. 제네시스 G80 세단. 사진 제네시스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올해 신차를 연이어 출시하면서 내수 판매량을 늘렸다. 제네시스 G80 세단. 사진 제네시스

# 회사원 A(45) 씨는 얼마 전 9년 동안 타던 그랜저를 제네시스 G80으로 바꿨다. 원래 10년은 채울 생각이었지만 차가 노후해 내구성 부품 교환 비용이 늘어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계획 중이던 해외여행을 취소하면서 차량 구입 자금에 보탰다. A 씨는 “국내 여행은 가지 못하지만, 가족과 드라이브를 하면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소비 우선순위 바뀌었다" 

올해 한국 자동차 내수 판매가 18년 만에 16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악화한 속에서도 신차 구매가 늘어난 덕이다. 신차 구매자들은 “이른바 ‘보복 소비’라기보단 소비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고 말한다.

현대·기아자동차,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는 올해 들어 지난 11월 말까지 신차 누적 판매 대수 147만3974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38만8327대)보다 6.2%나 늘어난 숫자다.

연간 내수 판매 160만대 넘을까.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연간 내수 판매 160만대 넘을까.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한국 내수 자동차 판매는 최근 5년간 150만대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내수 차 판매는 2002년 주5일 근무제 시행과 레저용 차량(RV) 증가로 162만868대를 기록한 이후 160만대를 넘어선 적이 없었다. 최근 5년 동안만 봐도 2016년 158만8572대에서 매년 감소해 지난해엔 153만3206대에 그쳤다.

자동차 업계에선 한국 자동차 내수시장 규모는 150만대 선에서 맴돌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갑자기 내수 판매가 늘어난 것에 대해선 다양한 원인이 있다고 본다.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과 모처럼 한국 완성차 업체들의 ‘골든 사이클’(신차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시기)’이 겹친 데다, 코로나19로 여행 소비가 감소하면서 차량 구매로 이어진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18년 만의 내수 160만대 기대 

11월 말 현재 브랜드별 누적 내수 판매량을 보면 기아자동차가 51만3543대를 팔아 지난해(47만1075대)보다 9%나 판매를 늘렸다. 전통적으로 현대차의 동급 차종에 밀렸던 기아차지만 K5·쏘렌토 등 ‘형을 능가하는 아우’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좋은 성과를 낳았다. 신형 카니발 역시 기아차 상승세의 일등공신이었다. 현대차도 71만9368대를 팔아 지난해보다 6.5% 판매량이 늘었다.

늘 '형님' 현대차에 판매가 밀렸던 기아차는 올해 동급 차종 판매 경쟁에서 현대차를 앞서고 있다. 중형세단 K5는 쏘나타보다 판매량이 앞선다. 사진 기아자동차

늘 '형님' 현대차에 판매가 밀렸던 기아차는 올해 동급 차종 판매 경쟁에서 현대차를 앞서고 있다. 중형세단 K5는 쏘나타보다 판매량이 앞선다. 사진 기아자동차

외자계(外資系) 완성차 브랜드 중엔 르노삼성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국산차 중 유일한 쿠페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XM3가 잘 팔렸고, 중형 SUV QM6도 꾸준한 판매를 기록 중이다. 르노삼성차는 11월 말 누적 판매량 8만7929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4%나 판매가 늘었다. 한국GM도 7만3695대를 판매해 지난해 동기 대비 8.9% 증가했다.

완성차 5개사 중에 유일하게 전년 대비 판매가 줄어든 브랜드는 쌍용차였다. 쌍용차는 11월 말 누적 판매 7만9439대로 전년 동기보다 18.3%나 줄었다. 하지만 지난달 16일부터 본격 생산 중인 ‘올 뉴 렉스턴’의 대기 물량이 5000대가량 되는 점을 고려하면 12월 판매량은 개선될 전망이다.

수입차 판매도 상승세다. 업계에선 2018년의 사상 최대 판매 기록(26만705개)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수입차 판매는 2015년 아우디·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인 ‘디젤 게이트’ 여파와 2018년 BMW 디젤 차량 화재사건 등으로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내수 판매 늘린 국내 완성차 업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내수 판매 늘린 국내 완성차 업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수입차 판매도 역대 최고 예상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신차 구매를 늘리면서 올해엔 11월 말 현재 24만3440대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판매량(24만4790대)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각 수입차 브랜드가 연말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어 역대 최대 판매 기록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 브랜드들이 주춤하긴 했지만, 볼보·테슬라 등 신흥 강자들이 판매량을 늘렸고,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강세가 계속되고 있어 수입차 시장 규모는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수입차 업계는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수입차 업계는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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