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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간다" 연락에...엄마는 냉장고 속 아기 시신 車에 숨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생후 2개월 된 자신의 아이를 냉장고에 유기한 친모가 집을 방문한 동사무소 직원들에게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시신을 차량에 은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5일 쓰레기 5t 청소할 때 영아 시신 발견 못해 #친모 “동사무소 직원들 도착 30분 전 차에 숨겨” 진술

영아 시신이 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전남 여수시의 한 가정집 냉장고. 프리랜서 장정필

영아 시신이 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전남 여수시의 한 가정집 냉장고. 프리랜서 장정필

 27일 전남 여수경찰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된 ‘냉장고 영아 시신 유기 사건’의 친모 A씨(43)가 “관할 동사무소 직원들이 집 청소를 하기 전 냉장고 속 영아 시신을 차량에 숨겼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여수시내 자신의 가정집 냉장고에 생후 2개월 된 자신의 아이를 2년 동안 유기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A씨의 엽기적 행각은 지난달 6일 한 이웃 주민이 “아랫집에 쓰레기가 방치돼 있고 아이들이 그 속에서 살고 있다”고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지난달 13일 관할 동사무소와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이 A씨의 집을 찾았을 때 쓰레기 더미로 가득한 상태에서 7살과 2살 아이가 살고 있었다. 경찰 등은 아이 2명을 A씨로부터 분리 조치한 뒤 지난달 25일 집에서 5t에 달하는 쓰레기를 치웠다. 경찰이 냉장고 속 영아 시신을 확인한 시점은 지난달 27일이다.

지난달 25일 전남 여수시 공무원이 확인한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이 발생한 가정집 내부. [사진 여수시]

지난달 25일 전남 여수시 공무원이 확인한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이 발생한 가정집 내부. [사진 여수시]

 동사무소 직원은 “A씨의 집을 청소할 당시 냉장고 속에 시신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었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A씨는 직원들이 냉장고 주변에 접근하는 것을 막거나 경계하지 않았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지난달 27일 동사무소 직원들이 청소를 하러 오겠다는 연락을 받은 후 도착 30여분 전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을 꺼내 자신의 차량으로 옮겨뒀고, 청소가 끝난 뒤 다시 냉장고에 되돌려 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전남 여수시 공무원이 확인한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이 발생한 가정집 내부. [사진 여수시]

지난달 25일 전남 여수시 공무원이 확인한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이 발생한 가정집 내부. [사진 여수시]

 A씨는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려 했지만, 이웃 주민들이 경찰에 “A씨의 첫째 아이가 쌍둥이 동생이 있다는 말을 했었다”는 제보를 하면서 지난달 27일 냉장고 속 영아 시신이 확인됐다.

 이웃 주민들은 생존한 또 다른 2살 쌍둥이도 학대 혹은 방치됐다는 정황에 대해 증언을 하고 있다. 주민들은 “죽은 영아와 쌍둥이인 2살 아이는 단 한 번도 집 밖으로 나온 적이 없고, 첫째 아이가 ‘집에 앉지도 걷지도 못하는 아픈 아이가 있다’는 말을 해왔다”고 전했다.

 7살 아이와 2살 아이는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분리돼 심리 치료를 받고 있다. 2명 모두 건강검진 상 특별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어른도 제대로 걷기 힘든 쓰레기 더미에서 생활한 탓인지 2살 아이는 걸음마를 뗐어도 걷는 것을 거부하는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A씨를 상대로 숨진 2개월 된 아이의 사인과 시신 유기 과정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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