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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정부여당 노동입법 말만 하는 사이, 14일간 32명 죽어"

중앙일보

입력

“11월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14일동안 적어도 실종 1명을 포함한 32명의 노동자들이 떨어져 죽고, 부딪혀 죽고, 깔려 죽고, 숨 막혀 죽고, 불에 타 죽고, 끼어 죽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이낙연 대표님, 이 죽음들 앞에 무슨 말을 하시겠습니까.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정의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말로만 노동 관련 입법을 이야기하는 사이 현장에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 사진 유튜브 캡쳐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 사진 유튜브 캡쳐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2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지난 11월 17일 국무회의에서 ‘건설현장 사망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져주기 바랍니다’고 주문했다. 같은 날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공정경제3법을 이번에 처리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상임위원회 심의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 이렇게 얘기했다. 그 원칙에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며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말로만 주문하고, 말로만 원칙을 밝힌 그 날, 그 11월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전국 곳곳에서 노동자들은 계속 죽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대변인은 14일간 공사현장 인부와 공장 노동자 등 32명이 죽었다며, 이들이 어떻게 사망했는지를 하나하나 읽어 내려갔다. 이들은 “(공사현장) 지상 25층에서 아래층으로 이동 중 75m 높이에서 떨어져 죽고” “벌목 작업 중 넘어가는 나무에 맞아 죽고” “화재로 타 죽고” “패들믹서(대형 혼합기) 회전축에 끼어 죽고” “20~30톤 무게의 기계상판이 추락해 깔려 죽었다”고 했다.

십여 분간 글을 읽어 내려간 장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님, 이낙연 대표님, 이 죽음들 앞에 무슨 말을 하시겠냐”며 “저는 할 말이 없다”고 브리핑을 마쳤다. 국회가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처리를 미루고 있는 동안 노동 현장에서 사람들이 죽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지난 2월 13일 심상정 당시 정의당 대표(가운데)가 대구 수성구의회에서 열린 대구경북현장상무위 회의에 참석해 박창호 당시 경북도당위원장(왼쪽)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당시 대구시당위원장이었던 장태수 대변인. 뉴스1

지난 2월 13일 심상정 당시 정의당 대표(가운데)가 대구 수성구의회에서 열린 대구경북현장상무위 회의에 참석해 박창호 당시 경북도당위원장(왼쪽)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당시 대구시당위원장이었던 장태수 대변인. 뉴스1

장 대변인은 지난달에도 ‘트로트 논평’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지난달 10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트로트 가수 영탁의 ‘니가 왜 거기서 나와’를 부르며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무소속 의원이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조언할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임직원 대량 해고 및 임금 체불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 의원이 전날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홍 부총리에게 쌍용자동차 문제와 관련해 정책 제안을 한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취지였다.

아래는 장 대변인의 2일 브리핑 내용 전문.

[브리핑] 장태수 대변인,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월 17일 국무회의에서 “건설현장 사망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져주기 바랍니다”고 주문했습니다. 같은 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공정경제3법을 이번에 처리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상임위원회 심의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 이렇게 얘기했다. 그 원칙에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했습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말로만 주문하고, 말로만 원칙을 밝힌 그 날, 그 11월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전국 곳곳에서 노동자들은 계속 죽었습니다.

11월 17일 화요일
경기 고양시 아파트 외벽 보수 및 도장 공사 현장에서 달비계에 탑승하여 지상 25층에서 아래층으로 이동 중 75m 높이에서 떨어져 죽었습니다.
전남 화순군 용수로 건설공사 현장에서 장비 진입로 확보를 위한 벌목작업 중 넘어가는 나무에 맞아 죽었습니다.

11월 18일 수요일
서울 양천구 교량 하부 점검구에서 외부 강선보강 작업 중 강연선 정착부가 파단되면서 강연선에 맞아 죽었습니다.

11월 19일 목요일
인천 남동구 화장품 및 살균제 제조 사업장에서 화재 발생으로 3명이 불에 타 죽었습니다.

11월 20일 금요일
경기 남양주시 건설공사 현장에서 돌이 떨어져 매몰되어 죽었습니다.

11월 22일 일요일
충북 청주시 양돈업 사업장에서 퇴비사 지붕 교체 작업을 하던 중 노후된 자재가 부서지면서 7m 아래로 떨어져 죽었습니다.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선박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을 준비하다가 7m 아래로 떨어져 죽었습니다.

11월 23일 월요일
세종시 아파트 균열보수 및 재도장 공사 현장에서 달비계에 탑승하던 중 주로프가 풀려 약 70m 아래로 떨어져 죽었습니다.

11월 24일 화요일
경기 안성시 태양광 발전설비 건설공사 현장에서 4.5m 아래로 떨어져 죽었습니다.
전남 광양시 광양제철소 사업장에서 산소배관 점검 중 폭발사고로 3명이 죽었습니다.
경기 화성시 패들믹서에 빠져 회전축에 끼어 죽었습니다.

11월 25일 수요일
부산 수영구 상가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 낙하물방지망 설치 중 43m 높이에서 떨어져 죽었습니다.
서울 중랑구에서 작업장으로 이동 중이던 포크레인에 부딪혀 죽었습니다.
충남 금산군 건설공사 현장에서 약 2.8m 높이에서 떨어져 죽었습니다.

11월 28일 토요일
경기 고양시 건물에서 승강기 점검 중 지상 1층에서 지하 1층으로 떨어져 죽었습니다.
서울 광진구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에서 10m 아래로 떨어져 죽었습니다.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석탄회 상차 후 차량 상부에서 떨어져 죽었습니다.
서울 송파구 아파트 옥상 경사지붕 배수로 코팅 작업 중 떨어져 죽었습니다.
충남 서산시 골재 선별기 호퍼 청소작업 중 호퍼 내부 벽에 붙어 있던 토사가 떨어지면서 매몰되어 죽었습니다.

11월 29일 일요일
강원 영월군 석회석 가공공장에서 설치작업 중이던 20~30톤 무게의 기계상판이 추락하여 3명이 깔려 죽었습니다.
경기 수원시 옥상도장공사 현장에서 벽체 도장 작업 중 3.2m 높이에서 떨어져 죽었습니다.

11월 30일 월요일
충남 태안군 해상에서 어선이 전복되어 1명이 물에 빠져 죽고, 1명이 실종되었습니다.
부산 강서구 아파트 외벽 보수작업을 하다가 떨어져 죽었습니다.
울산 북구 공장 지붕 보수공사 현장에서 지붕 보수공사 중 10m 높이에서 떨어져 죽었습니다.
경기 고양시 아파트 12층 외벽에서 방수를 위해 실리콘 작업을 하다가 떨어져 죽었습니다.

11월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14일동안 적어도 실종 1명을 포함한 32명의 노동자들이 떨어져 죽고, 부딪혀 죽고, 깔려 죽고, 숨 막혀 죽고, 불에 타 죽고, 끼어 죽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이낙연 대표님, 이 죽음들 앞에 무슨 말을 하시겠습니까.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2020년 12월 2일
정의당 대변인 장 태 수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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