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에버라드 칼럼

북한이 백신과 경제적 원조를 받는 방법

중앙일보

입력 2020.12.04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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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북한 경제는 나락으로 향하고 있다. 정치적 동요 징후도 보인다. 북한 정권은 마주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곧 출범할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관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의 고통 덜어줄 나라는 미국뿐
도발 자제하고 바이든에 손 뻗어야

북한 상황은 악화일로다. 중국 세관 당국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9월까지 북한의 대중 무역량은 전년도 대비 70% 감소했다. 게다가 올해 세 차례의 태풍과 홍수 피해로 북한의 곡물 수확량이 크게 줄었을 게 확실시된다. 고위층의 갈등 징후가 계속 눈에 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식적 자리에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일이 빈번해졌다.

북한 정권은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는 데 여념이 없어, 국경을 계속 폐쇄하고 필요할 때 평양을 비롯한 각 지역에 봉쇄령을 내려야 하므로 경제는 한층 악화할 것이다. 이대로는 버티기 어렵다. 중국이 제공한 쌀 11만 톤은 큰 도움이 되겠지만(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북한이 아직 반입하지 않아 현재 중국 다롄 항에 있다) 식량난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양이다.

북한이 재앙으로 치닫는 길에서 벗어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코로나19 백신이다. 북한은 남한과 미국 제약회사로부터 백신 정보를 입수하는 데 실패한 것 같다. 중국은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아세안 국가들의 백신 보급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을 언급한 적은 없다. 둘째는 원조와 무역이다. 북한은 중국에 원조도, 무역도 기대할 수 없다. 북한 정권은 한국이 국제법을 거스르면서 자신들을 지원하게끔 설득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북한이 경제적 원조와 코로나19 백신을 얻을 수 있는 확실한 통로는 미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는 북한에 큰 타격이었다. 앞으로 미국과의 정상회담은 기대하기 어렵다. 바이든은 북·미 회담에 열의를 보이지 않는다. 바이든은 오바마 정부 시절에 부통령이었던 자신이 추진했던 대로 북한에 대해 양보나 원조보다 훨씬 신중한 방식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북한 정권은 고통스러운 양보를 감수하고 실질적인 진전이 이루어질 수 있는 협상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북한이 미국에서 필요한 것을 얻는 데는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미사일 발사 같은 도발을 통해 미국을 억지로 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 있다. 아니면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주먹을 펴고’ 새로 출범하는 미국 정부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새로운 관계를 맺어 이익을 취할 수도 있다.

첫째 선택지는 위험하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를 노려 지난 수년간 수차례 미사일 실험을 했지만 미국의 생각을 바꾸게 하지는 못했다. 미사일 발사는 외교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한 번 발사한 미사일은 취소할 수 없다. 그리고 미사일 위협은(혹은 발사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미사일 발사 자체보다 훨씬 위력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바이든 정부 출범 즈음에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북한 정권은 경제개혁을 포기하면서 기존 방식으로 퇴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는 결과가 불확실한 회담보다 그들에게 익숙한 미사일 발사라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을 높인다. 북한 노동당은 내년 1월에 제8회 당 대회를 개최한다. 당 대회 직전에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다.

북한 정권은 새로 출범하는 미국 정부와의 협상으로 백신과 원조, 제재의 부분적 해제를 얻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들이 내놓을 것을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관계 수립의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이 기회를 헛되이 놓친다면 북한에는 매우 비극적인 일이다. 불행히도 북한이 이런 비극을 자초하는 것은 언제나 예상 밖의 일은 아니었다.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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