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셀프 사면’도 방법 있다···몰래 사면·선제 사면도 되는 美

중앙일보

입력 2020.12.05 05:00

차남 에릭 트럼프,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장녀 이방카 트럼프(왼쪽부터)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차남 에릭 트럼프,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장녀 이방카 트럼프(왼쪽부터)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1월 퇴임 전 세 자녀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보좌관을 ‘선제(pre-emptive) 사면’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 "트럼프, 세 자녀 등 선제 사면 논의"
미 헌법상 가장 광범위한 대통령 권한
트럼프 '셀프 사면' 가능한지는 논란

퇴임까지 50여일이 채 남지 않은 트럼프의 선제 사면 논의는 미국 내에서도 논쟁의 대상이 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이 측근과 가족, 더 나아가 자기 자신에까지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논란에 불이 붙은 상황.

『트럼프 이후: 대통령직 재건하기』라는 책을 공동집필한 잭 골드스미스 변호사는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44번의 사면 결정 대상과 감형 결정 대상의 88%가 그와 개인적 혹은 정치적 친분을 가진 이들이었다고 지난달 10일(현지시간) NYT에 썼다.

미국 헌법상 대통령의 사면권은 가장 광범위한 권한의 하나로 불린다. 이렇다 보니 사면권 행사로 논란이 된 건 트럼프 대통령만이 아니다. 사면 권한을 어떻게, 어디까지 쓸 수 있는지 문답으로 정리했다.

미국에서 대통령 사면권은 무엇인가.
대통령의 고유 행정 권한으로 형벌 자체를 없애주거나 감형시켜 주는 것을 말한다. 대통령은 복권(pardon), 집행연기(reprieve), 감형(commutation) 및 벌금 면제(remission) 등 4가지 방법으로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의 사면권에 제한을 거의 두지 않고 있다. 후임자나 의회가 되돌릴 수도 없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인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사면했다. 플린 전 보좌관은 러시아 당국자와 접촉한 사실을 두고 연방수사국(FBI)에 거짓진술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인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사면했다. 플린 전 보좌관은 러시아 당국자와 접촉한 사실을 두고 연방수사국(FBI)에 거짓진술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EPA=연합뉴스]

대통령이 가족을 사면하는 게 가능한가.  
가능하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2001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며 코카인 소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이복동생인 로저 클린턴을 사면했다. 이 외에도 고액의 정치 후원금 제공 인사들을 사면 대상에 포함해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셀프(self) 사면’도 가능한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지금까지 어느 대통령도 시도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셀프 사면’ 논란은 지난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나에게는 자신을 사면할 절대적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미 법무부는 1974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났을 당시 “아무도 자신의 사건을 판결할 수 없다는 기본 원칙이 있다”며 대통령의 셀프 사면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냈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사면하겠다고 나서면, 이는 대법원까지 가는 법적 다툼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탈세와 보험 사기, 성폭행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대통령의 신분으로 각종 수사를 거부할 수 있던 보호막을 퇴임 후 잃게 되면 줄소송에 시달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 외에도 방법이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다른 방법도 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자신을 대신 사면하도록 만들면 된다. 미 헌법 제25조는 “만약 대통령이 공석이 되거나 직무상 권한과 의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해당 직무는 부통령에게 귀속한다”고 돼 있다. 사례도 있다. 지난 2002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결장 내시경 검진을 위해 전신 마취상태에 들어갔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대통령 권한을 잠시 딕 체니 당시 부통령에게 임시로 넘겼다. 1974년 미 법무부 메모에도 이런 법률상의 허술한 구멍이 언급됐다. 법무부는 “만약 대통령의 의무 수행이 일시적으로 어렵다면, 헌법 25조에 따라 임시 대통령 권한을 가지게 된 부통령이 대통령을 사면할 수 있다. 그 이후 대통령은 사직하거나 다시 자신의 대통령직을 재개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사전적(pre-emptive) 사면’이 가능한가.
가능하다. 1866년 미국 대법원은 “대통령의 사면 권한은 법적 절차를 밟기 전이나 보류 중, 그리고 판결이 나온 후에도 언제라도 집행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과거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은 전임자인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재임 시 행위에 대해 조건 없이 미리 사면했다. 닉슨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야당인 민주당을 도청한 혐의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후에 포드 대통령은 미국이 상처를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추수감사절을 맞아 '콘(Corn)'이라는 이름의 칠면조를 사면했다. [AP=연합뉴스]

지난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추수감사절을 맞아 '콘(Corn)'이라는 이름의 칠면조를 사면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누군가를 몰래 사면할 수도 있나.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미국의 어떤 법 조항도 대중에게 사면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사면이 모든 난관을 해결하나.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우선 대통령의 사면 권한은 연방법을 어긴 범죄에만 적용된다. 주 차원의 범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루된 대부분의 사건은 주 검찰들에 의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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